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민(44)이 결혼했다. 상대는 모델 진아름(32)이다. 2015년 영화 <라이트 마이 파이>를 계기로 연인이 된 두 사람은 7년간 연애 끝에 지난 7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식을 올려 많은 이들의 축하 속에 부부가 됐다. '믿고 보는 배우'로 소문난 그인 만큼, 축하의 목소리가 뜨겁다.
데뷔 23년 차. 인생의 절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온 남궁민. 그는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지만 불현듯 찾아온 배우라는 꿈을 좇아 달렸다. 1999년 EBS 드라마 <네 꿈을 펼쳐라>를 시작으로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 출연한 결과, 2022년 현재까지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총 43편의 작품이 기록됐다. 남궁민이 주연으로 캐스팅되기 시작한 건 KBS1 드라마 <금쪽같은 내 새끼>(2004)부터였다. 이후 로맨스, 코미디, 액션 가리지 않고 소화해 왔는데. 그런 남궁민이 맡았다 하면 대박을 내는 캐릭터가 있으니, 바로 '능력자'다.
'능력자' 맡았다 하면 대박!
KBS2 <김과장>, 괴짜인데 의인? '김성룡' 과장
2017년을 기점으로 남궁민의 인지도가 훌쩍 뛰었다. 사내정치와 비리를 코믹하게 풀어낸 드라마 <김과장>의 선풍적 인기 덕이다. <김과장>에서 남궁민이 맡은 역할은 김과장 '김성룡'이었다. 멘탈이면 멘탈 꼼수면 꼼수 기백이면 기백. 어느 하나 밀리지 않는 '김성룡'이 불합리한 현실에 맞서 싸우는 장면들은 '사이다' 그 자체였다. 거침없고 약삭빠르지만 사람에 대한 인정 있는 '김성룡'. 이 시대의 능력자라 해도 과장이 아니다.
'김성룡'은 남궁민이 맡은 인물 중 이례적으로 말이 많고, 빨랐다. 남궁민은 "이렇게 말 많은 인물은 처음이다"라고까지 했는데. 실제로 그의 목소리는 더 느리고 낮아 차분한 느낌을 준다.
SBS <스토브리그>, 철두철미 전략가 '백승수' 단장
일은 못 하는데 정 가는 사람과 일은 잘 하는데 정 안 가는 사람 중, '백승수' 단장은 압도적으로 후자다. 그런 줄로만 알았다. 이기기 위해서, 일을 성사시키고 진행시키기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하는 냉철한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히 흑이거나 백인 사람이 어딨겠는가. '백승수' 역시 실리주의적 면모 이면에 뜨거운 열정과 자신이 몸담은 곳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가 "제가 떠난 곳이 폐허가 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속내를 털어놓는 순간은 <스토브리그>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을 아우른다.
'백승수' 단장은 타인과 거리를 두는 인물인 만큼 섬세한 감정 표현이 요구됐다. <스토브리그>를 쓴 작가 이신화는 "극 중 어느 캐릭터보다 연기하기 어려운 인물을 많은 비중으로 책임져야 하는데, 방송을 보니 제 글의 빈 곳을 남궁민의 연기가 채우고 있더라"라고 평했다. 그리고 남궁민은 '백승수' 역으로 2020년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MBC <검은태양>, 임무=성공 '한지혁' 국가정보요원
앞서 <김과장>과 <스토브리그>에서 남궁민이 맡은 두 인물은 모두 '지능형' 캐릭터다. 말과 생각, 전략을 통해 세상에 맞서는 인물인 것이다. 2021년 MBC에서 200억 원 이상을 투자해 만든 <검은태양>에서 남궁민은 '무투파' 주인공에 도전했다. 바로 국가정보원의 베테랑 현장요원 '한지혁'이다.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예리한 상황 판단력으로 수행하는 모든 임무를 성공시키는 '한지혁'. 임무 완수를 위해서라면 동료도 버릴 만큼 독한 인물이다.
<검은태양>이 액션 드라마이고 '한지혁'은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 요원인만큼 '몸 만들기'는 필수였다. 남궁민은 '한지혁'을 연기하기 위해 약 8개월에 걸쳐 17kg 벌크업을 이뤄냈다. 비결은 단백질과 헬스로, 정직했다. <검은태양>은 그에게 2021년 MBC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안겨주었다.
