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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플라스틱 컵
생분해 플라스틱 컵 ⓒDarren Curzon via Getty Images

‘썩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진 생분해성 수지가 기존 플라스틱의 대체재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이를 이용한 ‘친환경’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도입 취지와 달리 일반쓰레기처럼 소각되거나 썩는 조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매립되는 게 태반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고온의 땅에 매립되면 미생물에 의해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완전히 분해되는 재료로 만들어진다. 옥수수 전분을 이용한 폴리락타이드(PLA)가 대표적이다. 이런 성질 때문에 생분해 플라스틱을 기존 플라스틱의 대체 포장재로 쓰려는 기업이 느는 추세다.

지난달 8일 비지에프(BGF)리테일은 오는 4월부터 씨유(CU) 편의점 전체 매장에서 비닐봉지 대신 폴리락타이드 소재의 친환경 포장재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친환경 봉투 판매가는 100원으로, 일반 비닐봉지가 20원인 것과 비교하면 5배 비싸다. 롯데마트의 자체 브랜드인 스윗허그, 배달의민족의 식자재 및 배달 비품 쇼핑몰 ‘배민상회’도 생분해성 수지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버려진 생분해 플라스틱은 정말 땅에 묻혀 퇴비가 될까. 지난 23일 발간된 녹색연합의 보고서 ‘생분해 플라스틱의 오해와 진실’을 보면, 생분해 플라스틱의 실상은 친환경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국내 생분해 플라스틱 제품의 처리 지침은 일반쓰레기와 동일하게 종량제 봉투에 넣어버리는 것인데, 이렇게 버려지는 생활 폐기물의 절반 이상은 소각된다. 2018년 종량제 배출 생활 폐기물 발생 및 처리현황을 보면, 1일 전체 배출량 2만5572톤 중 52.7%가 소각되고 28.9%가 매립된다. 재활용되는 건 18.4%에 불과하다.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포장재.
생분해 플라스틱 소재로 만든 포장재. ⓒ한겨레/녹색연합 제공

매립되는 28.9%도 퇴비화 조건을 갖춘 땅이 아닌 일반 매립지에 묻힌다. 58±2도 상태에서 6개월 이내에 생분해되는 비율이 90%여야 생분해성 수지 제품으로 환경표지 인증을 받을 수 있는데, 국내엔 아직 이런 조건을 갖춘 전문 퇴비화 시설이 없다.

별도 시설을 갖출 만큼 사용되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양이 많지도 않다. 일반 매립지에 묻히는 경우 퇴비화되는 데 얼마나 걸리는지 국내에선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환경부 관계자는 “다른 조건에서도 분해가 가능한지에 대해선 설왕설래가 있다. 현재 생분해성을 확인하기 위해 산업부 주관으로 실증 작업을 하는데, 결과에 따라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관리 방식을 조정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이렇게 일반쓰레기와 다름없이 처리되지만, 규제 대상에선 제외돼 있다. 자원재활용법 12조에선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 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의 제조업자·수입업자에게 폐기물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지만, 생분해성 제품은 예외로 둔다. 또 생분해성 제품은 재활용 의무 대상도 아니다. 환경표지인증기준에 따르면, 생분해성 수지는 ‘통상적으로 회수가 곤란한 제품’이나 ‘재활용을 위한 분리수거가 용이하지 않은 제품’에 적용하는 게 원칙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처리 방식을 검토하지 않은 채 무작정 생분해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것은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승은 녹색연합 정책팀장은 “생분해 플라스틱은 분해돼서 자연으로 되돌아간다는 게 핵심인데, 지금은 안 돌아간다. 친환경적 처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거나 친환경 인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근본 대안은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폐기물 관리체계 내에서 처리되는 제품들은 주로 재활용하거나 소각하기 때문에 생분해 여부는 큰 의미가 없다. 순환 가능성과 소각 시 온실가스 배출 최소화가 더 중요하다. 특성에 맞는 처리 방식 없이 무조건 홍보만 하면 그린워싱이 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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