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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들이 야근을 줄일 수 있는 방법
ⓒ한겨레

엘지유플러스는 2013년부터 아침 9시~11시까지 집중근무하는 ‘911근무제’를 하고 있다. 엘지디스플레이도 파주·구미공장에서 오전 8시30분~10시까지, 오후 4시~5시30분까지 집중근무시간으로 설정해 개별 흡연 등을 자제하면서 협업과 몰입을 강화한다.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아이퀘스트도 개발부서 중심으로 오전 10시~12시엔 회의·잡담을 피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의 사내 인트라넷엔 오전 10시30분부터 1시간, 오후 2시30분부터 1시간 동안 집중근무시간 ‘알림’ 메시지가 뜬다. 긴급한 경우가 아니면 회의 소집이나 업무 지시도 집중을 흐트러트릴 수 있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 수출입은행 쪽은 “이 시간대엔 외부 행사도 피하고 (잡담을 나눌 수 있는) 사내 인트라넷 메신저도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 일과 근무시간에서 업무 효율이 가장 높은 특정 시간대를 정해놓고 임직원들이 몰입해 일하도록 무분별한 회의나 보고, 갑작스런 업무지시, 결재 등을 가급적 자제하는 ‘집중근무 시간제’를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유플러스 쪽은 “아침시간이 가장 집중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대로, 부서 회의 등은 오후로 가급적 미룬다”며 “집중해 일하니 야근도 줄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퀘스트 관계자는 “기존엔 ‘일 좀 하려다 보면 회의에 들어오라고 한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개발분야뿐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불필요한 회의가 줄고 있다”고 말했다. 회의는 일과가 끝나갈 즘에 짧게 하고 마친다.

집중근무 시간제는 한국 기업이 노동·자본의 물량투입의존형 성장 전략을 아직 탈피하지 못하고, 낮은 생산성에 머물고 있는 데 대한 임시처방이다. 업무 몰입이나 기술·조직혁신에 의한 효율을 측정하는 지표가 총요소생산성이다. 한국생산성본부가 각국의 국민계정에 기초해 펴낸 ‘총요소생산성 국제비교(2014)’를 보면, 우리 경제의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은 1991~95년(0.49%), 1996~2000년(0.23%), 2001~2005년(0.19%), 2006~2011년(0.20%)로 계속 둔화하고 있다. 경제성장(총산출 증가) 가운데 총요소생산성의 기여도 역시 90년대 5.25%, 2000년대 3.85%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런 기여도는 미국(18.09%·1990~2005년)과 유럽연합 10개국(9.64%)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 직장인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많이, 더 오래 일하는 부지런함을 지녔지만, 생산성은 낮다. 이른바 ‘부지런한 비효율’이 퍼져 있는 셈이다.

생산성 주도형으로 전환하는 게 더딘 이유는 뭘까? 한국신용평가 조민식 이사는 “생 막걸리를 넘어 식초화할 정도로 비대해진 기업조직의 관료화”를 꼽는다. 그는 “우리 대기업은 조직적 힘을 통해 외국의 선도적 기업을 추격해 따라잡는 성과를 냈지만, 외환위기 이후엔 효율적인 체계화를 넘어서 공무원조직보다 더 심하게 관료화했다”고 지적한다. 조직 비대화로 비효율적 측면이 부각되자 기업마다 사업단위를 쪼개 자회사로 분산하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한국생산성본부 차성미 연구위원은 “기업조직이 경직돼 기획에서 결정·실행까지 의사결정이 늦어지면서 ‘눈치 보는 야근’이 발생하고, 이런 낭비적 노동시간 투입이 증가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관료화 탓에 조직 역량이 바깥이 아닌 기업 내부를 향한 일에 지나치게 소모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숱한 회의와 보고서 작업”이 대표적이다. 엘지경제연구원 강승훈 책임연구원은 “보고서나 회의는 조직 윗사람을 향하고 또 거기에 맞추는 것”이라며 “단순히 집중근무시간으로 회의를 몇 분으로 제한하고 보고서를 한 쪽으로 줄인다 해도 다시 본래대로 되돌아가는 일도 흔하다”고 말했다. 비공식 회의가 생겨나고, 여러 장짜리 숨어 있는 보고서들이 또다시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그는 “사무실에서 개인들의 개별 직무와 성과지표를 명확히 설정해야만 오래 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풍토가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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