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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가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을 서두르면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공급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엔비디아는 베라 루빈을 위해 HBM4 초기 규격을 넘어선 고성능 제품을 필수적으로 요구했다.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조건을 만족하는 HBM4 양산과 출하에 먼저 성공하면서 엔비디아 메모리의 오랜 공급사였던 SK하이닉스가 공급망 주도권을 사수해야 하는 국면이 됐다. 베라 루빈 실물이 공개되고 엔비디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3사 임원들이 직접 만나게 될 엔비디아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GTC2026'이 주목되는 이유다.

엔비디아 콘퍼런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진검 승부의 장'인 이유 : '베라 루빈' HBM 공급 향방에 중대 영향
엔비디아가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AI) 가속기 개발에 서두르면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 공급이 중요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최태원 SK하이닉스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해 편집한 것.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엔비디아 공급망 주도권 다툼에서, 16~19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GTC2026이 분수령이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GTC2026은 엔비디아가 주최하고 전세계 개발자·연구자·비즈니스 리더들이 참석하는 세계 최대 규모 AI 콘퍼런스다. 이번 GTC에서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베라 루빈 실물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GTC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양사의 임원급 인사가 직접 참석한다. SK하이닉스는 도승용 SK하이닉스 부사장이 세션에 참석한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최태원 SK 회장이 GTC에 처음으로 공식 방문할 것으로 보여 이번 GTC가 갖는 의미를 짐작하게 한다. 최태원 회장은 이미 젠슨 황 CEO와 2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회동하는 등 몇 차례 만나 파트너십을 공고히 해왔다.

삼성전자에서는 송용호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사장이 'AI를 통한 반도체 제조의 미래'를 주제로 직접 발표에 나선다. 또 GTC에서 부스를 열어 HBM4·D램·낸드플래시 등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을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수장인 전영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나타날지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에서는 최태원 회장의 참석이 거의 확실시되는 만큼 전영현 부회장의 참석 여부도 세간의 이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영현 부회장의 GTC 참석 여부를 두고 "경영진 참석 일정은 확인해 드릴 수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엔비디아 콘퍼런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진검 승부의 장'인 이유 : '베라 루빈' HBM 공급 향방에 중대 영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CES2026에서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소개하고 있다. ⓒ 엔비디아

엔비디아는 1월 CES2026에서 베라 루빈 아키텍처를 공개하면서 HBM4 메모리를 사용할 거라 밝혔다. 특히 데이터 전송 속도는 11Gbps 이상으로, 단일 스택 기준 총 메모리 대역폭은 초당 3.0TB 위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는 JEDEC(반도체기술위원회)가 정한 HBM4의 초기 규격인 8~10Gbps를 뛰어넘는 수치였다.

가장 먼저 조건을 만족하는 HBM4의 양산 출하에 성공한 것은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는 2월에 이미 엔비디아에 HBM4 완제품 일부를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한발 늦게 양산에 성공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조만간 엔비디아에 HBM4 최종 샘플을 공급해 기준에 충족하는지 테스트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승자가 될 수도 있다. 구글이 엔비디아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자사의 TPU(텐서 처리 장치)를 혁신적으로 발전시키면서 엔비디아가 만드는 GPU의 압도적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의 TPU가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있다. 그럼에도 엔비디아의 입장에선 구매자인 기업들에게 선택권이 생기는 것 자체가 달갑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엔비디아는 베라 루빈 플랫폼을 2026년 하반기 중 출시한다고 발표하며 주도권 사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국 핵심은 다시 엔비디아가 요구하는 막대한 HBM4 물량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가 제때 충족할 수 있느냐가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정식 구매주문(PO)이나 퀄리티 테스트가 끝나기도 전에 본격적인 칩 생산에 들어가는 '리스크 양산' 체제를 택했다. HBM은 공정 난도가 높아 생산 소요 시간이 길고 수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선제적 물량 확보 없이는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평택 4공장에서 HBM4의 기반이 되는 1c D램 생산 시설이 생산량 20% 증가를 목표로 증설되는 중이다. 2027년 1분기에 완공 후 양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설비 증설은 SK하이닉스가 조금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충북 청주시 M15X 팹(공장)에 지난해 말부터 장비 반입을 시작해 곧 HBM4 양산에 들어간다. SK하이닉스는 청주에 첨단 패키징 팹을 짓는 한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도 내년 5월 중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 콘퍼런스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진검 승부의 장'인 이유 : '베라 루빈' HBM 공급 향방에 중대 영향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 AMD

한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4 경쟁에 엔비디아의 전통적 경쟁자인 AMD라는 변수가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리사 수 AMD CEO가 한국에 18일 처음으로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AMD는 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주도권을 크게 뺏긴 상태다. 리사 수 CEO의 방한도 HBM4 수급에서 엔비디아에 더 이상 밀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으로 보인다. AMD의 등장으로 HBM4 수요처가 다변화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무한 경쟁의 부담을 덜게 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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