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행을 계획할 때는 ‘어디를 갈까’보다 ‘어떤 지역의 맛집을 찾아갈까’라는 질문이 먼저 떠오른다. 관광지나 풍경은 덤이 됐다. 지역 음식과 맛집을 중심으로 여행지를 선택하는 ‘미식 여행’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대전 성심당에서 빵을 사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0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여행에서 음식 콘텐츠가 여행지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가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국내 여행 경험이 있는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내 여행 목적 1위는 ‘미식’으로 64.4%를 차지했다. 반면 체험형 프로그램 참여는 7.8%, 드라마·영화 촬영지 등 콘텐츠 방문은 3.9%에 그쳤다. 여행의 동기가 지역 자체보다 ‘먹거리 콘텐츠’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사례가 MZ세대 사이에서 ‘빵지순례’의 성지로 떠오른 대전이다. 최근 1년간 방문 여행지는 강원·제주·부산 등에 집중됐지만 20대에서는 대전 방문 비율이 7.3%로 4위를 차지했다. 다른 연령대에서 대전 방문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대전은 성심당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끄는 지역 빵집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빵지순례’ 문화가 형성된 도시다. 특정 관광지보다 빵집을 중심으로 여행 코스를 짜는 여행객이 늘면서 ‘빵을 먹기 위해 방문하는 도시’라는 새로운 관광 이미지도 만들어지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이러한 미식 여행 콘텐츠가 꾸준히 소개되고 있다. MBC에서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는 서범준 배우가 전국 빵집을 찾아다니는 ‘빵지순례’ 여행을 소개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처럼 음식 자체가 여행 콘텐츠로 소비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지역 관광 전략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역 문화 콘텐츠와 미식을 결합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흥행으로 관광객이 크게 늘어난 영월군은 최근 미식 콘텐츠를 더해 관광 수요를 확대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영월군은 오는 4월 열리는 단종 문화제 기간 동안 ‘단종의 미식제’와 전국 요리대회 등을 함께 열어 지역 향토 음식과 관광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로 했다.
이러한 미식 중심 여행 트렌드는 외국인 관광 수요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K콘텐츠를 통해 유명 셰프와 레스토랑이 알려지면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미식 성지 순례’와 같은 소비 행태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가 화제를 모으며 외국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한국 여행을 할 때 출연 셰프의 식당에 갈 수 있는 노하우가 공유되고 있다. 실제로 방송 출연 셰프의 식당은 예약 시작 5분 만에 한 달 치 자리가 모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지만 식당에는 내국인뿐 만 아니라 외국인 소비자 비중도 적지 않다.
이처럼 음식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여행 패턴은 소셜네트워크(SNS)와 방송 콘텐츠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지역 관광 경쟁력 역시 자연 경관 보다는 ‘미식 콘텐츠’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이 여행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관광 자산으로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