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어엿한 성인 배우로 성장한 김유정이 '20세기 소녀'를 통해 교복 차림의 17살 여고생 ‘나보라’로 돌아왔다. 방우리 감독의 원픽으로 뽑힌 김유정은 ‘첫사랑’의 대명사로 불릴 만큼 사랑스럽고 풋풋한 캐릭터들을 연기해왔다.
'20세기 소녀' 제작보고회 당시 김유정의 모습. ⓒ뉴스1
올해 나이로 24살인 김유정은 벌써 ‘20년 차 배우’다. 4살부터 CF와 드라마를 통해 얼굴을 알리면서 국민 배우로 성장한 김유정은 잇따라 흥행에 성공하며 ‘시청률을 불러오는 스타’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역배우’라는 이미지 덕에 폭넓은 연기에 대한 우려를 받기도 했지만, 이를 증명해 내듯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18살에 주연을 꿰차며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연기를 선보였다.
나이가 훨씬 많은 상대 배우에게도 ‘유정 선배’라고 불릴 만큼의 엄청난 연기 내공과 노련미를 지닌 김유정의 최신 필모그래피와 그가 맡았던 캐릭터들을 함께 살펴보자.
구르미 그린 달빛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 ⓒ:KBS2
로맨스 사극 '구르미 그린 달빛'은 김유정에게 아역 이미지를 탈피시키고 명품 주연으로 거듭나게 해준 작품이다. '구르미 그린 달빛'은 남장 내시와 사랑에 빠진 왕세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극 중 김유정은 조선 유일의 남장여자 내시 홍라온 역을 맡았다. 독무 신을 위해 두 달 가까이 춤연습을 하고, 운종가의 사당패 신을 위해 장구를 연마하고 승마도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두 손이 포박되어 청나라로 끌려가는 신에서는 맨발로 돌길과 흙길을 걸으면서도 뛰어난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 홍라온 역을 맡은 김유정. ⓒ:KBS2
이영 역을 맡았던 박보검은 김유정을 ‘사극 선배’라고 칭하며 김유정을 통해 사극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알았다고 전한 바 있다. 앞서 김유정은 '구미호 : 여우누이뎐', '해를 품은 달', '비밀의 문' 등에 출연하며 뛰어난 사극 연기를 선보였다. '구르미 그린 달빛'에서도 풋풋하고 사랑스러운 홍라온 역을 완벽 소화해내며 박보검과의 뛰어난 연기 합을 선보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에서 김유정(당시 20살)은 윤균상(32살)과 띠동갑 나이차를 극복하고 뛰어난 케미를 보여줬다. 특히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김유정의 성인 연기 데뷔작으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명 웹툰이 원작인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는 다른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소재로 색다른 로맨스 코미디를 보여줬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길오솔. ⓒJTBC
극 중 김유정은 취업 준비생 길오솔 역으로 분했다. 오솔은 쉬지 않고 알바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짝사랑하던 선배 도진(최웅)의 청소 회사에 취업을 하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장선결(윤균상)은 불결 공포증을 가지고 있다. 유난스러울 정도로 청소에 집착하는 선결은 연애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오솔 역시 선결의 병적인 깔끔함에 질색을 표하지만 점차 선결의 다른 매력에 빠져드게 된다.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 장선결. ⓒ JTBC
건강상의 이유로 한동안 활동을 잠시 중단했던 김유정은 복귀작으로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로 택한 것에 대해 “드라마가 굉장히 밝고 따뜻하다. 시청자분들께 좋은 기운을 많이 전달해 드리고 싶었다”라며 이유를 전했다.
편의점 샛별이
'편의점 샛별이' 속 김유정과 지창욱. ⓒ SBS
앞서 윤균상과 띠동갑 나이차를 극복하고 환상적인 케미를 선보인 김유정은 '편의점 샛별이'에서는 지창욱과 함께 명연기를 선보였다. 지창욱(당시 34살)과 김유정(당시 22살)의 나이 차도 12살이었다. '편의점 샛별이'는 편의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4차원 알바생과 허당끼 넘치는 점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유정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샛별로 분해 통통 튀는 매력을 선보였다.
