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에 호르무즈 호위를 요청했다가 3일 만에 화를 내며 자진 철회했다. 이란 전쟁이 예상 밖으로 꼬이자 허둥지둥대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다행히 파병 문제로 고민이 깊었던 우리나라는 한시름 놓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를 재편집한 것.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글로벌 원유 해상운송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동맹국의 함정지원 요청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글에서 "미국은 대부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으로부터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작전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미국은 군사적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더 이상 나토 회원국의 지원이 필요하지 않고 바라지도 않는다. 이는 일본과 호주, 한국도 마찬가지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호르무즈 군함 파견을 철회하면서 매우 화를 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이 주제를 두고 대화했다고 밝히면서 "살면서 그가 이렇게 화가 난 것은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동맹국들의 냉담한 반응 - 트럼프 회군의 배경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진은 AI로 생성한 이미지.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군함 파견 요청을 철회한 것은 동맹국들의 냉담한 반응이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 등 주요 동맹국들이 잇달아 명확히 거절하거나 난색을 표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6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영국은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더 큰 전쟁에는 끌려들어가지 않을 것이다"며 "영국 군인들을 위험한 곳으로 보내야 한다면 충분한 법적 숙고 끝에 임무를 하달할 것이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낼지 언급하지 않으면서 암묵적 반대의사를 밝혔다.
마크롱 대통령은 "나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에게 프랑스가 자국의 이익과 지역 파트너를 보호하고 항행의 자유를 유지하기 위해 엄격히 방어적 틀에서만 행동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호주와 독일은 요청을 받기 전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한국 정부, 트럼프의 '변덕'에 한시름 놓아
홍익표 정무수석이 2026년 2월12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이날 예정됐다 취소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오찬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이번 호르무즈 해협 호위작전에 참여를 요청받고 다른 동맹국들보다 부담이 컸을 것으로 보인다. 중동산 원유에 높은 의존도뿐 아니라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고, 무엇보다 한미 통상협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6일(현지시각)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수십 년 동안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을 보호해왔지만 정작 우리가 필요할 때 그들이 우리를 돕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늘 문제였다"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조심스럽게 난색을 표시했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이 17일 SBS '뉴스브리핑'에서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일방적 시혜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미국을 위해 베트남 전쟁에 함께 했고 많은 장병이 피흘리며 희생됐다"고 말했다.
홍 정무수석은 "중동에서 여러 차례 미국 주도의 전쟁이 있었을 때 재정적 지원은 물론 비전투 지원, 공병부대 등의 전투 병력을 지원한 적도 많았다"며 "한미관계가 긴밀한 안보동맹의 축은 맞지만 서로 존중 배려해야 하는 동맹관계인 것도 확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