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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노동자들은 故 노회찬 의원이 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진)
ⓒ한겨레

27일 오전 9시40분께 국회도서관 앞 도로변. 19명의 여성이 그늘도 없는 땡볕에서 서 있었다. 자신을 ‘그림자’라고 부르던 이들은 국회 내 청소노동자들이다. 음지에서 일하던 이들은 오전 10시께 국회의사당 정현관(본청) 앞으로 들어올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운구 행렬을 지켜보기 위해 양지로 나왔다. 이들은 노 의원에 대한 기억으로 그를 쉽게 보낼 수 없었다.

청소노동자들은 쫓겨날 처지에 있던 자신들에게 “사무실 같이 씁시다”고 말한 노 의원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2016년 4·13 총선 이후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사당 본청 2층에 있던 남·여 휴게실과 노조 사무실을 비워 달라고 요청했다. 본청 내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사무실과 휴게실들을 내주면 청소노동자들도 쉴 공간이 없었다. 김영숙 국회 환경노동조합 위원장은 “당시 노 의원과 점심을 먹던 중 고민을 털어놓았다. 노 의원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내 사무실이라도 같이 쓰자’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다행히 국회 의원회관 9층으로 휴게실과 사무실을 옮겼지만 청소노동자들은 노 의원의 한마디를 잊을 수 없었다. 그들에게 노 의원은 같이 밥을 먹어주는 몇 안되는 의원 가운데 하나였다.

오전 9시50분께 장례위원회 한 관계자는 운구차가 들어오면 어수선해질 것을 대비해 이들에게 뒤로 물러서 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운구차가 지날 때 마지막으로 인사라도 드리고 싶다”며 어렵게 양지로 나왔지만 또다시 다섯 걸음 뒤로 물러섰다. 19명의 청소노동자는 고인을 추모하려면 왼손을 오른손 위에 포개야 한다고 서로 속삭였다.

오전 10시께 운구차가 들어오자 이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어깨도 들썩거렸다. 김 위원장은 자신들을 찾아온 이정미 정의당 대표 품에 안겨 “(노 의원을) 어떻게 보내드려”라는 말만 계속 내뱉었다. 2011년부터 노 의원을 지켜봤던 청소노동자 조정옥(59)씨는 ‘그동안 몸과 마음고생 한 걸 다 잊고 편히 쉬세요’라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지난 23일 당일 노 의원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믿을 수가 없던 조씨는 엘리베이터를 탔다가 우연히 마주친 한 국회 의원에게 외쳤다. “의원님, 속이 상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낯짝이 두꺼운 사람들도 잘사는데 어떻게 그럴 일이 있을 수가 있어요.”

청소노동자들은 故 노회찬 의원이 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사진)
ⓒ뉴스1

매년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이면 노 의원은 이들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선물했다. 김 위원장은 “청소노동자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그림자 같은 존재다. 노 의원은 음지에서 일하던 우리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줬다.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들이라고 인정해줬다. 국회 특성상 청소노동자들이 아마 국회의원을 가장 많이 만났을 것이다. 노 의원은 우리가 만난 정치인들 가운데 가장 인간적인 정치인”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복도나 계단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노 의원이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노 의원은 항상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밝은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박태점 사무국장은 “노 의원은 지나가다가 만나면 항상 인사해줬다. 그래서 오늘 노 의원이 마지막 가는 길에 우리가 인사드리려고 일부러 나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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