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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5년을 더 산다, 왜 그럴까

여성이 남성보다 대략 5년을 더 산다. 한겨레신문 자료사진

연령 높을수록 여성비율 더 높아

세상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만, 수명에 관해서만큼은 여성이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 통계적으로 대략 5년을 더 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 2016 세계건강통계 >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에 태어난 아이의 평균 기대수명은 71.4세다. 성별로 나눠 보면 남자 아이가 69.1세, 여자 아이가 73.8세이다. 4.7년 차이다. 한국의 경우엔 여자 85.5세, 남자 78.8세로 여성의 수명이 6.7년 더 길다.

게다가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진다. 80대에서 여성 비율은 60%에 그치지만 100세 이상 노인 집단에선 약 80%가 여성이다. 한국의 경우엔 86%에 이른다. 110세 이상인 슈퍼센티내리언에선 무려 96%가 여성이다.

여자가 5년을 더 산다, 왜 그럴까

한국의 100세 이상 인구 성별 현황. 통계청

역대 최장수인은 122년을 산 여성

역대 최장수인도 역시 여성이었다. 1875년에 태어나 1997년에 사망한 프랑스의 잔 칼멩(Jean Calment)은 122년 164일을 살았다. 역대 최장수 남성은 기무라 지로몬(Jiroemon Kimura)으로, 116년 54일을 살았다. 최근까지 가장 오래 산 사람은 지난해 숨진 일본의 오카와 미사오다. 1898년 3월5일생인 그는 117년 26일을 살았다. 현존 세계 최장수인은 미국의 수잔나 무샤트 존스(Susannah Mushatt Jones)다. 1899년 7월6일생이다. 지난 7월 117세 생일을 맞았다. 그 바로 아래로는 이탈리아의 엠마 모라노(Emma Morano)가 있다. 그는 1899년 11월29일생이다. 현존 최장수 남성은 일본의 고이데 야스타로(Yasutaro Koide)이다. 1903년 3월13일생이다.

한국은 사정이 어떨까? 통계청에선 지난 2005년 인구총조사때까진 최고령자를 조사해 발표했으나, 이후 이를 중단했다. 100세 이상 노인들은 정확한 출생 기록이 없는 경우가 많아 최고령자를 정확하게 가려내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조처였다. 그동안 최고령자로 꼽힌 당사자와 그 가족들이 언론에 노출된 이후 힘들어 한 점도 최고령자 발표 중단의 한 이유다. 100세가 넘어서까지 백년해로하고 있는 부부는 있을까? 통계청 담당자는 "딱 1쌍이 있다"고 전했다.

여자가 5년을 더 산다, 왜 그럴까

역대 최장수인으로 기록된 프랑스의 잔 칼멩(1875.2.12~1997.8.4). 122년 164일을 살았다. 위키피디아

남성호르몬, 성염색체 등 생물학적 요인 추정

남성의 위험한 행동패턴도 수명연장을 방해

생물학적으로 따지자면 남자가 훨씬 더 강한데, 왜 여자가 더 오래살까? 이는 관련 부문의 학자들을 오랫동안 괴롭혀온 숙제다. 남성호르몬이 미치는 영향, 남성 성염색체(XY) 대비 여성 성염색체(XX)의 우월성 등 부분적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잇따르고 있다. 남성호르몬이 수명에 끼치는 영향은 몇년 전 민경진(인하대 교수), 박한남(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 이철구(고려대 교수) 등으로 구성된 한국 연구팀의 조선시대 환관 연구에서도 드러나 국제적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들은 조선시대 환관 족보인 <양세계보>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환관이 동시대의 양반보다 15년 이상을 더 살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6세기 중반~19세기 중반의 세 양반가문 남성들은 평균 51~56세까지 산 반면 환관들(81명)의 평균 수명은 70세였다. 100세를 넘긴 환관도 3명이나 됐다. 하지만 각 연구들은 노화와 수명을 구성하는 메카니즘의 일부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 전체적인 메카니즘은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남덴마크대 카레 크리스텐센(Kaare Christensen)을 비롯한 연구진은 생물학적 요인과 함께 행동 요인도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덴마크 전체 인구의 건강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남성은 같은 나이의 여성보다 육체적 장애가 많지 않았지만 사망률은 더 높았다. 연구진은 호르몬 같은 기본적인 생물학적 차이가 영향을 끼쳤지만 행동 패턴도 한 원인으로 추정했다. 예컨대 남성은 상대적으로 위험을 더 감수하려 하며 치료를 잘 받으려 하지 않고, 아파도 이를 잘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행동 패턴들이 수명 연장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산업화·도시화 이후 남녀 수명 역전

출산 숫자 줄어든 영향 첫손에 꼽혀

과거에도 그랬을까? 막스플랑크인구통계연구소의 연구진(Svenja Weise, Jutta Gampe)은 2만5천개의 스칸디나비아반도 선사시대 유골을 관찰한 결과, 흥미로운 결과를 얻어냈다. 대부분의 역사 시기에 걸쳐 여성은 남성보다 일찍 죽었다. 특히 출산 기간 중에 죽는 일이 많았다. 이 패턴은 중세 후반까지 계속됐다. 이 시기에 들어 도시화가 진행되고 무역이 늘어나면서 여성이 남성보다 더 오래 사는 오늘날의 패턴으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연구진은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몇가지를 든다. 첫째, 결혼 연령이 늦어진 점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자녀 출산 숫자를 줄였다. 출산 과정에서의 여성 사망 위험률이 줄었다는 걸 뜻한다. 둘째, 집안에서 음식과 건강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접근성이 좀더 평등해졌다. 셋째, 남성이 질병에 감염될 확률이 높아졌다. 이주가 활발해지고 무역이 증가하면서 질병이 확산됐는데, 그 주된 표적은 사회 활동이 활발했던 남성이었다는 얘기다. 이는 남성의 수명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도시화다. 도시화는 여성을 둘러싼 남성들 사이의 경쟁을 심화시켰다. 그 결과 남성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행동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여자가 5년을 더 산다, 왜 그럴까

2055년 일본의 성별 인구구조 피라미드 예상도. 85세 이상 집단에서 여성 비율이 압도적이다. http://www.prb.org/Publications/Articles/2008/globalaging.aspx

몇몇 영장류에서도 남성의 수명이 짧은 경향이 있다고 한다. 수전 앨버츠(Susan Alberts) 듀크대 생물학 교수는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수천마리의 늙은 영장류를 연구한 결과, 6종의 영장류에서 성별 사망률 패턴이 사람과 비슷하다는 걸 발견했다. 그 6종은 시파카, 푸른원숭이, 마운틴고릴라, 흰목꼬리감기원숭이, 침팬지, 개코원숭이었다. 연구진은 영장류에서의 성별 사망률 차이는 암컷을 둘러싼 수컷간의 강력한 경쟁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는 수명이 진화나 생물학적 요인보다는 사회적 관계에 좌우될 수 있다는 걸 뜻한다. 연구진에 따르면 개코원숭이의 경우, 암컷은 자신이 태어난 집단을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수컷은 다 자라고 나면 집단 밖으로 이동한다. 이는 근친교배를 피하고, 자신의 짝을 더 강렬하게 찾도록 이끈다. 또 수컷 개코원숭이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각각의 연구 결과들은 복잡한 퍼즐의 한 조각들이다. 이런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쌓이다 보면 미래의 어느 시점에선가는 전체 퍼즐을 완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한다.

* 이 글은 필자의 블로그 <미래창>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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