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밤 일본 국회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반대하고 일본의 헌법 개정 움직임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렸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2만4천 명이 모여 국회 주변 보도를 가득 메웠다. 참가자들은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들고 "전쟁 반대! 과거에서 배우자", "개헌 반대! 평화를 지켜라!"라고 외쳤다.
국회 주변 '응원봉' 시위, 큰 움직임으로 확대
국회 앞에서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항의했다. ⓒSumireko Tomita / HuffPost Japan
이번 집회는 시민단체 '위 원트 아워 퓨처(WE WANT OUR FUTURE)'와 '헌법 9조 지켜라! 실행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앞서 지난 10일에도 국회 앞에서 시위가 열렸다. 현장에는 8000명(주최 측 발표)이 참여했고, 온라인 중계에는 1000명이 시청했다. 이번에는 현장에서 2만4000명, 온라인 중계에는 연인원 7만 명이 참여했다. 또 다른 단체가 주최한 지난 19일 의원회관 앞 시위에는 1만1000명이 모였다.
아이돌 그룹, 애니메이션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응원봉을 활용해 반전·헌법 수호를 외치는 시위는 현재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시위 참가자들이 가져온 응원봉의 물결로 가로등이 적어 밤에는 어두웠던 국회 주변이 밝게 빛났다.
일본 시민들이 3월 19일 밤 의원회관 주변에서 ‘NO WAR’ 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Sumireko Tomita / HuffPost Japan
'WE WANT OUR FUTURE' 관계자는 이번 큰 움직임을 두고 "'이제 정말 위험하다'는 위기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서 운동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국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전후 80년을 맞아 평화헌법의 의미와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역할에 대해 사람들이 다시금 생각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위 현장과 SNS를 보면 '어떠한 이유로도 무력으로 다른 나라의 주권을 위협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군비 증강이나 전쟁 위기를 부추기는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반전·평화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전했다.
2월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316석을 확보했고,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헌법 개정에 도전하겠다"며 개헌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과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가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근거로 해당 행위를 비난하거나 공격 즉시 중단을 요구하지 않고 있는 점이 쌓이면서 국민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이다.
“시위에 처음 참석했다” 청년과 여성 참여도 늘어나
꽃이 피기 시작한 벚꽃나무 앞에서 시민들이 'NO WAR' 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Sumireko Tomita / HuffPost Japan
국회 주변에서 열린 일련의 시위에서는 '응원봉'을 활용해 목소리를 냈다. 주최 쪽 관계자는 "지금까지와 비교해 젊은 층과 여성의 비중이 높아진 인상을 받는다"며 "SNS 게시물에서도 '용기를 내 시위에 처음 참석했다'는 글이 많아 희망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시민운동에서 받은 영향도 있지만 각자가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본다"며 "참가자들이 자신을 '관객'이 아니라 '시위를 구성하는 일원'으로 인식하는 점이 이번 응원봉 행동에도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응원봉을 활용한 시위는 한국에서 시작됐다. 2024년 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 시위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응원봉을 들고 항의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각국에서 보도됐다.
응원봉을 사용한 시위의 시작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 비롯됐다. 많은 시민이 촛불을 들고 항의한 사건으로 인해 '촛불 혁명'이라고 불렸다. 그러나 당시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이 "촛불은 촛불일 뿐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고 발언하자 이에 반발한 시민들이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LED 촛불을 들고 항의하기 시작했고 이후 2024년 말 시위에서는 LED 촛불이 응원봉으로 발전했다.
이번 시위에 처음 참여했다는 34세 여성은 타카라즈카 가극단 응원봉을 들고 혼자 국회 앞에 나왔다. 그는 "친구들과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도 "19일 시위에 1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는 뉴스를 보고 용기를 내 처음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전쟁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모두 잠시 멈춰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 앞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도 시민들이 역 앞 등지에서 반전 스탠딩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SNS에서는 삿포로, 나고야, 오사카, 교토, 후쿠오카, 나하 등지에서 시위가 열렸다는 소식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 허프포스트코리아는 해당 기사를 작성한 허프코스트재팬 기자의 협업 제안을 받아 기사를 공유했습니다. [번역·정리 양아라 허프포스트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