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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이 '성형 강국' 대한민국 가상 인플루언서들에 투영된 외모지상주의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루시/CNN 캡처화면.

그들은 항상 아름답고, 젊음을 유지하며 대중을 홀릴 것이다. 우리나라의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한 이야기다. 

CNN은 최근 한국에서 새로운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에 대해 조명했다. 2020년 만들어진 가상 인플루언서 로지는 현재 13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그 인기가 뜨겁다. 로지의 제작자 싸이더스 스튜디오 X의 웹사이트는 "인간이 할 수 없는 모든 것을 가장 인간다운 형태로 해낸다"는 글과 함께 로지를 소개한다.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실제로 팬덤을 형성하며 수익성 있는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지는 단순히 브랜드 및 제품을 홍보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여행을 가고 와인을 마시는 등의 활동을 SNS에 업로드하며 팬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기성세대는 가상의 인간이 이러한 소통을 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기도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인 어린 세대는 실제로 로지와 같은 가상 인간들의 활동에 열광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p/CetMRWZh4iZ/?utm_source=ig_embed&utm_campaign=loading

싸이더스 스튜디오 X의 백승엽 대표 또한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수많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로지를 모델로 활용하고 싶어 한다"며 로지의 활동으로 얻는 2022년의 수익이 20억 원을 쉽게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지는 샤넬, 에르메스를 포함한 글로벌 명품 기업들과 협업을 진행하는가 하면 다양한 매체에 등장하며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만들어낸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 또한 비슷한 행보를 걷는 중이다. 의류뿐만 아니라 건축 및 금융 회사의 광고모델로 활동한 루시는 7만 8천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p/Cf-xfx6L8_y/?utm_source=ig_embed&utm_campaign=loading

 

한국의 외모지상주의

가상 인플루언서의 장점 중 하나는 이들이 어떠한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롭다는 것이다. 애초에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기에 사생활이나 갑질 논란 등으로 인해 연예계에서 퇴출될 리 없을 뿐만 아니라, 외모의 기복 없이 그들은 꾸준히 '예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외모 강박에 시달리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예시이기도 하다.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기업과 나라는 많다. 미국의 스타트업 회사가 만든 패션 인플루언서 릴 미켈라는 캘빈 클라인과 프라다 등 유명 브랜드들을 홍보하며 300만 이상의 팔로어를 지녔으며, 브라질의 기업 또한 루 두 마갈루를 만들어내며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래퍼 FN메카 또한 천만 명이 넘는 틱톡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을 만큼 그 인기가 뜨겁다.

https://www.instagram.com/p/CfzMSNVJc0H/?utm_source=ig_web_copy_link

이들이 우리나라의 가상 인플루언서들과 다른 점은 그들 모두 획일화된 대신 다양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CNN과 인터뷰한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다른 나라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다양한 인종과 미적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성 있는" 그들에 비해 한국의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항상 아름답고 예쁘게 그려진다"는 것이 이은희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여자는 젊고 예뻐야 한다'는 우리나라의 사회 분위기를 보여주는 예시이다. 

한국은 "성형수술의 메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국내 성형수술 산업은 크게 발달되어 있다. 그 뒤에 자리 잡은 거대한 외모지상주의를 탈피하기 위해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탈코르셋 운동"을 자처하며 그동안 얽매여왔던 외모 강박에서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이 가상 인플루언서들은 획일화된 한국의 미적 기준을 너무나도 잘 부합하고 있다. 너나 할 것 없이 작은 얼굴에 큰 눈, 하얗고 깨끗한 피부에 마른 몸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
가상 인플루언서 루시.

이은희 교수는 로지와 루시 같은 가상 인플루언서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한국의 미적 기준을 훨씬 더 상향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짜 여성들은 그들처럼 되길 원할 것이고, 남성들은 그런 외모를 가진 사람들과 데이트하고 싶어 할 것"이라는 게 이은희 교수의 설명. 

하지만 로지와 루시를 제작한 두 업체 모두 위와 같은 비판을 부인했다. 이보현 롯데홈쇼핑 미디어사업부문장은 루시의 전공과 직업, 취미 등을 설명하며 "루시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대중에게 '당신의 신념에 따라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메시지를 준다"라고 설명했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X의 백승엽 대표 또한 로지는 "누구나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외모를 가진" 사람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그들의 해명이 무색하게도 로지와 루시는 마른 몸, 작은 얼굴에 하얀 피부에 긴 머리를 가진 채 누가 봐도 '미인형'인 외모로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중이다.

https://www.instagram.com/p/CgtgkPThFr3/

 

윤리적 난관

가상 인플루언서들을 활용하는 타 국가에서는 이미 '디지털 블랙페이스' 논쟁이 오가고 있다. 블랙 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사람이 흑인 흉내를 내기 위해 얼굴을 검게 칠하고 입술을 두껍게 그리는 분장으로, 현재는 명백한 인종차별적 행동으로 분류되어 사회적으로 금기시되는 행위이다. '디지털 블랙페이스'란 흑인이 아닌 이들이 온라인으로 흑인의 목소리나 억양, 이모티콘 등을 사용하는 행위로, 가상 인간을 다양한 인종으로 제작하는 만큼 외국에서는 이로 인한 '문화유용(주류 문화권에서 비주류 문화권의 언어나 예술적 표현, 관습 등을 이해할 때 특정 인종만 특정 문화를 해야 한다고 여기는 인종차별적 개념)'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는 중이다.

200명이 넘는 가상 인플루언서를 가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 또한 이러한 위험성을 파악했다. 메타는 이에 대해 "브랜드들이 이 신흥 기술의 윤리적 난관을 헤쳐나가고 잠재된 위험을 피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파트너사와 협력하여 가상 인플루언서의 사용을 바로잡을 윤리적 가이드를 개발 중"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메타버스와 가상현실, 가상화폐 산업은 날이 갈수록 확장하고 있다. 기업들은 가상 인플루언서가 미래의 열쇠라고 주장하며 너도나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이에 비해 가상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가이드라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또 다른 백래시를 맞지 않게 사회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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