SBS <천원짜리 변호사>, 갓성비 그 자체 '천지훈' 변호사
2022년, 남궁민이 다시 지능캐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검사 출신 변호사다. 현재 방영 중인 SBS <천원짜리 변호사>에서 그는 수임료 천 원의 '천지훈' 변호사로 분해, 또 한 번 사회에 돌직구를 날리는 히어로를 연기했다. 남의 사무실에서 짜장면을 시켜 먹지 않나, 검사 시절에는 상부 명령을 무시하고 그야말로 '법대로' 하지 않나. 상식적이라면 상식적이고 반사회적이라면 반사회적이지만 결국 인간적인 온도를 지키고자 하는 인물이다.
<천원짜리 변호사>는 <왜 오수재인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어 변호사 드라마의 계보를 착실히 이어가는 중이며, 뻔뻔한듯 정의로운 '천지훈' 역에 남궁민이 찰떡이라는 평이다. 드라마는 오는 11월 5일 12회 방영을 끝으로 종영된다.
멀끔해서 더 후덜덜한 '악역'
SBS <리멤버 - 아들의 전쟁>, 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재벌 2세 '남규만'
위에 나열된 <김과장>, <스토브리그> 등만 보면 '나쁜 남궁민'은 잘 상상이 안 될지도 모른다. 그런 이들을 위해 <리멤버 - 아들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 여기서 남궁민은 자기도 자기를 어쩌지 못하는 통제불능의 재벌 2세 '남규만'을 연기해 시청자들에게 심장 쫄깃해지는 긴장감을 선사했다. 오로지 아버지의 그늘에 살며 약자 앞에서는 늘 '분노조절장애'가 되는 '남규만'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너무 멀끔하게 생겨서다. 양복을 입고 가만히 서있을 땐 멋지지만 뭔가 하기만 하면 세상에 더 없는 악인이 돼버리는 '남규만'. 그에게 시청자들이 지어준 별명은 "예쁜 쓰레기"였다.
SBS <냄새를 보는 소녀>, 스타 셰프의 두 얼굴 '권재희'
<리멤버>의 '남규만'이 대놓고 나쁜 인물이라면 <냄새를 보는 소녀>의 '권재희'는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생활하는 권모술수형 캐릭터다. '권재희'의 대외적인 얼굴은 스타 셰프다. 멀끔하고 사회성도 좋다. 비공식적인 얼굴은 살인을 갈망하는 사이코패스이자 작중 일어나는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철저한 알리바이를 세우는 치밀함과 살인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충동을 가진 인물로, 남궁민의 광기가 발휘된 인물이다.
공교롭게도 그가 악인을 연기한 두 작품 <리멤버 - 아들의 전쟁>과 <냄새를 보는 소녀>는 모두 2015년에 방영됐다.
영화 속 남궁민은?
<번지점프를 하다>, 고교생 '김성철'
오늘날 남궁민은 TV 드라마에 많이 출연하지만, 그의 정식 데뷔작은 김대승 감독의 영화 <번지 점프를 하다>(2001)이다. 작중 그는 주인공이자 고교생인 '현빈'(어현수)의 짝 '김성철'로 출연했다. 당시 그의 나이는 24살이었다.
<비열한 거리>, 비열한 영화감독 '김민호'
<번지 점프를 하다> 이후 2002년 <나쁜남자>를 거친 남궁민은 유하 감독의 <비열한 거리>에 출연해 제대로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연기한 '김민호'는 영화감독으로, 작중 주인공인 삼류조폭 '병두'(조인성)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병두'에게 '민호'는 믿을만한 친구이지만 '민호'는 '병두'의 사연을 영화로 만들어, '믿을 놈 하나 없다'라는 영화의 주제를 굳힌다. '민호'의 비열함은 남궁민의 말간 얼굴과 대조돼 더 부각된다.
남궁민, 어울리다
남궁민은 어울릴 줄 아는 배우다. 본인의 역할을 하되, 함께 연기하는 사람들과 또 공간과 어우러진다. 압도하기보다는 장악한다. 그의 연기가 강렬하지만 편안한 이유다. 남궁민은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누가 저보고 제작사 같다고 한다"라며 상대 배우들과의 앙상블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밝혔다. 이유는 당연히 드라마의 완성도와 흥행이다. 그는 "(예전에는) '그래 좋아 나 연기 잘해' 이랬다면 요즘에는 어떻게 하면 드라마가 잘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드라마가 잘 돼야 그 안의 캐릭터도 빛나는 거다"라며 작품 전체에 느끼는 책임감을 전한 바 있다.
유해강 기자 haekang.yo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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