'편의점 샛별이' 속 김유정. ⓒ SBS
특히 '편의점 샛별이'는 김유정의 새로운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 화끈하게 발차기를 하는 등 매운맛 액션 연기를 제대로 선보인 김유정은 “맨몸으로 하는 액션이 많다. 처음으로 액션 스쿨을 다녔는데, 너무 재밌게 준비했다”라고 전했다.
제8일의 밤
'제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될 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8일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김유정은 비밀을 가진 소녀 애란 역을 맡아 신비로운 눈빛 연기를 선보였다.
'제8일의 밤'에서 애란 역을 맡은 김유정. ⓒ 넷플릭스
'제8일의 밤'은 김태형 감독이 벽을 바라보고 누워 눈을 감자 방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경험을 짧게 메모했던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놀랍게도 김유정이 먼저 애란 역에 관심을 보이고 김태형 감독에게 연락을 건넸다고. 김태형 감독은 “비중이 크게 있지 않은 역이지만 핵심적이고 중요한 인물이다. 처음에는 유정씨인 줄 모르고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했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홍천기
'홍천기' 속 김유정과 안효섭. ⓒSBS
'홍천기'는 '해를 품은 달'을 쓴 정은궐 작가와 김유정이 다시 만난 작품이다.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재탄생시킨 '홍천기'는 조선 시대 가상의 국가 단왕조를 배경으로 판타지 세계를 구축했다. 김유정은 유일한 여성 화공으로서 천재적인 그림 실력을 발휘하고 사랑에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는 홍천기를 맡아 사랑스러운 연기를 선보였다.
홍천기 역을 맡은 김유정. ⓒSBS
특히 김유정은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해 활기를 불어넣었다. 함께 출연한 곽시양은 “유정씨가 먼저 살갑게 다가와 줘서 친해지게 됐다. 유정씨가 촬영장에 오면 분위기가 밝아진다. 웃을 때 호탕하게 웃는다”라고 전했다.
20세기 소녀
'20세기 소녀' 스틸컷. ⓒ넷플릭스
지난 2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20세기 소녀'는 1999년대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영화다. 김유정은 사랑보다 우정이 더 중요한 보라 역을 맡아 일생일대 숙제를 해결해나간다. 바로 심장수술을 위해 외국으로 떠나는 연두(노연서)를 대신해 첫사랑의 소식을 전해주는 것이다. 연두의 첫사랑 백현진(박정우)를 알아내기 위해 절친 풍운호(변우석)에게 다가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보라 역을 완벽 소화해낸 김유정. ⓒ넷플릭스
김유정은 17세 소녀만이 지닐 수 있는 순수함과 발랄한 매력을 모두 보여줬다. “지금까지 보여준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라는 김유정의 말처럼 첫사랑의 설렘부터 아파하는 모습까지 모두 생생하게 그려내며 엄청난 몰입감을 안겼다.
실제로 1999년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방우리 감독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썼던 ‘교환 일기장’에서 친구가 좋아하는 남학생을 관찰했던 이야기를 발견한 후 ‘첫사랑’과 ‘관찰’을 키워드로 영화를 만들었다. 방우리 감독은 “그 나이니까 할 수 있었던 무모했지만 순수했던 우리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어 나의 20세기 친구들에게 선물 같은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게 시작이었다”라고 밝혔다. 김유정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20세기 소녀는 넷플릭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20세기 소녀' 제작보고회 당시 김유정의 모습. ⓒ뉴스1
짙은 색보다는 은은하게 향기를 머금은 꽃과 같은 배우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힌 김유정은 20년간 차츰 쌓아올린 연기 실력으로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믿고 보는 배우’ 등 다양한 수식어를 지녔지만 김유정이 가장 얻고 싶은 수식어는 ‘진짜 배우’다. 김유정은 조급하게 앞을 내다보지 않고 자연스러운 시간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년 동안 성실히 내디뎠던 그의 발걸음이 다음에는 어디로 향할지 절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