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주회사인 CJ와 CJ올리브영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승계와 지배구조 정리, 밸류업, 최근 정부당국의 규제 상황까지 모든 측면에서 두 회사의 합병이 더 나은 선택지라는 판단 때문이다. 다만 CJ 쪽은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이 없다며 합병 추진을 부정하고 있다.
애초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CJ올리브영이 기업공개를 추진한 후 이 회장의 자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과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이 CJ올리브영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CJ 지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다.
하지만 대내외적인 상황을 보면 합병 쪽으로 무게중심이 옮겨 가고 있는 듯하다. 가장 큰 이유는 상법 개정과 정부 정책 변화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중복상장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중복상장 문제를 지적한 데 이어,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3월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에서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발언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상장심사 과정에서 중복상장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CJ올리브영은 CJ가 최대주주(51.15%)로 있는 종속기업이므로 상장이 추진되면 CJ의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주주에게로 확대한 상법 개정의 취지에도 반하는 것이다.
합병이 승계에도 유리하다. CJ올리브영이 이경후 실장과 이선호 그룹장이 지분을 가장 많이 가진 계열사이기 때문이다. 이는 시장에서 오래전부터 합병 추진 가능성을 높게 점쳐 온 핵심적인 이유다. 두 사람의 CJ올리브영 지분율은 이경후 실장 4.21%, 이선호 그룹장 11.04%다.
CJ와 CJ올리브영이 합병하면 두 사람의 CJ올리브영 지분이 CJ 지분으로 전환돼 추가 자금 투입 없이도 지주사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현재 두 사람의 CJ 지분율(보통주 기준)은 1.47%, 3.20%에 그친다.
합병으로 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면서도, 오너 일가의 CJ 지분율 상승으로 지주사의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는 장점도 있다.
CJ의 수익성과 주주환원 확대에도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CJ올리브영이 CJ그룹의 캐시카우로 도약한 시점에서 알짜 자회사를 지주회사가 직접 흡수함으로써 재무건전성이 좋아지고 배당 확대 여지도 커진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지주사 할인’을 해소할 수 있다. CJ올리브영은 2025년 역대 최고인 매출액 5조8335억 원, 영업이익 7447억 원의 실적을 거뒀다.
CJ올리브영의 자사주 보유 비율(22.58%)이 높다는 점도 이경후 실장과 이선호 그룹장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비상장사 역시 자사주 소각 의무가 법제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어차피 해야 할 자사주 소각을 단행하면 두 사람의 지분율이 높아지고 이는 추후 합병비율 산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합병 전 자사주 소각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줄이고 시장의 신뢰를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다. CJ가 발행해야 할 신주의 총량이 감소해 기존 CJ 주주의 지분 희석을 줄이기 때문이다.
최근 CJ가 합병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유력한 정황도 나타났다. CJ올리브영이 임직원에게 부여했던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전량 취소한 사실이 이번 감사보고서에서 드러난 것이다. 통상 기업 합병 과정에서는 스톡옵션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다. 스톡옵션이 기업가치 산정과 지분 구조를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주주들의 지분 희석을 불러올 수도 있다.
이선호 CJ 미래기획그룹장(왼쪽)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 자녀 승계보다 기존 CJ 주주가치에 무게중심 둔 합병비율
하지만 합병 과정에 대한 우려와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입장은 무엇보다 합병비율과 관계가 있다.
우선 CJ그룹 입장에서는 합병을 추진하면서 CJ올리브영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하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오너 일가의 승계와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CJ올리브영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은 기존 CJ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된다. 특히 CJ 지분을 13.4%나 들고 있는 국민연금공단이 반대표를 던질 확률도 높다. 최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를 강화하며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되는 안건에 대해 엄격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되면 주식시장에서는 합병을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목적이 아닌, 승계 이슈로만 판단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경우 ‘지주사 할인’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에게로 확대한 상법 개정의 취지에 반한다. 기존 CJ 주주들은 이익이 침해됐다고 판단하고 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결국 기존 CJ 주주의 반발을 최소화하고 오너 일가도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합병비율 산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회장과 CJ그룹이 ‘승계’보다는 ‘기업가치 제고’에 합병의 무게중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