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한남동 관저에서 버티던 윤석열. 시민 지지자들을 ‘방패’로 쓰려던 정황이 드러났다.
(좌)윤어게인을 외치는 윤석열 지지자들, (우)성삼영이 신혜식에 보낸 문자. ⓒ뉴스1 / 한겨레
2025년 8월 9일 한겨레는 “지난 1월 윤석열 대통령실 행정관이 우파 단체에 ‘지원’ 문자를 보냈다”라고 단독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문자 메시지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이 이뤄진 직후 전송됐다. 대통령실 행정관은 당시 대기 위치까지 지정해가며 지지 단체 동원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1월 3일 성삼영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이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는 지도 이미지도 첨부됐다. 이날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날이다. 이때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씨가 머무르던 한남동 관저 주변에는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과 체포를 응원하는 단체들이 집회 중이었다.
성삼영 전 행정관은 이날 오후 10시 16분쯤 신혜식 대표에게 “별표 위치에 어린이 놀이터가 있음”이라는 설명과 함께 특정 위치를 표시한 지도 이미지를 보냈다. 성 전 행정관은 “그곳에서 대비해 줘야 함. 매봉산 철책 넘으면 바로 관저임”이라고도 했다.
공수처 1차 체포 시도 당시 성삼영이 신혜식에 보낸 문자. ⓒ한겨레
현재 군, 경의 지원이 어려워 경호처 인력이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한 성삼영 전 행정관은 “지지자 결집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이 내용을 전한 한겨레는 “군과 경찰마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무리한 경호에 난색을 표했던 상황에서 무장도 하지 않은 보통 시민인 대통령 지지 시민을 ‘방패’로 활용하려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노총 놈들이 오늘 밤에 등산로를 이용해 관저를 덮친다는 첩보가 있다”라며 민주노총을 멸칭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성삼영 전 행정관은 “산으로 침입할 경우 경호 인력만으로는 막아내기 어려울 것 같다”라면서 “관저 경호 책임자에게 우파 시민들을 어느 쪽에 배치하면 되는지 물어봐 달라. 당번들이 집회 지도자들에게 알리고 사람들을 인솔해야 할 텐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강구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1월 4일 오전 12시 27분에도 신혜식 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성삼영 전 행정관은 “현재 민주노총 계획은 토요일 저녁 7시에 마지막 집회가 예정돼 있다. 이 계획이 맞다면 토요일 밤 10시 정도에나 집회가 끝날 것”이라며 “상황은 계속 공유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신혜식이 한겨레 쪽에 제공한 성삼영의 문자. ⓒ한겨레
성삼영 전 행정관이 신혜식 대표에게 전송한 문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가 임박한 상황마다 지지자들을 활용하려고 한 정황도 담겼다. 같은 달 13일 성 전 행정관은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실 성삼영 행정관입니다”라고 시작하는 문자를 보내 “1월 17일 금요일 12시에 점심을 한 번 하려고 한다”라고 전했다.
성삼영 전 행정관과 모르는 사이였다는 신혜식 대표는 한겨레 측에 “1월 3일쯤 처음 연락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신혜식 대표는 “나 말고 다른 단체들도 같은 문자를 받은 것으로 안다”라며 성 전 행정관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 대표는 “지지하러 모인 시민들 안전이 우려된다고 판단했다”라며 “이런 지시가 대통령실 행정관 단독 행동인지, 서부지법 폭동 사태와는 관련이 없는지도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라고 첨언했다.
(좌)성삼영이 윤석열·김건희 팬카페에 남긴 글, (우)헌법재판소에 출석한 윤석열. ⓒ네이버 카페 ‘윤사랑&우리건희’ / 뉴스1
앞서 성삼영 전 행정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출석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에게 집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돌린 게 드러나 사직했다. 이 시기는 서부지법에서 폭동이 발생한 지 사흘도 안 된 시점이었기에 비판 여론이 더욱 거셌다.
당시 성삼영 전 행정관은 윤석열 부부의 팬카페인 ‘윤사랑&우리건희’에 자신의 실명과 직책을 공개하며 “내일 2시에 대통령께서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하신다. 응원이 필요하다. 안국역에서 헌법재판소로 향하는 모든 곳에서 대통령님을 응원해 주시기 바란다”라는 글을 적기도 했다. 한편 성 전 행정관이 돌린 문자 메시지 등이 논란이 되자 1월 21일 당시 대통령실은 “대통령실과 관련 없다”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