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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용골자리성운의 우주절벽.
근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용골자리성운의 우주절벽. ⓒ미국항공우주국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마침내 천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기 시작했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12일(현지시각) 메릴랜드 고다드우주비행센터에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4개의 강력한 적외선 관측장비로 포착한 컬러 우주 사진 5장을 공개했다.

인접한 외계행성과 함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성간 먼지 안쪽에서 별들이 탄생하고 충돌하며 죽어가는 모습들이 이제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생생한 모습으로 담겨 있다. 30년간의 연구 개발과 100억달러의 자금을 들여 우주에 보낸 뒤 초긴장 속의 6개월 준비 작업을 끝내고 처음으로 관측한 사진들이다.

빌 넬슨 나사 국장은 “제임스웹은 우주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인류에게 제시한다”며 “이를 통해 우리는 우주와 그 안에 있는 인류의 위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0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용골자리 성운. 제임스웹의 사진과 비교해 전반적인 선명도와 포착한 별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차이난다.
2010년 허블우주망원경이 찍은 용골자리 성운. 제임스웹의 사진과 비교해 전반적인 선명도와 포착한 별들의 숫자가 확연하게 차이난다. ⓒ미국항공우주국

 

허블우주망원경과 확연한 차이

유럽우주국, 캐나다우주국 등이 참여한 국제위원회에서 결정한 최초의 관측 대상은 심우주, 외계행성, 별의 종말, 은하, 별의 탄생  5가지 주제로 나뉜다. 그 중에서도 절정은 별의 탄생지를 보여주는 용골자리성운(Carina Nebula)의 우주절벽 사진이다.

지구에서 7600광년 떨어진 용골 성운은 태양보다 몇배 더 큰 무거운 별들의 고향으로, 우리 은하에서 가장 크고 밝은 성운 가운데 하나다. 남쪽 용골자리에 있는 성운으로 크기가 300광년이나 된다.

우주절벽은 용골자리성운 북서쪽 모서리에 있는 ‘NGC 3324’라는 이름의 별 보육원 가장자리다. 산처럼 솟은 부분의 높이는 최대 7광년이며 그 사이사이로 어린 별들이 반짝인다. 산에서 피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증기는 실제로 뜨거운 이온 가스와 열 복사로 인해 성운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우주 먼지다.

나사는 근적외선 카메라와 중적외선기기가 그동안 가시광선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수백개의 별과 배경 은하를 드러내줬다고 설명했다.

왼쪽은 근적외선으로, 오른쪽은 중적외선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 오른쪽 중적외선 사진에선 중심에 숨겨져 있는 별이 하나 더 드러났다. 그러나 파장이 길수록 사진의 선명도는 떨어진다.
왼쪽은 근적외선으로, 오른쪽은 중적외선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 오른쪽 중적외선 사진에선 중심에 숨겨져 있는 별이 하나 더 드러났다. 그러나 파장이 길수록 사진의 선명도는 떨어진다. ⓒ미국항공우주국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  위 두 사진에 비해 선명도가 크게 떨어진다.
허블우주망원경으로 찍은 남쪽고리성운. 위 두 사진에 비해 선명도가 크게 떨어진다. ⓒ미국항공우주국

 

먼지에 가려졌던 별들이 반짝반짝

별의 종말을 보여주는 것은 별이 죽어가는 현장인 ‘남쪽 고리 성운’(Southern Ring Nebula)이다. 공식 명칭은 ‘NGC 3132’이며, 일부 망원경에서는 ‘8’자로 보여 팔렬성운(Eight-Burst Nebula)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남반구 하늘의 돗자리에 속하는 이 성운은 죽어가는 별을 둘러싸고 있는 팽창하는 가스 구름인 행성상 성운이다. 태양 만한 질량을 가진 별의 진화의 마지막 단계가 행성상 성운이다. 지구에서 2500광년 떨어져 있는 이 성운에서 가스는 중심에서부터 초속 15km 속도로 멀어지고 있다. 지름은 약 0.5광년이다.

이 성운은 허블우주망원경으로도 여러 차례 관측했지만, 제임스웹은 중적외선기기를 통해 그동안 우주먼지에 가려졌던 중심의 두번째 별을 선명하게 드러내줬다.

다섯개의 은하가 모여 있는 스테판 5중주 소은하군.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합성 사진이다. 위쪽 4개는 지구로부터 2억9천만광년, 아래쪽 1개는 4천만광년 떨어져 있다.
다섯개의 은하가 모여 있는 스테판 5중주 소은하군. 근적외선과 중적외선 합성 사진이다. 위쪽 4개는 지구로부터 2억9천만광년, 아래쪽 1개는 4천만광년 떨어져 있다. ⓒ미국항공우주국

 

1억5천만개 이상 화소로 표현한 ‘스테판 5중주’ 

은하 부문에서 선택된 것은 다섯개의 은하가 모여 있는 스테판 5중주(Stephan‘s Quintet) 소은하군이다.

