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KT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31일 열리는 이번 주총을 기점으로 멈췄던 KT의 경영 시계가 다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이변이 없다면 박윤영 KT 사장 후보가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주총 이후 KT 인사와 조직개편도 급물살을 탈 것이다.
KT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이미 박윤영 후보의 대표이사 선임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최대주주인 현대차가 국민연금 의사를 거스를 이유는 없어 보인다.
KT 양대 노조가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를 냈던 사외이사 '셀프 연임' 문제도 잦아들었다. 윤종수 사외이사가 사퇴하면서 관련 안건이 폐기 처리됐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비롯한 나머지 17개 안건 가운데 딱 한 개만 빼고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뜻밖에도 최근 일련의 KT 논란에 등장하지 않았던 자사주 안건이 문제가 됐다. 국민연금은 KT 주총 제6호 의안인 '자기주식 보유 및 처분 계획 승인의 건'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반대 이유는 "자기주식 취득 당시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공시했던 것과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31일 드디어 KT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다. 뜻밖에도 최근 일련의 KT 논란에 등장하지 않았던 자사주 안건이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받았다.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챗GPT로 생성한 이미지.
한마디로 KT의 자사주 운용 계획이 '주주가치 제고'와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KT가 공시한 주총 의안을 보면 KT는 보유한 자사주의 44.3%를 소각하고, 나머지를 55.7%를 '임직원 보상 및 사외이사 주식 보상'과 '우리사주 제도 실시'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KT의 자사주는 4.34%에서 2027년 주총 전까지 2.36%로 줄어들 전망이다.
문제는 남은 2.36%의 자사주 보유 목적 어디에도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된 사항이 언급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KT는 자사주 보유 목적으로 임직원 보상 및 사외이사 주식 보상, 우리사주 제도 실시 두 가지를 제시했다. 모두 KT와 임직원 사이 원활한 관계 유지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KT 주가 부양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 KT가 애초에 밝힌 자사주 취득 목적과 실제 운용 내역 사이에 괴리가 크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이 비판을 KT가 예상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자사주 보유 목적이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이 없어도 주총 안건으로 내놓은 것은 그렇게 해도 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르면 기업이 자사주를 보유할 수 있는 몇몇 예외 조항이 존재하고, KT가 명시한 보유 목적 두 가지도 여기 해당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KT의 자사주 보유 목적이 떳떳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KT 주주들은 KT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를 운용했다는 것을 철석같이 믿어왔다. KT가 자사주를 취득할 때마다 '주주가치 제고'라는 목적을 빠뜨리지 않고 공시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공시한 목적과 명백히 다른 보유 목적이 발생했으니 KT는 공시 사항을 스스로 어긴 것이 된다. 주총 안건이 통과된다고 해도 문제다.
물론 이 문제는 KT만의 잘못은 아니다. 애초에 대다수 기업들이 자사주 취득 공시를 형식적으로 해오고 있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단체에서 활동하는 변호사는 "KT가 잘 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공시에서 '주주가치 제고'라는 말을 형식적으로 쓰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사주를 취득할 때마다 기업들은 주주가치 제고라는 말을 동원하지만, 실제 처분 과정에서 소각이 진행되지 않는데도 투명한 설명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 낡은 변명에 불과하다. 상법 개정으로 주주들의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진 지금, "법적 문제는 없다"거나 "모두 그렇게 해왔다"는 면피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KT 이사회는 이번 자사주 안건에서 나올 반대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남은 자사주에 대해 장기적 소각 계획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새로 돌아가는 KT 경영 시계를 주주 눈높이에 맞출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