새벽 5시, 모든 사람이 곤히 잠들었을 듯한 시간대가 유통업계의 새로운 ‘골든타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새벽 댓바람에 운동용품과 침구를 고르는 5060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유통가의 아침 풍경도 빠르게 바뀌는 모습이다.
은퇴 이후에도 운동·여행·자기관리 소비를 이어가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가 유통시장의 큰손으로 부상하면서다. 유통업계 역시 새벽 시간대 편성부터 상품 구성, 디지털 서비스, 사용자환경(UI·UX)까지 시니어 생활 리듬에 맞춘 전략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8월 NH농협카드가 액티브 시니어 고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전자상거래 업종 이용 금액은 1조2천억 원, 이용 건수는 3210만 건으로 직전 년도와 비교해 가장 큰 증가 폭을 기록했다. 연령별로는 50대 여성 비중이 38.2%로 가장 높았고, 온라인 쇼핑몰 이용 금액은 전체 전자상거래 소비의 68%를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곳은 홈쇼핑 업계다. 이들은 새벽 시간대를 겨냥한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부근에서 이동하는 시민 모습. ⓒ연합뉴스
7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이른 새벽부터 건강과 생활 소비를 시작하는 시니어 생활 패턴 자체를 겨냥한 ‘타임 마케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하절기 소비 패턴을 분석한 결과, 오전 5~7시 구매 고객의 80%가량이 60대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오전 5시 주문량은 직전 시간대보다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 가운데 60대 비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새벽 시간대가 시니어 핵심 소비 구간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롯데홈쇼핑은 이번 달부터 생방송 시작 시간을 기존보다 1시간 앞당긴 오전 5시로 조정했다. 하절기 일출 시간이 빨라지는 계절적 특성과 함께, 새벽 시간대 활동이 활발한 시니어 고객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편성 상품 역시 시니어 소비 특성에 맞춰 재구성했다. 오전 5시~7시에는 건강식품, 스포츠용품, 패션 상품 등을 집중 배치하고, 전체 편성 상품의 절반 이상을 건강식품으로 채웠다. 수면 관리 수요를 반영해 ‘숙면’과 ‘항균’ 기능을 강조한 침구 상품 편성도 확대했다.
NS홈쇼핑 역시 지난 4월부터 생방송 시작 시간을 오전 5시로 40분가량 앞당겼다. 동시에 시니어 고객의 디지털 접근성을 고려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도 전면 개편했다. 화면을 여러 개 블록 형태로 나눠 상품 정보·혜택·구매 영역을 직관적으로 구분하고, 핵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작은 글씨와 복잡한 화면 구성에 익숙하지 않은 시니어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변화다.
온라인 유통 채널 전반에서도 시니어 친화형 UI·UX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 더현대닷컴은 50대 이상 고객의 쇼핑 편의를 위해 모바일 앱 글자 크기를 최대 30% 확대하고 상품 이미지 수도 3배 이상 늘렸다. 여기에 스마트폰 자판 입력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을 위해 딥러닝 기반 오타 보정 기능까지 도입했다. 단순히 화면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사용 과정에서 겪는 불편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콘텐츠 전략 변화도 뚜렷하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건강 전문 프로그램 ‘피지컬 100세’를 운영하며 건강 정보를 결합한 콘텐츠형 판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 건강식품 판매를 넘어 건강 체크, 생활 속 위험 요소, 뉴스형 건강 정보를 함께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같은 변화는 디지털 이용 장벽 자체의 '붕괴'와도 연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층 인터넷 이용률은 81.1%로 집계됐다. 과거 TV홈쇼핑과 오프라인 중심이었던 중장년 소비가 이제 모바일 쇼핑·라이브커머스·간편결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