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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안부를 묻고 웃음을 나눴던 2026년 설 연휴. 오랜 거리와 시간을 건너 서로의 온기를 확인한 순간이었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윷놀이 중인 어린이들(왼쪽), 경찰로고. ⓒ연합뉴스
윷놀이 중인 어린이들(왼쪽), 경찰로고. ⓒ연합뉴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또 다른 풍경도 있었다. 모두가 행복해야 할 명절이었지만, 연휴의 여유와 행복을 무색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설 연휴는 가족의 정을 확인하는 시간이면서도,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모습이 드러나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번 연휴가 남긴 여러 단면을 차분히 들여다본다.

 

설 연휴만 되면 늘어나는 버려진 반려동물들... 이유가 있었다

제주동물보호센터 유기견들. ⓒ연합뉴스
제주동물보호센터 유기견들. ⓒ연합뉴스

설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과 함께 휴식을 즐기는 가구가 늘고 있지만, 이 기간에 하루 평균 300마리에 가까운 동물이 구조되기도 했다. 여행지나 고속도로 휴게소 등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반려동물을 버리고 떠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해 9월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설과 추석 연휴 기간에 유기된 반려동물은 5900마리를 넘어섰다. 엿새간 이어졌던 2023년 추석 황금연휴에는 1천마리의 반려동물이 버려졌다.

연휴 기간 반려동물을 맡길 사람이 없고 비용이 부담된다는 이유를 드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각 지자체가 운영하는 돌봄 서비스를 활용하면 충분히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울 서대문구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서대문 내품애(愛)센터’에서 반려견 돌봄 쉼터를 운영했다. 서대문구민이 양육하는 반려견 가운데 동물등록과 광견병 예방접종을 완료하고, 대견·대인 반응에 문제가 없는 경우 이용할 수 있다. 임신·발정기 반려견과 생후 5개월 미만 반려견은 제외된다.

서울 강남구 역시 지난 4일까지 ‘반려견 돌봄 쉼터’ 신청을 받아 지난 13일부터 오는 22일 사이 최대 5일간 무료 돌봄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유기가 반복되는 배경에는 ‘솜방망이’ 처벌이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물 유기가 형사 처벌 대상이 된 지 5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엄중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의 최지수 변호사가 발표한 ‘동물보호법 위반 범죄에 대한 검찰 처분 및 판결 동향 분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동물 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가운데 약 30%가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대형사고 없었다는 이번 설 연휴, 그 민낯은?

경찰 패치. ⓒ연합뉴스
경찰 패치. ⓒ연합뉴스

경찰은 지난 18일 이번 설 연휴 동안 특보로 보도될 만한 ‘대형사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기간 112 신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 이상 증가했다.

경기·인천 지역에서는 절도와 성추행, 인명 피해를 동반한 흉기 난동, 음주운전 등 강력범죄가 잇따랐다.

같은 날 오전 2시57분쯤 경기 광주시에서는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흉기를 휘두른 40대 남성이 붙잡혔다. 그는 자택에서 벌어진 말다툼 끝에 흉기로 40대 남성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선 지난 16일 오후 11시33분께 양평군에서 부모를 폭행하고 흉기를 들고 빌라 복도를 배회한 20대 남성이 검거됐다. 같은 날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50대 여성이 흉기로 무인카페 내부를 훼손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음주운전 사고 역시 이어졌다. 지난 15일 인천 서구 연희동에서는 만취 상태로 운전하던 20대 남성이 전신주를 들이받았고, 설 연휴 첫날인 지난 14일 수원 권선구에서는 음주 운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던 30대 남성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일상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건들은 곳곳에서 이어진 것이다.

 

국민 안전 위해 총력 대응 예고한 경찰, 변화 위한 첫 걸음 무엇일까?

설날 연휴를 앞두고 승강장을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설날 연휴를 앞두고 승강장을 찾은 시민들. ⓒ연합뉴스

반복되는 연휴 중 사건·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이번 설 연휴를 앞두고 재난 안전 관리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전국 현장에 연인원 31만621명(일 평균 3만1062명)의 인력을 집중 배치했다. 이는 지난해 추석 연휴(일 평균 약 2만6800명)보다 15.9% 늘어난 규모다.

범죄예방진단팀(CPO)은 범죄 취약 요소 3304곳을 점검·개선했고, 관계성 범죄 재발 우려 대상자 2만259명을 사전 모니터링했다. 이 가운데 고위험군 4306명을 선정해 집중 관리에 나섰다.

또한 귀성·귀경길 교통 혼잡 구간과 다중 운집 장소, 산불 현장, 지역 축제장, 테러 취약 시설 등에 경찰력을 배치해 교통 소통과 안전 활동을 병행했다.

경찰의 노력으로 사건·사고가 줄었겠지만 경찰이 모두 예방할 순 없다. 경찰력 증원과 제도적 대응은 중요하지만, 시민의 노력이 더해져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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