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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 덕분에 가수 윤하가 '사건의 지평선'으로 음원 차트 역주행 올킬한 비결에 대해 말했다(인터뷰)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블랙홀의 경계를 뜻하는 ‘사건의 지평선’은 대중에게 익숙하지 않은 과학 용어다. 하지만 가수 윤하가 올해 3월 발표한 정규 6집 리패키지 앨범 <엔드 시어리: 파이널 에디션>의 타이틀곡으로 ‘사건의 지평선’을 실으면서 많은 사람이 그 존재를 알게 됐다.

‘사건의 지평선’은 앨범 발매 직후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가 슬슬 역주행을 하더니 꼭 222일 만인 지난 7일 마침내 음원 차트(멜론 기준) 1위에 올랐다. 윤하가 작사한 이 노래는 예측할 수 없는 이별과 그 너머의 이야기를 아련하면서도 벅찬 분위기의 모던록에 담은 곡이다. 서면으로 만난 윤하에게서 이 노래가 역주행한 진짜 이유를 들어봤다.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작은 ‘알고리즘’이었다. 윤하는 코로나 팬데믹 동안 어쩔 수 없이 늘어난 여유 시간에 유튜브로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를 많이 봤다고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으로 비슷한 다큐를 계속 만나게 됐다. “우주를 다루는 채널에서 블랙홀이 정말 ‘핫’하기도 하고요.(웃음) 우주 이미지에 흥분되고 두근거리면서도 어딘가 가슴이 찌르르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끌려 ‘사건의 지평선’을 작사하게 됐다. 여러 과학이론이 있었을 텐데, ‘사건의 지평선’이 딱 맘에 와닿은 이유는 무엇일까? 윤하는 “선 하나 넘어가는 것뿐인데 서로 관측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니!”라고 짧지만 핵심을 담은 대답을 내놨다.

이어 설명을 덧붙였다. “세상이 프랙털 구조(도형의 작은 일부를 확대했을 때 그 도형 전체 모습이 똑같이 반복되는 구조)로 느껴질 때가 종종 있는데, 커다란 우주가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다든지, 더 작은 세계가 우주와 닮았다든지, 그런 것에 관심이 있었어요. ‘사건의 지평선’도 그렇게 느껴지는 개념 중 하나였습니다.”

 앨범 표지.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앨범 표지.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윤하는 “내 영혼을 갈아서 나온 앨범”이라고도 했다. 뭐가 그리 힘들었을까? “모든 과정에서 조금씩 다른 어려움이 있었어요. 주제가 정해지기 전까지는 암담했고, 새로운 작업진을 모으면서는 내가 잘 이끌 수 있을지 불안했고, 하나부터 열까지 정해가면서는 잘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걱정했고, 바로잡기에 너무 멀리 온 건 아닌지 고민했어요.”

그렇게 1년 동안 앨범을 준비하는 기간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순간순간이었다. “1년 동안 집중이 흐트러질까 초긴장 상태로 매일매일 출퇴근했어요. 앨범이 나오고 나서 긴장이 풀리고 보니 두번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갈아 만든 고윤하(윤하의 본명)다!’라는 말이 실감 나더라고요.”

앨범 표지는 윤하가 욕조에 누워 꽃을 들고 있는 사진을 담았다. 어떤 의미일까? “<햄릿>의 여주인공인 오필리아가 모티브였죠. 앨범 주제를 ‘끝’으로 정하다 보니 자연히 만나게 된 이미지였어요. 오필리아가 물속에서 노래를 부르며 끝으로 향하는 모습을 많은 작가가 그렸는데, 그런 그림에서 착안했죠. 생각처럼 끝은 거창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겪어보지 못한 미지는 끝내 가야만 하는 종착지잖아요.”

