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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이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안건을 처리했다. 이번 정기주총에서는 특별한 갈등 표출 없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번 주총에 따른 변화 중 핵심은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물러나고 황상연 신임 대표가 선임된 것 △4자연합의 한 축인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김남규 대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한 것을 들 수 있다. 

박재현 전 대표의 사임으로 한미사이언스 대주주인 신동국 회장과 박 전 대표의 내부갈등은 봉합됐다. 하지만 4자연합 내 균열 조짐이 있고 한미약품 창사 이래 첫 외부 출신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신도 있어, 그룹 내 안정에 이르기까지는 여전히 변수가 남아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약품그룹 박재현 사임으로 내부갈등 봉합 : 신임 황상연 리더십 검증 전이고 4자 연합 균열 조짐은 여전
한미약품 본사 전경 ⓒ 한미약품

◆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의 이사회 구성 변경

1일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공시 내용을 종합하면, 우선 한미사이언스에서는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사내이사 임기가 남아있던 김성훈 전무(기획전략본부장)가 물러났다. 한미사이언스 이사 정원(10명)이 꽉 차 있는 가운데 임기 종료를 맞은 이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구성은 기존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3명, 기타비상무이사 2명에서 사내이사 4명(김재교·임주현·임종훈·심병화), 사외이사 3명(최현만·김영훈·신용삼), 기타비상무이사 3명(신동국·배보경·김남규)으로 변경됐다. 

한미약품에서는 임기가 종료된 박재현 대표이사, 박명희 전무(국내사업본부장), 윤영각 사외이사, 윤도흠 사외이사, 김태윤 사외이사 등 5명 중 김태윤 사외이사(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만 재선임하고 나머지 4명은 물러났다. 그 대신 황상연 신임 대표, 김나영 전무(신제품개발본부장)가 사내이사에, 한태준 겐트대학교 글로벌 캠퍼스 총장과 채이배 이로움재단 상임이사(전 국회의원)가 사외이사에 각각 선임됐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 이사회 구성은 사내이사 4명(황상연·임종훈·김나영·최인영), 사외이사 4명(김태윤·이영구·한태준·채이배), 기타비상무이사 2명(신동국·김재교)으로 짜여졌다. 

◆ 4자연합의 균열 조짐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김남규 라데팡스 대표가 진입한 것은 4자연합 체제를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외부에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4자연합 중 유일하게 이사회에서 빠져 있던 라데팡스 쪽 인사가 진입함으로써 균형을 맞춘 모양새가 됐다. 

4자연합은 2024~2025년 기간 동안 이어진 한미약품 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한 편에 선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라데팡스파트너스의 연합을 말한다. 

하지만 더 깊이 들여다보면 갈등의 불씨와 균열의 조짐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한미사이언스가 2025년 추진하기로 했던 시니어케어 사업이 6월10일 이사회 부결로 불발된 사건이다. 4자연합 중 신동국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은 이사회 부결이 신 회장의 입장 번복 때문이라고 보고 신 회장에 대해 6백억 원 규모의 위약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사회 안건에 대해 사전 협의하고 합의된 대로 의결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주간 계약을 어겼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보유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등에 대해 가압류를 신청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사회 진입으로 라데팡스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4자연합 내 균열 가능성이 오히려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대표가 송 회장, 임 부회장과 오랜 기간 교류해 온 인사인 만큼 신 회장에 대한 견제가 심해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한미약품 오너가의 상속과 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자문하고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4자연합 형성에 관여해 온 인물로 꼽힌다. 

김 대표는 변호사 출신으로, 삼성 에스원 준법경영팀장, 삼성전자 법무실 수석변호사, KCGI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리스크책임자(CRO)를 역임했다. 2021년 라데팡스를 설립했다. 

만약 4자연합 내 갈등이 불거져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는 경우 킬링턴유한회사(라데팡스의 특수목적법인)의 지분(9.81%)이 캐스팅보드 역할을 할 가능성도 커졌다. 현재 신 회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한미사이언스 지분율은 본인(22.88%)과 한양정밀(6.95%)을 합쳐 29.83%에 이른다. 하지만 송 회장(3.38%)과 임 부회장(7.57%), 임종훈 사장(5.09%)과 두 재단(가현문화재단+임성기재단) 등 오너 가족 지분율은 22.13%에 그친다. 

다만 현재 공시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55.85%) 중 신 회장 쪽 지분을 뺀 지분율은 30.98%에 달해 신 회장 쪽 지분율을 넘어선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이 향후 돌발 상황을 대비해 추가로 지분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한미약품그룹 박재현 사임으로 내부갈등 봉합 : 신임 황상연 리더십 검증 전이고 4자 연합 균열 조짐은 여전
황상연 한미약품 대표이사 ⓒ 한미약품

◆ 황상연 대표의 리더십은 통할까

박재현 전 한미약품 대표는 이번 정기주총 의장을 마지막으로 대표직에서 사임했다. 그의 사내이사 자리는 황상연 신임 대표가 채웠고 황 대표는 같은 날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면서 한미약품 역사상 첫 외부 출신 CEO로 기록됐다. 

황 대표는 1970년생으로, 서울대 화학과에서 학사·석사 학위를 받고 LG화학을 거쳐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 종근당홀딩스 대표, HB인베스트먼트 PE부문 대표를 지냈다. 재무·투자 분야의 전문가로 평가된다. 

박 대표의 사임은 4자연합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절충하고 한발씩 양보한 결과로 여겨진다. 특히 신동국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이 박 대표의 연임을 반대했던 신 회장의 입장을 고려한 것로 보인다. 황 대표를 신 회장이 추천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새로 취임한 황 대표의 리더십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황 대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한미약품 직원들의 높은 지지를 받던 인물이란 점이 부담이 될 수 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황 대표가 비만치료제 등 핵심 연구개발(R&D) 프로젝트를 차질없이 이어갈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 지주회사 및 대주주와의 어렵고 복잡한 이해관계도 풀어내야 한다. 

황 대표는 정기주총이 끝난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애널리스트 생활을 하면서 한미약품을 30여 년간 분석해 왔다”면서 “외부 영업 인사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경영을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법과 상식에 충실해 고객가치와 직원가치,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경영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룹 내 경영권 이슈와 관련해서는 중립을 강조했다. 황 대표는 “개정 상법 취지에 따라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경영해야 한다”며 “선대 회장께서 주창하신 인간 존중과 가치창조 경영 원칙을 염두에 둔다면 시장의 우려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복합고지혈증치료제 로수젯 원료 변경과 관련해서는 원칙론을 제시했다. 황 대표는 “제약 산업은 규제 산업인 만큼 품질과 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 전제가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경제성과 고객 이익을 함께 고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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