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주요 계열사 인사가 마침내 시작됐다.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 후보 내정 이후 2개월가량 이어지던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시작이 너무 늦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경쟁, 내부 노사 갈등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경영 정상화 시계가 너무 늦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KT 주요 계열사 인사가 시작되며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 후보 내정 이후 2개월가량 이어지던 ‘리더십 공백’이 해소되기 시작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2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KT의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가 내정되면서 박 후보가 이끌 KT의 조직 윤곽이 드러나는 것으로 해석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KT 전체 계열사 인사의 가늠자로 평가된다. KT스카이라이프는 11일 공시를 통해 조일 KT스카이라이프 경영기획총괄 부사장을 사장 내정자로 발표했다. 조일 내정자는 2020년 박 후보가 KT 기업사업부문장이었을 때 KT 경영기획부문에서 상무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박윤영의 KT’가 드디어 첫 발을 뗀 셈이다.
문제는 KT가 처해있는 긴박한 상황을 살피면 ‘박윤영의 KT’의 시작이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이 글로벌 AI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자회사 세 곳의 인사를 결정한 KT가 이미 ‘골든 타임’을 놓쳐버린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최근 열린 MWC 행사에서 SK텔레콤, LG유플러스의 수장들을 포함한 글로벌 IT 기업 리더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지만 KT에서는 김영섭 KT 대표이사 사장도, 박윤영 KT 대표이사 사장 후보자도 참석하지 못했다. 모든 IT 리더들이 서로 합종연횡을 펼치느라 바쁜 그 곳에, KT의 ‘머리’는 얼굴도 비치지 못한 것이다.
노사 갈등 역시 KT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과제 가운데 하나다. 특히 박윤영 후보자의 계열사 인사를 두고 노조측에서 반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 후보자의 리더십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나온다.
KT스카이라이프 노동조합은 조 후보의 경력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KT 내부 출신이 자회사 대표로 오면 자회사의 경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소리 전국언론노동조합 스카이라이프지부장은 “KT에 휘둘리는 경영자가 아니라 KT스카이라이프를 위한 결정을 내릴 전문 경영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KT 계열사 인사가 과거 인사 패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지적한 인사 관행은 BC카드 인사에서도 관찰된다. KT 주요 금융 계열사인 BC카드도 2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김영우 전 KT 전무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단독 추천했다. 외부 인사인 최원석 BC카드 현 대표이사의 4연임을 무산시키고 전형적 ‘KT맨’을 새 CEO로 택했다. 김 후보는 2014년 KT 재무실 IR 담당을 시작으로 글로벌사업개발본부장, 글로벌사업본부장, 그룹경영실장(전무) 등을 거쳤다.
이처럼 경영진 인선은 시작됐지만, 박 후보의 조직 개편 지연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12월 사장 후보로 선임된 뒤 인사 청사진을 그리는 과정에서 김영섭 현 KT 대표이사의 협조를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3월 MWC26 기간 김 대표와 박 후보가 비공개 회동을 가지면서 비로소 엉킨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새 사장 후보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KT가 사실상 매번 경영 공백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재편될 때까지 KT 조직 내부에서 실질적 경영이 이뤄지지 못하는 멈춤 상태가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김영섭 대표도 9개월가량의 경영 공백을 딛고 선임됐고, 이전 구현모 전 대표 선임 때도 계열사 인사가 수개월간 지연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만성적인 리더십 공백이 결국 KT의 미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일종의 경영 공백이 벌어지는 것은 민간 기업들과 다른 KT만의 문제”라며 “하지만 KT의 지배구조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지 박윤영 개인의 리더십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명예교수는 “KT의 경영 효율성이 경쟁 기업들보다 떨어지는 문제는 결국 인공지능(AI) 같은 글로벌 사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민영화 이후에도 KT는 마치 공공조직 같은 인사 관행을 따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