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제네릭(복제약) 약가 개편안을 확정지었다. 2012년 마지막으로 제네릭 약가를 재편한 이후 14년 만이다.
이번 약가 개편으로 제네릭 약가는 최대 16%가량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약값 부담도 완화될 전망이다.
제약업계는 불만이다. 건강보험 급여 등재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토종 제약사들은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우려한다. 현재 이들의 평균 매출원가율은 60~70%, 평균 영업이익률은 5~6% 수준이다.
하지만 정부는 한국의 제네릭 약가가 글로벌 평균보다 비싼 편이어서 제약사들의 혁신을 가로막는 요소가 되고 있다고 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 제네릭 가격은 OECD 평균보다 2.17배 비싸다. 사용되는 제네릭 약품에 지급되는 건강보험 급여액도 평균 80%가량 높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국가들이 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추세라고 지적한다.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환자 약품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다. 한국 정부도 이 같은 정책적 흐름을 따르고 있다는 해석이다.
챗지피티가 생성한 이미지 ⓒ AI
30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건강보험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현행 오리지널 의약품의 53.55%인 제네릭 약가를 45% 수준까지 낮추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51% 수준으로 인하한 뒤 매년 2%p씩 낮춰 2029년 45%로 조정한다.
예를 들어 복합 만성질환자로 고혈압약(노바스크정), 고지혈증약(리피토정), 당뇨약(트라젠타정)을 복용하는 A씨의 경우 지금은 연간 약값으로 15만6805원이 들지만 제네릭 가격 인하 후엔 13만5780원으로 2만1025원 줄어든다.
다만 정부는 제약업계와 논의하는 과정에서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약가 인하 수준을 일부 조정했다. 애초 정부는 제네릭 약가 인하 수준을 오리지널의 40%로 정한 안을 지난해 11월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의견 청취 과정에서 제약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45% 수준까지 양보했다.
또한 정부는 조건에 따라 인하 시점을 일부 연기해 달라는 업계의 요구도 일부 수용했다. 혁신형·준혁신형 제약사에 대한 특례, 최대 10년에 걸친 순차적 인하 방안이 모두 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인 결과다.
우선 정부는 혁신형·준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해서는 특례를 적용해 인하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49%가 된 후 4년간, 준혁신형 제약기업은 47%가 된 후 3년간 유예기간을 각각 부여해 6년 후 45%에 귀결되도록 한다.
혁신형 제약기업은 신약개발과 연구개발(R&D) 투자 비중이 높고 글로벌 진출 역량을 갖춘 기업으로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에 따라 정부가 인증한 기업을 말한다. 준혁신형 제약사는 혁신형 인증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높은 R&D 투자를 이어가는 제약사로, 이번에 새로 신설된 기준이다.
또 정부는 이미 등재된 제네릭들의 경우 등재 시기별로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하하기로 했다. 2012년 약가 개편 당시 가격을 인하한 품목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인하하지만, 2013년 이후 등재된 약은 최초 4년의 유예기간 후 2030년부터 차례로 인하한다.
이에 따라 혁신형·준혁신형 특례와 2013년 이후 등재 조건을 모두 만족하면 최장 10년 후인 2036년으로 45% 귀결 시점을 늦출 수 있게 된다.
◆ 혁신 신약 중심의 제약 생태계 형성에 기여
정부가 제네릭 약가를 인하하는 목적은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고 △제네릭 업체와 품목 난립을 방지하고 △신약 R&D 중심으로 제약산업의 혁신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는 국내 제약사의 높은 제네릭 의존도 때문에 신약 개발·생산 투자에 관심 없는 영세 제약사들이 난립한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제네릭 약가를 주기적으로 평가해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시스템도 마련하기로 했다. 성분별 품목 수, 시장 구조, 주요국 약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조정하는 기준을 신설하게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른 주요국의 경우 최초 제네릭 등재 후 주기적으로 약가를 조정하지만 한국은 이 같은 사후 조정 기전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