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고위공직자범죄수차처(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특히 법원은 이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점을 명확히 지적했다. 이에 2월19일 나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의 예고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특수공무집행방해, 범인도피교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등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백대현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내란우두머리 혐의 등 윤 전 대통령 관련 재판 가운데 가장 먼저 내려진 1심 선고다.
윤 전 대통령은 2025년 1월3일 공수처가 법원으로부터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자신의 체포를 위해 서울 한남동 관저로 진입하려 했을 때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체포영장 집행을 막았다는 혐의를 받았다. 또한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해 국무회의의 외형만을 갖추려 일부 국무위원에게만 회의 참석을 요구해 불참한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을 방해한 혐의도 받고 있다.
우선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집행을 불법적으로 막았다고 판단했다. 대한민국을 위해 봉사해야 할 경호처 직원들을 사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윤석열)은 수사받는 과정에서 경호처 공무원들을 이용해 자신에 대한 수사기관의 적법한 영장 집행을 저지하거나 증거 인멸을 시도했다”며 “일신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위해 대한민국에 충성하는 경호처 공무원들을 사실상 ‘사병화’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판부는 이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인 범행 내용 등에 비춰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데도 피고인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며 “대통령이었던 피고인의 범행으로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울 필요성이 있는 점을 더해 볼 때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무위원들의 계엄 심의권 방해와 관련해서는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국가긴급권을 엄격한 기준 아래 제한적으로 판단해야 하는데도 절차적 요건을 가볍게 여기는 태도를 보였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국가긴급권의 행사인 계엄 선포는 전 국가적 혼란을 초래함으로 지극히 예외적 경우에 한해 이뤄져야 한다”며 “그러나 전례 없이 자신이 특정한 일부의 국무위원에게만 통지해 국무회의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이어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는데도 절차적 요건 경시하는 태도를 보여 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법원이 방송사의 재판 중계 신청을 허가함에 따라 이날 선고는 TV 등으로 생중계됐다. 윤 전 대통령은 검찰과 3대 특검으로부터 7건이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가장 중요한 혐의인 내란 우두머리 사건 1심 선고는 오는 2월19일에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