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올해 신제품 확대와 자산 매각, 비용 절감 등 다양한 전략을 동원하며 실적 반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보다 따뜻한 날씨에 따른 내수 소비 회복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성수기 효과를 겨냥한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시장 대응 전략을 동시에 강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에도 불구하고 실적 개선이 구조적으로 외부환경, 특히 날씨 변수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박윤기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올해 내수 부문 매출 반등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9일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회사는 이번 달에만 5개 이상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제품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맥주 라인에서는 제로슈거에 귀리 맥아를 첨가한 ‘클라우드 크러시’를 선보였고, 탄산음료에서는 유산균 프리바이오틱스를 더한 기능성 소다와 ‘칠성사이다 제로 유자맛’을 출시했다. 또한 실론티 말차라떼 등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소비자 접점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로 음료 소비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성수기 수요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실적 방향성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외부 환경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라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특히 롯데칠성의 내수 음료 사업은 기온 영향이 매우 큰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연평균 기온이 높은 해일수록 매출이 증가하는 경향은 이러한 기온 변수의 영향을 뒷받침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연평균기온은 2024년 14.5도로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13.7도로 평균 기온이 밑돌았는데, 내수 음료과 주류 실적 모두 연평균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2024년이 더 좋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내수 매출은 음료 1조7455억 원, 주류 7161억 원으로 각각 –4.2%, -6.1% 하락했다. 이는 기온 상승이 성수기 수요를 확대시키며 실적을 끌어올리는 ‘증폭 변수’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연평균 기온과 실적 간의 상관관계가 확인되는 가운데, 보다 미시적 수준에서는 분기별 계절성 영향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소비재 업종에서 계절성 변수가 존재하지만 롯데칠성의 경우 기온과 성수기 수요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구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 2·3분기 매출은 9464억 원으로 1·4분기 매출 7269억 원보다 30%가량 높았으며, 2024년 역시 2·3분기 매출이 1·4분기 매출보다 33%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3분기에서 4분기로 넘어가는 시점에는 2년 연속 매출이 25~30% 급감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계절성이 실적 변동의 핵심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가와 신용평가업계 역시 실적 변동의 주요 원인을 경기, 날씨, 비용 환경 등 외부 변수에서 찾고 있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트렌드 변화와 경기 부진, 명절 연휴에 따른 출고 시점 변동 등이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라고 분석했고, 류은애 KB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따뜻했던 날씨 효과로 실적이 모두 지난해보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구정원 한국신용평가 연구원 역시 “내수 경기 부진과 비우호적 날씨, 원재료 가격 상승 및 환율 변동 등 외부 요인이 수요와 수익성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해외 사업은 이러한 내수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이를 근본적 성장 동력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필리핀 법인을 중심으로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 효과가 반영되며 수익성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일부 핵심 브랜드를 제외하면 전반적 성장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필리핀 자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765억 원으로 4.6% 증가했고, 같은기간 파키스탄은 1691억 원으로 14.7% 늘었으며, 미얀마는 800억 원으로 16.3%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해외 자회사의 전체 매출은 1조5344억 원으로 2024년보다 9.5% 증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해외 자회사 사업은 펩시코 제품 중심의 보틀링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지적된다. 자체 브랜드 확대보다는 글로벌 원천 브랜드 유통 구조에 기반하고 있어 성장의 자율성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같은 기간 롯데칠성의 음료의 수출 매출은 1310억 원으로 2024년보다는 5.2% 성장했지만, 음료 전체 매출의 7.2% 수준에 그치며 매출 기여도는 제한적이었다. 주류 수출 역시 같은 기간 804억 원으로 3.4% 증가했지만 전체 주류 매출의 10%대 비중에 머물며 실적을 견인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롯데칠성의 해외 실적 개선은 펩시 보틀링 중심의 글로벌 브랜드 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 의존 구조를 보완하기에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해외 사업은 단기적으로 실적 하방을 방어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으며, 전체 실적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지난해 기준 매출의 60%가량을 차지하는 국내 사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황종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2024년 기준 매출비중 약 50%에 상당하는 국내 음료사업의 실적 개선 여부가 전사 차원의 영업실적 회복을 좌우할 전망이다”며 “다만 내수부진과 판가 인상에 따른 가격 저항 영향 등으로 음료 판매량이 둔화된 상황에서 대외경기 불확실성으로 원가 부담 확대도 지속되고 있는 점은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