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금품 로비 의혹이 국민의힘을 넘어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에게까지 미치면서 정치권에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여야간 정치공방과 별도로 종교의 정치 개입 혐의가 짙어지면서 ‘통일교 해산’ 여론이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씨에게 청탁할 목적으로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우인성 부장판사)는 10일 수요일 김건희씨에게 명품 가방과 목걸이 등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청탁금지법 위반 사건 1심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본부장의 최후진술을 주목하고 있다. 윤 전 본부장은 지난 5일 재판에서 통일교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민주당 측도 지원했는데 김건희 특검팀이 공소사실에서 이를 누락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당시 윤 전 본부장은 5일 재판에서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는데 결심공판에서 민주당이나 여권 인사의 이름을 언급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편파적 수사는 물론 이재명 정부와의 관련성까지 주장하는 등 윤 전 본부장의 증언을 정치적 공세를 펼칠 수 있는 ‘호재’로 여기는 분위기다. 특히 윤 전 본부장이 2018년~2020년 사이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애게 현금을 전달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통일교 해산 압박을 ‘입틀막’이라 주장하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중앙여성위원회 발대식 및 1차 전체회의에서 “오늘 (윤 전 본부장의) 마지막 재판이 있는데 민주당 의원의 실명이 한 개라도 나온다면 아마 민주당은 엄청난 역풍에 휩싸일 것”이라며 “그 입을 틀어막기 위해 국민의 삶을 챙겨야 할, 국민의 자유를 고민해야 할 국무회의에서 특정 종교 단체를 해산시키겠다는 겁박까지 했다”고 날을 세웠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9일 페이스북을 통해 “통일교 측이 민주당에 준 돈 밝히겠다는 재판 하루 전에 대통령이 ‘우리 준 돈 불면 죽인다’고 공개 협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국민의힘의 공세와 별도로 종교의 정치 개업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9일 YTN 뉴스나이트에서 “통일교라는 종교단체가 과연 종교의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 건지 봐야한다”며 “대통령 말씀이라서가 아니라 금품 주고 시계 주고 이런 게 한두 건이 아닌데 이런 단체들이 사회를 대단히 어지럽히고 공익을 해하고 있는 거 아니겠나, 자신의 사적 목적을 위해서 존재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는 부분을 심도 있게 바라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교의 주된 활동 무대 중 하나였던 일본은 이미 단호한 결론을 내렸다. 일본 법원은 2025년 3월 고액 헌금 권유 문제 등을 근거로 일본 정부가 청구한 통일교(가정연합)에 대한 해산 명령을 인용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종교단체 해산이 매우 까다롭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민법상 정부가 사단법인이나 재단법인 설립 허가 취소를 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와 충돌할 여지가 커 적용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통일교로부터 금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해 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개별적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종교단체 자체를 해산시키는 명령과는 거리가 있다.
실제 서울시가 2020년 3월 코로나19 방역활동 방해 및 공익 저해 등을 이유로 신천지 법인인 ‘새하늘 새땅 증거장막성전 예수교선교회’ 설립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법원은 2021년 11월 서울시의 처분이 부당하다며 신천지의 손을 들어줬다.
조원철 법제처장은 9일 국무회의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종교단체 해산에 관한 이재명 대통령의 물음에 “헌법보다는 민법 38조 적용의 문제”라며 “조직적으로 심한 위법 행위가 지속되면 해산이 가능하다”라고 답변했다. 민법 38조는 법인이 목적 이외 사업을 하거나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할 때 주무 관청이 법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통일교의 행태는 정치권력에 부당하게 개입해 국가의 운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헌법의 정교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이 분명하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0조 2항에서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못박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9일 국무회의에서 “종교단체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고 지탄받을 행위를 하면 해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