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장벽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반도체와 컴퓨터 품목이 한국 수출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AI 서버 투자 확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사양 반도체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가 폭발하면서 올해 1분기 수출이 2025년 1분기와 비교해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장밋빛으로 전망했다.
수출입은행은 AI 서버 투자 확대로 반도체와 컴퓨터 부문의 수출 호조가 이어지며 올해 1분기 수출이 지난해 1분기보다 12~13%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3일 공개한 ‘2025년 4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2026년 1분기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출액은 1800억 달러(약 250조 원)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2~13% 증가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1분기 수출선행지수가 121.7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2024년 4분기와 비교해서는 수출선행지수가 소폭 하락하며 기계 수주 등 일부 무역 환경의 위축 신호가 감지됐지만, 수출입은행은 반도체와 컴퓨터 등 IT 품목의 압도적 성장세가 이를 상쇄하며 전체 수출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2026년 1분기 수출 전망의 핵심 동력은 단연 ‘반도체’와 ‘컴퓨터’다.
수출입은행은 “반도체는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증가로 수요가 확대됨에 따라 1분기 D램 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는 등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수출 증가세는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옴디아(Omdia) 등 시장조사기관은 올해 1분기 D램 평균 판매가격이 5.85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옴디아가 조사한 지난해 D램 평균 판매가격은 1분기 1.81달러, 2분기 2달러, 3분기 3달러, 4분기 4.5달러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컴퓨터 부문 역시 AI 서버 수요 확대의 직접적 수혜를 입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지난 4분기 컴퓨터 분야의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2%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AI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기업용 대용량 SSD 수출 증가와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이러한 ‘IT 쌍끌이’ 효과는 지난해 4분기 수출 실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수출액은 2024년 4분기와 비교해 8.4% 증가한 1898억 달러를 기록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미국 관세 영향으로 철강과 자동차 부품 수출은 감소했지만, 반도체(+36.0%)와 컴퓨터(+16.2%)가 전체 수출의 성장을 주도했다.
수출입은행은 반도체발 훈풍이 당분간 전체 수출 지표를 방어할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IT 편중 현상에 따른 착시효과는 경계해야한다고 진단했다.
수출입은행은 “우리 수출의 최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 분야의 수요 증가 및 가격 상승 덕분에 전체 수출 환경 악화 요인이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수출기업들은 환율 불안정, 중국 등의 저가 공세, 원재료 가격 상승 등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각각의 응답률은 환율 불안정 49.5%, 중국 등 개도국의 저가 공세 32.9%, 원재료 가격 상승 27%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