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게 비판 여론이 쏟아질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흔드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 평소 애주가로 유명한 윤 대통령이 얼큰하게 취한 얼굴을 한 채 맥주를 마시면서, 또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겼다.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여기에 한두 마디가 더해져서 밈이 됐는데, 가장 유명한 밈은 지난달 수도권 폭우 때 나왔다. 당시 윤 대통령은 아파트들이 침수되는 모습을 보면서도 퇴근했다는 사실을 셀프 공개해 비판을 받았다.
이 시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가 300mm 왔다"라는 긴급한 소식에도 "난 (맥주) 500 시켰는데?"라고 한가롭게 받아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합성되어 빠르게 퍼져나갔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술을 마시지 않았고, 이런 말을 한 적도 없다.
문화일보 등 일부 언론에서는 가짜뉴스라며 윤 대통령을 비호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가짜뉴스라기보다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을 바탕으로 대통령을 풍자하는 '밈'에 가깝다.
알고보니 취재기자가 겨우 찍은 사진
언제, 어디에서나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는 '윤석열 만능짤'은 오마이뉴스 박현광 취재기자가 찍은 사진이었다. 지난 8일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이 만능짤은 지난해 12월 3일 울산의 한 언양불고기 식당에서 탄생했다. 이른바 '울산 회동'으로 불리는 그 자리에서 갈등을 빚던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기적적으로 화해를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가 울산 울주군 한 식당에서 회동하고 있다. 2021.12.3 출처: 뉴스1
당시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에는 술병이 하나도 없었지만, 박 기자가 포착한 진짜 현장에는 술병이 너저분하게 놓여있다. 박 기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 "아이고, 민망해라. 이것들 좀 안으로 넣어야겠다"라고 말했고, 다 같이 빈 술병과 아직 개봉하지 않은 술병들을 테이블 안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최근 불판 구멍 아래 '숨겨진 술병'이 화제가 됐는데, 나중에 먹으려고 일부러 숨겨둔 게 아니라 기자들이 들어오자 '민망해서' 테이블 안으로 밀어 넣은 것이었습니다. 당시 놀라웠던 건 기자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술자리 참석자들은 건배를 수차례 이어갔다는 겁니다.
박 기자는 국민의힘 측이 윤석열 후보 등의 취한 모습을 찍힐 수 없다며, 영상기자와 사진기자를 배제시킨 채 회동 현장에 취재기자들만 출입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취재기자들의 사진 촬영도 철저히 통제됐다고. 박 기자는 "당시 윤 후보의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으로 고생하던 때"였다며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었다고 밝혔다.
당시 이준석 대표의 수행팀장이 사진을 찍던 취재기자들의 휴대전화를 일일이 들여다보며 사진을 삭제하도록 했지만, 박 기자는 카카오톡 '나와의 채팅'으로 사진을 전송해 '윤석열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밈으로 많이 활용해주세요"
기지를 발휘해 '만능짤'을 지켜낸 박현광 기자는 "앞으로도 제 사진을 밈으로 많이 활용해 주시면 사진을 찍은 기자로서 뿌듯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박 기자가 찍은 원본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