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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포스터(왼), ‘오펜하이머’  속 한 장면(오). ⓒ유니버셜 픽처스, 네이버 영화 갈무리
영화 ‘오펜하이머’ 메인 포스터(왼), ‘오펜하이머’ 속 한 장면(오). ⓒ유니버셜 픽처스, 네이버 영화 갈무리

‘원자 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다뤄 올해 전세계적으로 흥행한 영화 ‘오펜하이머’가 일본 극장가엔 내년에 상륙한다. 영화를 두고 원폭 피해 당사국인 일본에서 어떠한 반응이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7일 아사히신문 보도를 보면 영화 오펜하이머의 일본 배급사 비터즈엔드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 ‘오펜하이머’를 2024년 일본에 개봉하기로 결정했다”며 “영화가 일본인들에게 매우 중대한 의미를 갖는 주제를 다루는 만큼 다양한 논의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개봉 날짜는 밝히지 않았다.

이 배급사는 “영화는 전통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을 뛰어넘는 유일무이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한다”며 “대형 스크린을 통해 감상해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영화 ‘오펜하이머’는 세계 각국에서 이미 지난 7월 개봉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올린 수익만 약 9억5000만달러(1조2400억원)에 이른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연출한 영화 가운데 각각 2008년과 2012년에 개봉한 ‘다크나이트’ 연작에 이어 세 번째로 박스오피스 성적이 높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에서는 개봉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이 영화가 세계 2차 대전 당시 미군과 손잡고 원폭 개발에 성공한 이론물리학자 오펜하이머를 다루기 때문이다. 미국은 서둘러 전쟁을 끝내고자 1945년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했고, 이로 인해 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피폭 당사국인 일본에선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을 소재로 삼는 행위에 아직도 민감하다. 지난 8월 일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퍼진 ‘노 바벤하이머’ 운동이 이를 보여준다.

영화 ‘오펜하이머’ 속 원폭으로 인한 버섯 구름과 영화 ‘바비’의 핑크 콘셉트를 합성해 팬들이 제작한 이미지. ⓒ레딧 갈무리
영화 ‘오펜하이머’ 속 원폭으로 인한 버섯 구름과 영화 ‘바비’의 핑크 콘셉트를 합성해 팬들이 제작한 이미지. ⓒ레딧 갈무리

‘바벤하이머’는 영화 ‘바비’와 오펜하이머의 제목을 합친 합성어다. 지난 7월 영화 오펜하이머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바비가 전 세계적 흥행을 거두면서 팬들이 두 영화 속 소재와 서사를 결합한 창작 콘텐츠를 양산하기 시작하자 이런 현상을 가리키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바벤하이머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이란 이를테면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원폭 폭발로 발생한 버섯 구름 이미지를 가져와 영화 바비 속 한 장면에 합성해 핑크빛 색깔을 입히는 식이다.

‘바벤하이머’ 열풍은 일본의 분노를 샀다. 특히 영화 바비의 제작사인 미국 워너브라더스가 공식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팬들이 만든 ‘바벤하이머’ 이미지에 동조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했다. 일본인들은 엑스에서 ‘노 바벤하이머’ 해시태그를 퍼뜨리며 항의했다. ‘바벤하이머’ 유행이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 피해를 희화화하고 가볍게 여겨 문제라는 것이다.

급기야 워너브라더스의 일본 지사가 영화 ‘바비’의 일본 개봉을 앞둔 지난 7월31일 미국 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이례적인 일까지 벌어졌다. 워너브라더스 일본 지사는 당시 입장문에서 “‘바벤하이머’는 워너브라더스의 공식 홍보 활동이 아니”라며 미국 본사가 엑스 계정을 통해 바벤하이머 밈에 동조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결국 워너브라더스 본사는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하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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