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대세는 송중기다. 정의구현 마피아 드라마 <빈센조>에 이어 이번에는 회귀 판타지물 <재벌집 막내아들>로 다시금 정상에 우뚝 섰다. 데뷔 이래 이렇다 할 하향곡선을 그리는 바 없이 꾸준히 '평타' 혹은 '대박' 작품에 출연해온 송중기. 그런 그의 필모그래피에 한 가지 특이점이 있으니 바로 군대다. <태양의 후예>를 말하는 것이냐고? 물론 그렇다. <태양의 후예>는 배우 송중기 혹은 자연인 송중기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진짜 군대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송중기가 출연한 작품 목록을 그가 군 복무 중이던 2013~2015년을 기준으로 양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그 축의 양쪽, 송중기의 두 얼굴을 살펴보자.
<늑대소년>, 송중기가 아니었다면..
먼저 그가 군에 입대하기 이전의 초기작들을 떠올려보자.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성균관 스캔들> 등을 통해 막 인지도를 높이던 송중기에 따라붙던 수식어들을. 이런저런 별명과 애칭, 형용사들이 있었고 개개인의 기억에 따라 대동소이하겠지만 나는 그것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단어가 '귀공자'라고 생각한다. 과감히 말해서 송중기의 얼굴은 어딘가 귀하다. 혹은 그렇게 보인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귀티 난다. 이 말이 너무 유치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아니라고는 못 할 거다.
ⓒCJ 엔터테인먼트
데뷔 초 송중기가 의식적으로든 은연중에든 활용한 것은 바로 그 귀공자적 면모다. 영화 중에서는 에로틱 멜로드라마 <오감도> '유재혁'부터 가족 코미디 <마음이 2> '동욱', 그리고 450만 관객을 동원한 판타지 로맨스 <늑대소년> '철수'가 그 예다. 이들로부터 발견되는 공통점은 귀공자의 면모 가운데에서도 특히 소년다움이다. 물론 위 영화에 출연할 당시 송중기는 24~27세로 젊었다. 하지만 젊은 그의 얼굴에서 읽힌 것은 단지 젊은 나이이기에 나오는 젊음이 아닌, 몇 년의 시간보다 훨씬 더 위로 거슬러 올라가야 만나는 어떤 티없는 맑음의 이미지다(모든 배우들의 20대가 젊다는 이유로 송중기처럼 '맑지' 않았음을 떠올려보자).
ⓒCJ 엔터테인먼트
세 편의 영화 가운데 <늑대소년> '철수'는 그러한 '맑음'의 결정체이자 20대 송중기의 특질이 가장 뚜렷하게 강조된 인물이다. 가장 꼬질꼬질한 인물 아니냐고? 맞다. 그래서다. '철수'가 송중기의 '맑음'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이유는, 그의 빛나는 얼굴이 덕지덕지 붙은 야산의 흙과 떼에 보일 듯 말 듯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늑대소년>이라는 제목이 말해주듯 '철수'는 늑대다. 그리고 소년이다. 문명화되지 않은 야생의 동물이며 동시에 '순이'와 사랑에 빠지는 한 남성이다. 그러니까 '철수'는 거칠어야 하고 동시에 순수해야 한다. 이 로맨스 서사에 핍진성을 부여하는 것이 송중기의 '소년적' 마스크임을 부정하기란 어렵다.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부터 <착한남자>까지
ⓒKBS
송중기는 스크린보다 브라운관에서, 그중에서도 특히 사극에서 강세를 보였다. <성균관 스캔들>과 <뿌리깊은 나무>에서 송중기는 때론 능청스럽게 때론 강단 있게 도련님('구용하') 혹은 젊은 왕('세종')을 연기했는데. 예의 그 귀티 나는 풍모가 신분 높은 청년 캐릭터와 어우러져 크게 성공한 경우다. 물론 송중기 본인의 연기력이 출중했음은 익히 알려진 바다. 그는 '보기 드문 신예'라는 평을 받으며 드라마계에서 라이징 스타로 자리매김했고, 차기작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강마루'를 통해 다소간의 변주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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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는 멜로와 복수를 결합, 소위 말하는 매운맛으로 점철된 드라마다. 여기서 송중기는 멜로도 하고 복수도 한다. 한 여자만 바라보는 '순정남'이기도 하며 동시에 목적을 이루기 위해 뭐든 하는 '짐승남'이다. 이는 영리하며 효율적인 시도인데, 송중기가 연기하는 것은 '강마루' 한 명이지만 그를 통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소년의 얼굴도, 감옥에서 5년을 보내고 흑화한 "남자"의 얼굴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록 작품을 둘러싼 PPL 논란이 일기는 했으나, 송중기가 보여준 새로운 "남자"에 대중은 호의적이었다. 그렇게 2012년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와 <늑대소년>으로 연타석 홈런을 날린 송중기는 2년간의 군 복무 이후 복귀작으로 <태양의 후예>를 선택, 신드롬의 중심에 섰다.
'맑음'에서 '예리함'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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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시장 속 <태양의 후예>의 인기와 화제성에 대해서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송중기의 '유시진', 혹은 '남자'가 된 송중기다. 우리는 약 3년의 공백을 거친 그가 맡기로 결정한 첫 인물이 '순둥하고' '잔망스러운' '소년'이 아닌 직업군인이라는 점에 놀란다. 아니, 송중기가? 그리고 또 한 번 놀란다. 이것도 되네. 한 가지 특이사항은 '유시진'의 성격이다. <파리의 연인>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 <시크릿 가든> 등 히트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들에 공통 부여된 '겉으로는 툴툴대지만 내 여자 향한 본심은 따뜻한', 이른바 츤데레 속성이 그에게는 없다. 좋으면 좋다고 하고 예쁘면 예쁘다고 하는 '유시진'은 제대 이후 송중기 필모그래피를 아우르는 초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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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듬해인 2017년 송중기는 류승완 감독의 영화 <군함도>에서 미국 정보기관 소속 '박무영' 역으로 분해 달달한 로맨스를 뒤로하고 치열한 싸움터에 뛰어든다. 다음으로는 판타지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에서 강력한 전사 '은섬/사야'로 전장을 휘젓고 다녔으며 2021년에는 <빈센조>에서 마피아 겸 변호사 '빈센조 까사노'로 문무겸비의 다크 히어로를 연기했다. 물론 이러한 '거친 남자'들에서도 앞서 언급한 귀공자적 면모는 충분히 드러난다. 부드럽지만 단호한, 어떤 선천적인 결실, 휘두르지 않아도 번쩍이는 칼날 같은 얼굴이 그에게는 있다. 그것이 거친 인물의 표면에 윤을 내니 이제 그의 속성은 '맑음'에서 '예리함'으로 옮겨갔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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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중기의 '예리함'이 가장 빛나는 순간은 목표를 향해, 그것도 아주 구체적이고 물질화된 목표를 향해 돌진할 때가 아닐까.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그는 '윤현우/진도준'의 2역을 연기했는데. 대기업 순양에서 일하며 재벌들의 온갖 뒤치다꺼리를 도맡아 하던 '윤현우'가 재벌가 막내아들 '진도준'으로 환생하여 순양을 집어삼키는 과정이 전체 줄거리다. 돈으로 대기업을 인수하겠다는 유일의 목표를 겨누고 있는 '윤현우/진도준'의 행보가, 또 송중기의 연기가 어떤 결말에 이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