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 선물을 준비하는 이들의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다만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 전반으로 빠르게 스며들면서, 어버이날을 준비하는 풍경 역시 과거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선물을 구매하는 수준을 넘어, AI 기술을 활용해 부모님에게 보다 특별한 경험과 감정을 전달하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는 아들의 이미지.
과거 어버이날 선물은 시대 흐름에 따라 뚜렷한 변화를 보여왔다. 1970년대에는 비누, 설탕, 밀가루, 빨간 내복처럼 생활에 꼭 필요한 생필품이 대다수를 이뤘다. 이후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1990년대에는 안마기, 건강기능식품, 건강검진권 등이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현금과 상품권, 외식이나 공연 같은 경험형 선물이 대세로 자리 잡았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은 AI로 청춘 복원하는 ‘인생 박사 학위 헌정’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경기콘텐츠진흥원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단순 상품권이나 현금처럼 다소 정형화된 선물보다, 첨단 기술을 접목한 맞춤형 선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고령화 사회가 본격화되면서 ‘에이지테크(Age-Tech)’ 분야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LG전자, 삼성전자 등은 건강과 안전, 액티브 시니어(디지털 기기를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시니어 세대)의 정서적 만족까지 고려한 ‘시니어 가전’을 내놓으며 변화의 흐름을 따라가려 하고 있다.
여기에 앞서 언급한 판매되는 제품이 아니라 AI를 적극 활용해 부모님에게 어디서도 팔지 않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려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지난 4월 8~27일 진행했던 ‘인생 박사 학위 헌정’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부모님의 오래된 사진을 AI로 복원해 고화질 영상 이미지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흐릿하게 바랜 사진 속 얼굴은 선명하게 복원되고, 부모님은 마치 실제 박사 학위를 받은 듯 학위복을 입은 모습으로 구현된다. 단순한 사진 복원을 넘어, 부모님의 삶 자체에 존경과 의미를 부여하는 새로운 형태의 선물인 셈이다.
아기 사진으로 이모티콘을 만들어 준다는 인스타그램 게시물. ⓒ인스타그램 캡쳐
최근 인스타그램과 블로그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아기나 손주의 사진을 AI로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타일 이미지로 제작해 선물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나 반려동물 사진 몇 장만 업로드한 뒤 ‘챗 치피티’나 ‘제미나이’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카카오톡 이모티콘 스타일 스티커 시트로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실제 상품처럼 완성도 높은 이미지가 생성된다. 최근에는 블로그 혹은 인스타그램 게시물에 “이 프롬프트 그대로 복사해 사용하세요”라며 AI 명령어인 프롬프트 또한 공유가 많이 되고 있다. AI 활용이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만 가능할 것 같던 프로그램 개발을 AI를 통해 구현해 부모님께 특별한 선물을 한 사례도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4세 문과 전공자인 김모씨는 이른바 ‘바이브 코딩’ 방식으로 부모님을 위한 피싱 문자 감별 챗봇을 직접 제작해 선물했다. 바이브 코딩은 AI와 대화하듯 코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비전공자도 비교적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해당 챗봇은 부모님이 받은 의심스러운 문자를 입력하면 AI가 피싱 가능성을 분석해 알려주는 구조로 제작됐다. 그러나 굳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하지 않더라도, 최근 주요 AI 서비스들은 이미 피싱 문자 판별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챗 지피티’나 ‘카카오뱅크 AI 기능’ 등에 문자를 입력하면 해당 메시지가 피싱일 가능성을 분석해 주는 식이다.
이 밖에도 어버이날 감사 카드 문구를 AI로 다듬거나, 부모님의 취향에 맞는 선물을 추천받는 등 활용 범위는 점차 넓어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볼 때 AI 기술이 더욱 발전할 경우, SF 영화에서 보던 가정용 휴머노이드나 AI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효도 선물 문화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