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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21일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권역별 거점도매 방식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 자리에서 회원사 대표와 임직원 등 300여 명은 “의약품 유통 생태계 파괴하는 거점도매 방식을 즉각 철회하라”, “일방적인 유통 갑질을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웅제약 유통 갑질’이라는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찢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거점도매 고수” 대웅제약 vs “전면 철회” 의약품 유통업계 ‘강대강 대치’ : 갈등 해소 핵심 키워드는 ‘투명한 유통구조와 데이터 공유’
한국의약품유통협회 회원사 대표와 임직원들이 2026년 4월21일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블록형 거점도매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 한국의약품유통협회

22일 제약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대웅제약이 올해 3월부터 도입한 권역별(블록형) 거점도매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각 권역에서는 대웅제약이 선정한 특정 도매업체만 대웅제약과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대웅제약은 종전까지 거래해 온 도매업체 40여 곳 대신 5개 거점 도매업체를 새롭게 선정했다. 

◆ 대웅제약, 불투명한 분산형 구조에 메스

지금까지 국내 의약품 유통은 이른바 ‘분산형 구조’로 이뤄져 왔다. 제약사가 다수의 도매업체와 거래하고 이들이 의약품을 약국과 병원에 납품하는 구조다. ‘제약사 → 다수 도매업체 → 약국·병원’ 구조로 요약할 수 있다. 약국 역시 여러 도매업체 중에 거래선을 선택할 수 있었다. 대웅제약은 이를 ‘제약사→ 권역별 거점도매 → 약국·병원’ 구조로 바꾸는 시도를 한 것이다. 

분산형 구조에서는 도매업체 간 거래, 즉 ‘도도매’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약국이 특정 처방약을 주문했는데 거래 중인 도매업체에 재고가 없는 경우 이 도매업체가 다른 도매업체에서 약을 확보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 특유의 제품명 처방 체계 때문에 도도매를 통한 재고 이동이 의약품 물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대웅제약은 이 구조에 과감하게 칼을 댔다. 이 회사는 분산형 구조의 도매업체 간 거래 때문에 제약사가 시장 재고를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여러 업체에 분산된 재고 때문에 물류비용이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어 새로운 유통방식이 배송의 불투명성과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효율적인 물류 관리와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약국 배송 서비스도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웅제약은 거점도매 도입과 유통 경로 단순화를 통해 의약품 이동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조부터 최종 소비 단계에 이어지는 공급망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는 대웅제약의 중요한 디지털 자산이 될 수 있다. 

대웅제약은 21일 의약품유통협회의 시위와 관련한 입장문에서 “블록형 거점도매는 단순히 물량을 배분받는 사업자가 아니라 온도 관리, 배송시간, 재고 보고 등 엄격한 물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책임형 파트너”라며 “거점도매 운영의 본질은 판매 독점이 아니라 품질과 공급 안정성 확보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점도매상과 일반 도매상 간 거래에는 회사가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독점 모델로 볼 수 없다”고 부연했다. 

◆ 의약품 유통업계 “즉각 철회”, 약사회 “의약품 공급 차질 우려”

반면 의약품 유통업계는 대웅제약의 권역별 거점도매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갑질’이라고 정의했다. 유통구조가 특정 제약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다수 도매업체의 독립적 거래권과 수익구조가 약화되고, 일부 중소 도매업체는 거점업체의 실질적인 하청업체로 전락한다고 주장한다. 

유통업계는 권역별 거점도매를 단순한 거래 방식 변경이 아닌 유통질서 전반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규정하면서, 보완이나 협의가 아니라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시위에서 박호영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은 “국내 의약품 유통의 역사를 함께 일궈온 파트너들에게 돌아온 것이 일방적인 거점도매 정책이라는 점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며 “거점도매는 효율화라는 명분 뒤에 숨은 생태계 파괴 행위이며, 다수의 중소 도매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불공정 행태”라고 비난했다. 

현준재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부회장(공동비대위원장) 역시 “수십 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동고동락해 온 업체들이 일방적인 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이는 그간 유통업계가 쏟은 헌신을 무시한 처사”라며 “대웅제약이 말하는 거점도매는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주고 대다수 유통업체를 고사시키는 명백한 갑질이다. 거점도매 정책 철회 없이는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약사들 역시 비판적 태도를 보인다. 대한약사회 16개 시도지부 협의회는 지난달 성명을 내고 블록형 거점도매 정책 철회를 대웅제약에 촉구했다.

약사들은 제약사가 특정 유통업체를 선정하는 경우 약국이 자율적으로 거래처를 선정하고 협상할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특정 지역에 대웅제약의 약품을 취급하기 어려워지는 병목현상이 발생해 의약품 입고 지연이나 공급 공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투명한 유통구조와 데이터 공유’ 핵심

제약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거점도매 논란이 단순히 유통 방식에 따른 이익과 손해의 갈등이 아니라 국내 의약품 유통구조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금의 분산형 구조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효율성을 추구하는 집중형 구조로 바꿀 것인지가 쟁점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의약품 유통구조 효율화의 필요성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의약품 도매업체 수(제조사와 수입업체 제외)는 지난해 기준 약 3600여 개로 파악된다. 의약품 유통 시장규모는 56조 원에 달하는데, 의학신문이 올해 1월 집계한 바에 따르면 상위 10개 업체가 시장의 34%(약 19조 원)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규모 영세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하지만 급격한 구조 개혁은 기존 이해관계자들에게 미칠 부작용이 매우 크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따라서 기존 구조를 개선하되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기 위한 거버넌스를 우선적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이를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중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제약사가 거점도매 업체를 선정하더라도 이 업체를 배타적인 독점 공급자가 아닌, 중소 도매업체들과 협력하는 ‘물류 허브’ 역할로 정의하고 공동 이익 구조를 설계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핵심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기존 불투명한 유통구조를 개선해 물류 처리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여기서 나온 데이터를 공유하는 플랫폼 설계가 시급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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