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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북한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걸까?
ⓒJonathan Ernst / Reuters

빅터 차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의 지명 철회 이유 가운데 하나가 제한적 대북 예방 타격을 뜻하는 ‘코피 전략’를 둘러싼 백악관과의 정책 이견 때문이라는 외신 보도들이 나오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대북 정책 기류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코피 전략’의 현실성과 실행 가능성에 대해 의심 섞인 시각이 적지 않다.

31일(현지시각) 트럼프 행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복수의 워싱턴 소식통의 말을 종합하면, 대북 강경파와 온건파가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쟁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쪽엔 마이크 펜스 부통령,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그를 보좌하는 매튜 포틴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가 포진하고 있다. 온건파 쪽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미국은 북한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걸까?
ⓒ한겨레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두 집단이 항상 긴장 관계에 있었지만, 대북 강경파들의 목소리나 움직임이 최근들어 부쩍 활발해진 시점은 공교롭게도 김정일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어진 평창겨울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 접촉 분위기와 밀접히 맞물려 있다.

워싱턴에서 ‘코피 전략’ 논의가 수면 위로 급부상한 것은 지난달 8일 월스트리트 저널의 보도가 기폭제가 됐다. 미국 관료들이 전면전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제한된 타격을 가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놓고 논의 중이라는 것이었다. 공교롭게도 남북 고위급회담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보도 이후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미국 내 한반도 전문가들의 비공개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지하게 코피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틴저 선임보좌관은 ‘제한적 대북 타격이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백악관이 정말로 군사행동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믿음이 확산된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강경파의 움직임과 보수 언론 보도의 시점 등을 고려할 때, 이들의 목적이 남북관계 해빙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남북 대화를 100% 지지한다”고 발언한 이후 이들이 상당히 당황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북한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걸까?
ⓒPOOL New / Reuters

 ‘코피 전략’의 실행을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 얼마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코피 전략’은 미국이 선제적으로 예방 타격을 해도 북한이 체제 절멸을 우려해 미국에 보복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 위에서만 성립된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성적’이어야 성공 가능한 전략인 셈이다. 하지만 미국 강경파들은 김 위원장이 ‘잔인하고 비이성적’이어서 협상과 예측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코피 전략 자체가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둘째, ‘코피 전략’을 작전으로 실행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김 위원장이 이성적이라고 ‘100%’ 확신할 수 없다면 북한의 보복 가능성에 반드시 대비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하하기 위해선 주한미군을 빼거나 미군 가족 등 비전투요원을 먼저 소개시켜야 한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선제타격 조짐으로 판단하고 선제 공격을 가할 위험이 상존한다.

또한, 미군을 철수시키지 않고 타격을 하려면 주한미군 기지 및 주일미군 기지에 대한 최대한의 방어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 준비를 위해선 최소한 몇개월이 걸리고 한국 및 일본 정부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은 북한 '코피 터뜨리기 전략'을 얼마나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걸까?
ⓒJonathan Ernst / Reuters

 이런 이유로 워싱턴 사정에 밝은 한 전문가는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이기는 전쟁’이 아니라 ‘이익이 남는 전쟁’을 원할 것”이라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대북 제한 타격을 ‘이익이 남는 전쟁’이라고 생각할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비공개 모임일지라도 전문가들한테 얘기하면 금방 밖으로 알려지는 상황을 모를리 없는 포틴저 선임보좌관이 ‘코피 전략’을 얘기한 것 자체가 “이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라고 풀이했다. 심리전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도 이날 “몇몇 행정부 관리들과 전문가들이 지난해 봄 범부처 검토를 통해 결정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승인한, ‘협상 조건 창출을 위한 최대의 압박’이라는 대북 정책이 변하지 않았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국방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도 “모든 군사 옵션을 준비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옵션으로만 갖고 있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강경파에 밀려있던 온건파가 이전보다는 다소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국무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당에서 파견된 국무부 고위 관료가 직원들에게 틸러슨 장관이 계속 잔류할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기구에 대한 지원금 전액 삭감을 주장한 니키 헤일리 대사에 맞서 절반 삭감을 지지한 틸러슨 장관과 매티스 장관의 손을 들어준 ‘작은 승리’도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온건파들의 영향력이 아직 제한적인 것도 사실이다. 백악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문 대통령 지지 발언이 강경파의 공개적인 저항 움직임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라며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친밀한 관계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다른 소식통은 “결국 북한이 평창 이후에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트럼프 행정부 및 전문가들의 대북 여론 지형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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