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채용이 ‘정밀 채용’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기 둔화로 비용 효율화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찾아온 기업들의 변화다. 사업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정확한 인재’ 선별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단순 인력 확충으로는 수익성을 방어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기업에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은 사업 구조 전환에 직결되는 핵심 직무 인재를 선별적으로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비용을 줄이면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 수’가 아니라 인재의 ‘질과 적합성’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전략이 더욱 정밀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6년 상반기 주요 유통기업의 채용 전반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온라인·오프라인 통합과 물류 자동화, 글로벌 확장 등으로 유통산업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한 채용 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이 기업들의 홍보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용에서 롯데백화점과 CJ올리브영, CJ대한통운, GS리테일, 무신사 등 주요 기업들은 사업 구조 변화에 맞춘 직무 중심 선발에 예전과는 다른 강도로 방점을 찍고 있다.
채용 기준부터 달라졌다. 기업들은 학점과 학력 등 전통적 ‘스펙’보다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하는 새로운 평가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학력과 학점을 배제한 ‘아이엠(I’M) 전형’을 통해 포트폴리오와 현장 오디션으로 직무 수행 능력을 검증한다. 무신사 역시 실제 매장 상황을 반영한 ‘리얼 핏(Real Fit)’ 면접을 도입해 현장 대응력과 고객 중심 사고를 확인한다. 두 사례 모두 실무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우선하며 ‘바로 투입 가능한 인재’를 가려내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채용 과정도 ‘정량적 평가’에서 ‘경험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채용 설명회에 게임형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원자가 물류 운영 구조를 직접 체험하도록 했고, CJ올리브영은 직무 체험 부스를 마련해 지원자의 이해도를 높였다. 기업들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채용 전 과정에서 지원자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방식을 진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선발 방식에서는 ‘검증’의 비중이 한층 강화됐다. GS리테일은 채용연계형 인턴십을 전면 도입했고, 롯데백화점 역시 인턴십을 거쳐 최종 입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택한 것이 대표적이다. 단기간 면접으로 판단하기보다 실제 업무 환경에서의 적합성을 확인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집 직무에서도 실제 필요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CJ대한통운은 AI·빅데이터, 로보틱스 등 디지털 전환 관련 직무를 확대하는 동시에 안전·보건 직무를 신설하며 채용 구조를 재편했다. CJ올리브영은 글로벌 전형을 통해 해외 사업 확대에 대응하고, 무신사는 글로벌 리테일 리더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