지구에서 2억9천만광년 떨어져 있는 스테판 5중주는 가을철 북쪽 하늘을 대표하는 페가수스 자리에 있다. ‘스테판 5중주’란 이름은 1877년 프랑스의 천문학자 에두아르드 스테판이 처음 발견할 당시 5개의 은하가 모여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5개 은하 중 거리가 가까운 4개는 서로의 중력 영향으로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다가 먼 훗날 병합될 가능성이 높다. 이 4개와 떨어져 있는 아래의 은하는 지구에서 훨씬 더 가까운 4천만광년 거리에 있다. 나사는 “스테판 5중주는 은하가 어떻게 서로의 별 형성을 촉발하는지 연구할 수 있는 환상적인 실험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제임스웹이 촬영한 것 중 가장 큰 영역을 담고 있는 사진으로 달 지름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1000개의 이미지 파일과 1억5천만개 이상의 픽셀로 완성한 사진이다. 5개의 각 은하에는 수백만~수천억개의 별이 있을 것으로 나사는 추정한다.

사진에서 맨 위에 있는 은하(NGC 7319)에는 활성 은하핵, 즉 태양 질량의 2400만배에 이르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있다. 나사는 “이 블랙홀은 물질을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400억개의 태양에 해당하는 빛 에너지를 방출하는데 제임스웹의 근적외선분광기가 그 모습을 상세하게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이미저 및 슬릿리스 분광기(NIRISS)가 물 신호를 포착한 외계행성 ‘WASP-96 b’의 스펙트럼.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 이미저 및 슬릿리스 분광기(NIRISS)가 물 신호를 포착한 외계행성 ‘WASP-96 b’의 스펙트럼. ⓒ미국항공우주국

 

허블이 10년 이상 걸려 포착한 신호를 단숨에

이날 나사가 공개한 사진 중 하나는 카메라를 통해 들여다본 우주 물체의 실체가 아닌 분광기를 통해 측정한 스펙트럼이다. 대상은 2014년 발견한 봉황자리의 외계행성 ‘WASP-96 b’다.

지구에서 1150광년 떨어져 있는 WASP-96 b는 태양계 밖에 있는 거대한 행성으로 주로 가스로 이뤄져 있다. 수성~태양 거리의 9분1의 1 거리에 있는 항성을 3.4일마다 공전한다. 질량은 목성의 절반 정도이나 지름은 1.2배 더 크다. 온도가 500도가 넘는 ‘부풀어 오른 행성’이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정밀한 분광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행성의 대기에서 구름과 연무 및 물의 신호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제입스웹의 근적외선 이미저 및 슬릿리스 분광기(NIRISS)가 6월21일 이 행성이 별 앞을 가로질러 이동하는 6.4시간 동안 포착한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다. 분광이란 행성에서 포착한 빛의 여러 파장을 분석해 구성 물질을 밝혀내는 걸 말한다.

제임스웹은 0.6~2.8㎛의 스펙트럼을 포착하는데 1.6㎛ 이상의 파장은 다른 망원경에선 접근할 수 없었다. 스펙트럼의 이 부분은 물을 비롯해 산소, 메탄, 이산화탄소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나사는 “1990년부터 관측활동을 한 허블우주망원경이 2013년에서야 처음으로 외계행성의 대기에서 물을 감지한 것을 고려하면 제임스웹의 이런 관측력은 지구 너머에 있을 수 있는 거주가능 행성 탐구에서 거대한 도약을 뜻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임스웹은 향후 1년 동안 관측시간의 4분의 1을 외계행성에 할당한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 가장자리의 주황색 호(아크)가 은하단 중력의 영향(중력렌즈)으로 빛이 굴절된 뒤쪽 은하들이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근적외선으로 촬영한 은하단 ‘SMACS 0723’. 가장자리의 주황색 호(아크)가 은하단 중력의 영향(중력렌즈)으로 빛이 굴절된 뒤쪽 은하들이다. ⓒ미국항공우주국

 

관측 시작하자마자 131억년 전 빛 포착

나사는 하루 전 백악관 행사를 통해 먼저 공개된 ‘SMACS 0723’ 은하단 이미지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나사는 근적외선분광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6억년 전 형성된 이 은하단의 ‘중력 렌즈’ 현상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 뒤쪽 은하들에서 138억년 전 빅뱅 이후 7억년이 지난 시점인 131억년 전의 초기 우주 빛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사진 속의 우주가 하늘에서 차지하는 부위는 쭉 뻗은 팔끝에 쥐고 있는 하나의 모래알 만한 크기에 불과한 작은 영역”이라고 밝혔다. 이 작은 우주 조각에 수천개의 은하가 자리잡고 있다.

나사는 “이 은하단 사진은 근적외선카메라(NIRcam)로 총 12.5시간 동안 다양한 파장으로 촬영한 이미지를 합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이는 허블우주망원경의 적외선으로 몇주간 촬영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13일 보충 설명자료를 통해 ”이번에 공개된 이미지에서 중력렌즈 현상으로 관측된 은하 이외에도 모든 영역에 걸쳐서 어둡고, 작은 점으로 보이는 수많은 은하들이 관측됐다”며 ”이들에 대한 연구는 빅뱅 이후 태어난 초기 은하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상 최대 천문학 프로젝트’가 낳은 가장 강력한 우주 망원경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져 있는 제2라그랑주점에서 관측활동을 한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균형을 이뤄 궤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태양을 등지고 있어 시야의 방해를 받지 않는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활동 기간을 10년으로 설정했지만 궤도에 안착할 때까지 예상보다 적은 에너지를 소비한 덕에 최대 20년까지 관측활동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한겨레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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