쌀국수 표절 의혹에 휘말렸던 윤하의 앨범 표지. ⓒ윤하 인스타그램 갈무리
쌀국수 표절 의혹에 휘말렸던 윤하의 앨범 표지. ⓒ윤하 인스타그램 갈무리

최근 한 커뮤니티엔 앨범 표지가 쌀국수를 표절했다는 패러디가 올라와 웃음 짓게 했다. 이에 대해 윤하는 “앨범 표지가 너무 딥한(깊은) 주제인가 싶었는데, 쌀국수 밈을 보고 좀 다행이었다(웃음)”며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사건의 지평선’의 역주행에도 알고리즘이 작용했다. 윤하는 썸데이 페스티벌,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등 여러 음악축제와 건국대·서울대·충북대 등 대학축제에서 이 노래를 불렀다. 이 무대를 본 관객들이 “노래도 좋고 라이브도 잘한다”며 입소문을 냈고, 현장에서 직접 찍은 ‘직캠’이 유튜브와 에스엔에스(SNS) 등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퍼지면서 역주행이 시작됐다.

사실 알고리즘 이전에 그 많은 일정을 소화한 윤하의 ‘열정’이 역주행의 진짜 이유다. 그 열정이 궁금했다. “팬데믹 기간에 생긴, 소통을 향한 열망이죠. 이건 저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마찬가지였던 듯해요. 너무너무 반가워서 (관객들을) 자꾸 보고 또 보고 싶었어요.(웃음) 하루하루 쌓여갈수록 늘어나는 ‘떼창’이 꺼져가는 체력에 부스터가 됐고요!”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첫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첫 장면. ⓒC9엔터테인먼트 제공

‘사건의 지평선’ 뮤직비디오 첫 장면은 공중전화로 시작된다. 무슨 의미일까? “‘사건의 지평선’ 표면에는 우주의 여러 데이터가 더 이상 정보를 교환하지 못한 채 마지막 모습으로 달라붙어 있대요. 공중전화는 표면과 내면의 교신을 상징하는 오브제로 써봤어요. 시공간을 초월해 과거나 미래의 나, 혹은 누군가와 소통하는 장면이에요!”

이번 앨범에 실린 노래 제목은 ‘오르트구름’(태양계 바깥을 둘러싼 천체 집단), ‘살별’, ‘블랙홀’처럼 우주와 관련한 것들이 많다. 윤하는 우주를 접목해 사랑과 이별을 풀어냈다. 이처럼 제목에선 주제를 크게 잡고 내용은 소소하게 접근하는 방식은 윤하 노래의 특색이다. 이런 접근법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제가 생각하는 음악의 힘은, 생소한 주제도 치밀한 선율을 만나면 잘 전달될 수 있다는 거예요. 잘 만든 음악은 눈을 감고 듣는 것만으로도 시공간이 바뀌기도 하죠. 그렇지만 모르는 얘기로 점철되어 있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드니까, 그림이 떠오를 수 있는 내용을 섞어야 해요. ‘해석의 자유를 남겨둔 친절’이라고 받아주신다면 좋겠네요.”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수 윤하. ⓒC9엔터테인먼트 제공

노래 길이가 점점 짧아지는 요즘 추세에 ‘사건의 지평선’은 5분에 이른다. 이렇게 긴 노래를 만들기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긴 곡을 지으려던 건 아니었는데, 제 취향이 기승전결이 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 구구절절해졌어요.(웃음) 그래서 더더욱 차트 욕심은 생각지도 않았는데 큰 사랑을 받아서 놀라워요.”

‘사건의 지평선’은 국내 음원차트(멜론·지니·벅스·플로)를 ‘올킬’(전부 1위)했다. 기분이 어떨까? “휴대폰으로 차트를 봤는데 ‘내 휴대폰이 해킹된 건가?’라고 생각할 정도로 차트가 믿기지 않았어요. ‘사건의 지평선’이 어딜 가나 들려오고, 통화연결음이나 에스엔에스 프로필 뮤직에 걸려 있는 걸 볼 때마다 ‘참 좋은 시절이 와버렸구나!’ 합니다.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체감하게 돼서 정말 기뻐요.”

한겨레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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