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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한국에서 '북한 향수병'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북한 정권의 몰락이 그들의 정치적 상징성의 몰락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저는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며 '소련 시대의 삶'을 경험하게 해주는 소련 생활사 박물관 두 곳을 방문했습니다. 이 박물관에는 소련 시절에 사용한 다양한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 박물관에서 소련 시절 전화기, 우체통, 의복 그리고 소련의 포스터들이 박물관의 벽을 둘러싸고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러시아 연방 타타르 공화국의 수도인 카잔의 소련 생활사 박물관에서는 공산당 관련 서적으로 만들어진 재킷과 드럼 세트를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그 드럼 세트는 관람객이 직접 쳐 볼 수도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소련 생활사 박물관에서 나가기 위해선 관람객은 소련의 역사와 관련된 질문을 맞춰야 합니다. 사상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설에 강제적으로 갇혀야 했다는 점에서 고증은 매우 뛰어났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소련은 과거 어느 때의 북한보다 훨씬 더 자유로운 사회였습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러시아에서 과거 소련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통일 이후의 한국에서 통일 전 북한을 그리워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동서대학교 국제학부 브라이언 레이놀즈 마이어스 교수는 김씨 일가를 추종하는 모습은 통일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론 통일 이후에도 지금 북한 사람들처럼 지도자의 초상화를 거실에 걸어두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김씨 일가의 동상들은 통일 이후에도 공공장소에 계속 세워져 있을 것입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의 동상들처럼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제가 이러한 미래를 그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통일 한국에서 북한 주민들은 한국 주민들에 비해 경제적으로 '을'의 입장에 설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사회주의 체제에서 극도로 경쟁적인 자유시장주의인 한국 사회로의 전환을 거치며 그들은 일정 기간 동안은 서비스업과 같은 경제적 하위 직종에만 종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북한 사람들은 통일 한국이 한때 그들이 꿈 꾼 '낙원'이 아님을 자각할 것입니다. 소수의 재벌이 경제를 좌우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와 같은 경제적 하위 계층인 북한 주민들은 통일 이전 시기의 삶을 그리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러시아에서 목격한 것과 같이, 과거 북한 시절의 삶의 편린을 모아 놓는 박물관이 통일 한국에 생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한국에서 사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새로운 삶에 적응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정부의 지원은 이들이 가진 잠재적인 문제점들을 완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한국의 경쟁적인 사교육 시스템과 북쪽에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영어 그리고 외래어가 많이 섞인 한국 '사투리'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한국 사회의 장벽들은 이들이 한국에 적응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고용주들은 북한이탈주민 특유의 억양 때문에 그들을 고용하기를 주저하며 종종 북한 출신의 구직자를 차별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한국 국민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은 그들에게는 평생 접해본 적 없는 세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북한이탈주민들이 겪고 있는 이러한 문제들은 통일 한국에서도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사회적 문제들은 오히려 통일 뒤에 훨씬 더 명확해질 것이고 북한 주민들은 오늘날 보다 훨씬 더 소외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차별의 과정을 거치며 북한 주민들은 김씨 일가를 미화하며 그들이 저지른 일들을 잊는 일종의 '역사적 기억상실증' 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국가보안법은 한국에서 북한의 선전 선동물의 전파를 엄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통일 한국에서 이러한 법은 한국 주민과 북한 주민 사이의 사회적 긴장을 더 높이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국가보안법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노리는 반 민주적인 법으로 보일 것이며 이와 같은 혼란 속에서 통일 한국 정부는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를 추종하는 행위를 일정 부분 허용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물론 그 추종의 강도는 통일 전보다는 훨씬 덜 하겠지만 누구나 느끼고 볼 수 있을 정도의 형태를 띄게 될 것입니다.

통일 한국에서 '북한 향수병'을 느끼는 사람이 있을까?

통일 후 북한에는 '주체적 삶'을 간직하는 박물관이 생길까요?

마치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에서 스탈린이 존경받으며 동시에 비판당한 것처럼 김씨 일가에 대한 평가도 비슷한 과정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일 한국의 북한 주민들은 김씨 일가가 선전선동물에 등장한 것과 같이 훌륭한 지도자는 아니라는 점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 한국에서의 사회적 차별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김씨 일가를 '잔혹한 독재자'였지만 일제와 미제로부터 작은 나라를 지켜낸 '영웅'으로 각인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때 미국과도 대결 구도를 펼친 소련의 강력한 국력에 대한 향수는, 오늘날 극도의 민족주의 경향을 보이는 러시아의 정치지형을 만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극도의 민족주의적 사상이 통일 한국의 미래에도 영향을 미칠까요?

북한과 한국은 여러 부분에서 반목하고 있지만 일본에 대한 공통적 적대감은 통일 한국에서도 두 집단을 하나로 묶어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일 한국의 정치인들은, 한국과 북한 출신의 주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기 위해 일본을 외부의 적으로 만들 필요를 느낄 것입니다. 가령, 일본이 통일 한국을 침략해 다시금 식민지화 한다는 내용의 논지는 한국과 북한의 주민들을 하나로 묶는 기제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통일 한국인들은 과거 일제에 맞서 싸운 역사적 인물을 떠올리게 될 것이고 김일성과 그를 도운 항일 운동가들은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한국이 과거의 독재 정권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과 같이, 통일 한국인들은 그들의 정체성을 두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 과거 북한에 대한 향수는 한반도를 다시금 남북으로 나누는 사회적 긴장을 조성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과거 북한에서 평양에 거주하던 최상류층 출신들은 통일을 후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8월 북한의 지뢰 도발이 보여주듯이 통일 한국은 아직은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을 쓴 벤자민 영은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동아시아 역사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안재혁이 번역했으며 메인 사진은 벤자민 영의 소유입니다. 원문은 여기에서 볼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NK News 한국어판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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