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24일부터 11월8일 사이 벌어진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12월3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정무위는 이날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김 의장은 나오지 않았다.
이날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김 의장은 왜 국내에 오지 않느냐"고 물었다. 정무위 질의에 참석한 쿠팡 박대준 대표는 "한국 사업은 제가 책임지고 추진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올해 국내에서 (김 의장을) 만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소속 정무위원장은 유감을 표시했고 일부 정무위원은 김범석 의장에 대한 고발조치를 요구했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에도 쿠팡엔 ‘대형 사고’가 많았고, 국회는 여러 차례 김범석 의장의 출석을 요구했다. 쿠팡과 김 의장 측은 다양한 ‘레토릭’으로 출석 요구를 피해갔다.
◆ 10년 전의 불출석 사유 “농구를 하다 다쳐 거동이 불편하다”
2015년 김범석 의장은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 등을 이유로 국정감사 증인에 채택됐다. 김 의장은 당시 쿠팡의 대표이사였다. 김범석 당시 쿠팡 대표는 그러나 국회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쿠팡 대표인 박대준 당시 부사장이 대신 참석했다.
김 의장의 불출석에 대해 쿠팡 측은 "농구를 하다가 다쳐 거동이 불편하기 때문에 국감에 나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엔 경기도 이천에 있는 쿠팡의 덕평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김 의장은 화재 발생 5시간 후 쿠팡 법인의사직과 이사회 의장직 사임을 발표했다. 사회적 비난이 거셌다.
쿠팡 측은 "사임등기가 완료돼 일반에 공개된 시점에 공교롭게 화재가 발생했다"며 법인 등기부등본까지 공개했다. 의장직 사임은 화재 이전에 결정됐다는 취지였다.
이 즈음 공정거래위원회는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법적 책임과 공시 의무와 관련해 ‘동일인(총수) 지정’을 요구했다. 쿠팡도 대상이었다. 그러나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총수 지정을 피해갔다.
다만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김 의장의 동일인 총수 지정 배제 사실을 알리면서 "창업자 김범석(미국인)이 미국법인 쿠팡Inc.를 통해 국내 쿠팡 계열회사를 지배하고 있음은 명백하다"고 했다.
◆ 올 10월 출석 요구 땐 “이미 예정된 출장 일정으로 인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올해 10월14일과 28일에도 두 차례에 걸쳐 김범석 의장을 증인 채택했다. 각각 공정거래위원회 국감 증인(14일), 비금융분야 종합감사 증인(28일) 자격이었다. 하지만 김 의장은 두 차례 모두 국회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쿠팡 측은 김 의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정무위에 제출했다. 쿠팡 측(김 의장)은 사유서에 "본인은 해외 거주 중으로, 10월 14일에 이미 예정된 출장 일정으로 인한 부득이한 사유로 국정감사에 출석이 어려움을 알려드린다"며 "해당 일정은 사전에 확정되어 변경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적었다.
28일 출석 요구에 대해서도 이유를 댔다. 김 의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일정이 사전에 확정돼 있어 일정 변경이 어려울 뿐 아니라 대체가 불가능해 부득이 출석이 불가하다”고 썼다.
쿠팡이 이번 고객 개인 정보의 대규모 유출 사실을 공식 발표한지 8일이 지났다. 그러나 김 의장 명의의 사과나 입장 표명은 없다.
쿠팡은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사이버 보안 위협에 따른 위험이 중대하게(materially)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앞으로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 여부에는 ‘해당없음’으로 표기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