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회장은 1기 체제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이끌어내며 경영 능력을 입증했지만,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그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최대 경쟁사인 KB금융지주와의 실적 격차가 더욱 벌어지며 ‘리딩금융’ 자리를 내준 탓이다.
순이익 기준 9천억 원 가까이 벌어진 격차를 좁히고, 2022년을 마지막으로 꿰차지 못했던 '리딩금융'의 자리를 탈환하는 것이 진 회장 2기 체제의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2기 체제가 닻을 올렸다. ⓒ허프포스트코리아
◆ 사상 최대 실적에도 웃지 못한 신한금융, 뼈아픈 1위와의 격차
신한금융지주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진옥동 회장의 연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했지만, 글로벌 양대 의결권 자문사가 모두 찬성 의견을 내며 외국인 표심이 진 회장을 향해 연임을 굳히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진 회장의 가장 강력한 연임 명분은 단연 '실적과 기업가치 제고'다.
신한금융지주는 2025년 4조9716억 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그룹 당기순이익을 냈다. 비은행 부문 순이익을 전년보다 33.6% 성장시켰으며 2027년 목표였던 주주환원율 50%를 2년이나 앞당겨 달성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순이자마진(NIM) 둔화 환경 속에서도 자산 성장과 수수료 비즈니스 확대로 방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최대 경쟁사인 KB금융그룹과의 순이익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2022년 KB금융을 제치고 리딩금융 왕좌를 차지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인 2023년 다시 1위 자리를 내줬고, 이후 격차는 2023년 2639억 원, 2024년 6280억 원에서 2025년 8714억 원으로 계속 확대됐다. 2025년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 성장률은 11.7%로 선전했지만, KB금융(15.1%)의 기세를 따라잡기엔 역부족이었다.
격차 확대의 가장 뼈아픈 지점은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2.1% 성장에 그친 3조7748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18.8% 급성장한 3조8620억 원을 거두며 약 900억 원 차이로 신한은행으로부터 '리딩뱅크' 타이틀을 탈환했다.
◆ 대형 손보사 부재에 발목 잡힌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절실
은행뿐만 아니라 비은행 부문의 구조적 약점도 그룹 전체의 실적 격차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25년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2024년보다 5.2%포인트 오른 29.3%를 기록했다. 상당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기도 하지만, 신한금융그룹이 전통적으로 비은행 비중이 높은 종합금융그룹이었다는 것을 살피면 완전히 만족할만한 성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은 2021년 42.4%, 2022년 39%, 2023년 35%, 2024년 24.1%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5년에 29.3%로 반등했다. KB금융그룹은 2025년에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비중 37%를 기록했다.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의 약점으로 대형 손해보험사의 부재를 꼽는다. KB금융그룹은 KB손해보험(7782억 원)과 KB라이프생명(2440억 원)을 통해 1조 원 대의 보험업 이익을 창출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신한라이프가 지난해보다 3.9% 감소한 5077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데 그쳤다. KB라이프생명의 두 배가 넘는 이익을 신한라이프가 낸 셈이지만, 손해보험의 부재가 뼈아팠던 셈이다.
핵심 비은행 계열사의 희비도 엇갈렸다. 신한카드의 2025년 당기순이익은 476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7% 역성장했다. 다행히 신한투자증권이 전년 대비 113% 폭증한 3816억 원의 순이익을 내며 비은행 부문의 빈자리를 상당 부분 방어했지만, 근본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진옥동 2기의 반격 카드, '생산적 금융'과 'AX'로 리딩금융 정조준
진 회장은 2기의 '반격 카드'로 '생산적 금융'과 'AX(인공지능 전환)'를 결합해 지속가능한 질적 성장을 이뤄낸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5년 동안 모두 110조 원을 공급하는 '신한 K-성장! K-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기업과 미래산업, 스타트업 등 실물경제와 생산적 금융을 연결하는 대규모 자본 투입 프로그램이다. 이를 속도감 있게 실행하기 위해 은행, 카드, 증권 등 주요 자회사가 모두 참여하는 전담 PMO 조직을 신설해 전사적 프로젝트로 관리한다.
비은행 및 자본시장 갭을 메우기 위한 핵심 인사도 단행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전략부문장을 지낸 이석원 후보를 신한자산운용 신임 대표로 내정하며, 연기금 수준의 장기 책임투자 역량을 한층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사적 AX(인공지능 대전환) 내재화로 수익성과 효율성 극대화를 노린다는 방향도 설정했다. 신한금융그룹은 AI를 그룹 경쟁력과 직결된 핵심 전략 과제로 규정하고, 모든 현업 부서가 직접 AI를 설계하는 '1부서 1에이전트'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미 신한은행이 외환·수출금융 영역에 도입한 '수출환어음 매입 AI 심사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신한금융그룹은 앞으로 여·수신, 리스크 관리, 자산관리 등 그룹 전 영역에 AI를 안착시켜 비용 효율화와 초개인화 서비스를 앞당기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진 회장은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신한금융그룹의 AX를 강조했다. 진 회장은 이번 주주총회 인사말에서 "AX와 DX에 속도를 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일하는 방식, 상품, 서비스 전반에 모두 인공지능을 적용해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AX와 DX를 통해 고객경험 혁신과 조직 생산성 제고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 AI를 전 직원의 일상적 업무 방식으로 정착시켜 실행력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