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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프리랜서 나도 프리랜서, 둘 다 집에 있으면 같이 육아를 해야지 왜 나만 노동량이 많은 거야? 공동육아가 꿈이었던 여자는 소리를 질렀다. 아이를 낳자 꿈은 그냥 꿈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일단 '아이를 본다'는 개념이 서로 달랐다. 여자에게 육아는 감정, 육체노동이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이를 돌보면서 기저귀가 얼마나 남았나 체크하고 젖병을 씻어야 했다. 계절에 맞는 내의를 검색하고 유아 발달에 맞는 책 후기도 읽었다. '또 외식하면 나는 나쁜 아내일까' 자책도 해야 했고 우울함이 찾아오면 '난 모성애 같은 거 없나 봐' 눈물만 펑펑 쏟았다. 반면 남자는 말 그대로 '보았다'. 무엇을? 자신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에게 육아란 그런 것이었다. 준비되어 있는 육아용품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놀아준 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는 것. 그는 자신의 아내가 관습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길 바랐고 가끔 '가부장적이지 않은 자신'을 칭찬해주기 바랐다. 육아를 돕는 나, 집안일을 돕는 나, 여러모로 아내를 '돕는'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져서 대놓고 조력자로 머물기로 했다. 조력자가 아닌 동료를 원했던 여자는 화가 났고 매일 싸우던 부부는 결국 이혼하게 되었다.

반쪽이처럼

"난슬이 글을 여러 번 읽었는데 제 기억과는 매우 다릅니다." 딸의 면접일, 전 장인을 만난 전남편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의 묘사는 가혹하고 일그러진 것이라 일축했다. 그에게는 전혀 다른 버전의 현실이 놓여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니 그가 과거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아주길 원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뒤늦게 중립적인 기억을 요구해봐야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각자가 느낀 현실의 결이 달랐다는 것만이 진실이다. '우리 둘 다 육아가 정말 힘들었구나' 합의할 수 있는 문장은 대충 그런 정도다.

〈여성신문〉에 연재되었던 만화 〈반쪽이의 육아일기〉(최정현 지음)는 이상적인 공동양육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만화다. 출근하는 엄마를 대신해 집에서 딸을 키우는 아빠의 육아일기로 절판된 명작이다. 만화는 반쪽이 혼자 얼마나 멋지게 육아를 해내는가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편견에 가득한 사람들의 시선과 부부 갈등, 페미니즘 이슈, 가부장적 한국 사회에 대한 풍자까지 담겨 있다. 출판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내게는 더없이 훌륭한 페미니즘 입문서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누렇게 변한 〈반쪽이의 육아일기〉를 종종 꺼내 읽는다. 일러스트레이터의 시선으로 본 이 책은 내용만 대단한 것이 아니다. 심플한 작풍인가, 무심히 봤다가는 작가의 디테일 묘사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아이의 발달 과정에 따라 달라지는 외모와 움직임의 표현은 생생하고 따뜻하다. 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글과 그림은 비단 육아, 생활 만화라는 장르에 가둬 놓고 보지 않더라도 가히 최고에 속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내가 〈반쪽이의 육아일기〉를 극찬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들이 해낸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었나 절감하기 때문이다. 육아는 부부 두 사람의 몫. 지당한 문장은 왜 아직도 당연하지 않을까. 만화를 읽던 초등학생이 네 살 된 아이의 엄마가 될 때까지, 뽀얀 종이의 만화가 변색되어 페이지를 뱉어낼 때까지도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의 사소할 수 없는 기록, 절판될 수 없는 이야기가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만약 저항의 육아, 〈반쪽이의 육아일기〉가 재발간된다면 나는 전남편에게 선물하고 싶다. 우리가 살았고, 또 실패한 삶의 일면을 돌아보기 위해 그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끝없는 가치관 테스트와 진실 논쟁으로 서로를 미치게 만들 필요도 없이 딱 두 가지만 묻고 싶다. 우리는 반쪽이 부부만큼 치열했는가. 딸이 어떤 현실에서 살아가길 바라는가. 한때의 연인, 이제는 아이로 묶인 인연의 남자는 과연 뭐라고 대답할까?

반쪽이처럼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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