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이 먹었던 봄동 비빔밥은 사실 '얼갈이 배추 비빔밥'이었다.
2008년 2월 3일 KBS '1박2일'-전남 영광편 방송 장면. ⓒKBS
나영석 피디는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 "강호동의 봄동 비빔밥이 요즘 다시 유행"이라며 "봄이 올 때마다 같은 재료로 만들어봤는데 그 맛이 안 나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알고 보니 봄동이 아니라 얼갈이 배추였다"며 "당시 할머니께서 계속 '봄동'이라고 부르셔서 그대로 믿고 방송에 내보냈다"고 털어놨다.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 영상 장면 ⓒ채널십오야
최근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꾸)'에 이어 SNS 숏폼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봄동 비빔밥이다.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인 2008년 2월3일 방송된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이 선보인 '봄동 비빔밥 먹방' 장면이 새삼 재조명된 게 계기가 됐다.
당시 프로그램을 연출했던 나영석 피디의 반전 고백까지 더해지며 관심은 더욱 커졌다. 그렇다면 얼갈이와 실제 봄동은 무엇이 다를까?
얼갈이 배추와 봄동, 어떻게 다를까?
얼갈이는 봄동과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자라는 방식과 먹는 방법은 조금 다르다. 얼갈이는 일반 배추처럼 속이 꽉 차지 않고 잎이 길쭉하게 자란다. 주로 늦가을에 심어 초봄에 수확하거나 봄에 심어 초여름에 거두는 등 하우스 재배 덕분에 사계절 내내 볼 수 있는 채소다. 잎이 단단한 봄동에 비해, 얼갈이는 잎이 훨씬 연하고 부드러워서 국물 요리나 김치에 적합하다.
봄동과 일반 배추의 차이는?
4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봄동을 고르는 시민. 2026.3.4 ⓒ연합뉴스
봄동은 최근 들어 다시 주목받고 있지만, 고려시대 기록에도 등장하는 '뼈대 있는 집안'의 채소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른 봄에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제철 채소로, 11월 말부터 이듬해 3월까지 수확된다. 특히 1~2월에 출하되는 봄동이 가장 맛이 좋다.
봄동은 노지(자연 그대로의 밭)에서 겨울을 나며 잎이 옆으로 퍼진 배추다. 일반 배추가 잎이 안쪽으로 모이는 것과 달리 봄동은 찬바람을 맞으며 자라기 때문에 잎이 활짝 펼쳐진 모양을 가진다. 추위 속에서 잎을 보호하기 위해 당분을 축적하기 때문에 일반 배추보다 단맛이 강하다.
봄동이 맛있게 자라기 위해서는 적당한 추위와 따뜻한 햇볕이 필요하다. 주로 전라남도 진도 해남 완도 신안, 경상남도 진주 사천에서 재배된다. 한파와 생산량 감소의 영향, 최근 봄동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도매 가격이 33%까지 오르기도 했다. 마트나 시장에서는 1kg당 6000원 대에 팔고 있고, 봄동 비빔밥 한그릇 가격도 8000~1만2000원 대에 팔린다.
봄동 비빔밥이 유행인가?
이런 흐름 속에서 '봄동 비빔밥이 유행인가'에 대한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봄동 비빔밥은 유행이 아니라 제철 음식이라고 부르기로 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조카: 요즘에 그 봄동 비빔밥이 유행이던데.
숙모: 뭣이 유행이여?
조카: 봄.동.비.빔.밥. 그거 요즘 사람들이 많이 해 먹어요, 숙모.
삼촌: 야 뭔 얘기야. 우리 어제도 해 먹었어. 뭐가 유행이야 그게?
숙모: 그냥 봄동 나올 때 됐으니까 사람들이 먹는 거지. 그것을 유행이라고 해?
조카: 그거 두쫀쿠보다 유행이에요.
삼촌: 우리 맨날 먹는 거여. 무슨 유행이여 그게? 야 별난 게 다 유행이다 이제는. 야 그럼 냉이 된장국도 유행이여?
숙모: 그러면 여름에는 수박이 유행이냐?
-'낭만부부' 콩트 중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김해준'에 올라온 '낭만부부' 영상 가운데 봄동 비빔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김해준 유튜브 채널
지난 11일 유튜브 채널 '김해준'에 올라온 '낭만부부' 영상 가운데 봄동 비빔밥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김해준 유튜브 채널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 봄동 비빔밥에 다시 주목하게 된 걸까.
사람들이 봄동 비빔밥에 빠진 이유는?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봄동. 2026.3.4 연합뉴스
사람들이 봄동 비빔밥에 빠진 이유는 유행을 넘어선 '제철의 힘' 때문으로 보인다. 봄이 오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대표적인 제철 음식으로, 봄동은 그 시기에 가장 맛이 절정에 이른다. 이처럼 제철 채소는 '지금 아니면 못 먹는다', '가장 맛있을 때 먹어야 한다'는 심리를 자극하며 더욱 큰 매력을 발휘한다.
특히 봄동은 열을 가하기보다 생으로 먹을 때 맛의 진가가 살아난다. 무침이나 쌈채소로 즐기거나, 밥에 비벼 먹으면 아삭한 식감과 달큰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물기를 제거한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 봄동에 고추장, 다진 마늘, 간장, 참기름, 약간의 설탕이나 올리고당을 섞은 양념장을 넣고 가볍게 버무린다. 이를 따뜻한 밥 위에 올리면 기본적인 봄동 비빔밥이 완성된다. 여기에 계란 프라이나 김가루, 참치, 소고기 등을 넣으면 한 끼 식사로도 훌륭하다. 무엇보다 봄동 비빔밥은 먹기 직전에 봄동 무침을 비벼야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으며, 참기름과 깨소금을 더하면 고소한 풍미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
이처럼 봄동 비빔밥이 사랑받는 이유는 '건강하면서도 맛있다'는 점에 있다. 봄동에는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환절기 면역력 강화와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칼슘과 각종 무기질이 들어 있어 뼈 건강에 좋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변비 개선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100g당 약 20kcal 수준의 저열량 식품으로, 포만감을 줄 수 있어 다이어트 식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