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갈리아가 깨닫게 해 준 것

당연히 메갈리아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베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갈리아는 직접적으로는 미러링을 통해 일베의 언어와 행태를 전도시키지만, 그것을 통해 전도되는 것은 일베들의 '특수한' 문화나 언행만이 아니라 한국남성의 여성에 대한 '일반적' 태도와 인식이다. 메갈리아는 한국남성들이 여성들을 차별하고 착취하기 위해 또는 그 과정에서 젠더적으로 공유해 온 언어세계를 과감하게 침범하고 그것을 탈영토화하여 백일하에 드러냄으로써 그 언어세계가, 그리고 그것의 배경에 완강하게 자리잡아온 차별과 착취의 심상과 제도, 습속 전체가 얼마나 낯설고 외설적이며 반윤리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지 문득 깨닫게 해 준 것이다.

2016-08-02     김명인
ⓒtumblbug.com/mersgall4

또한 10대에서 80대까지 연령과 세대에 관계없이 동성애자가 아닌 한국남성들의 절대다수는 많건 적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있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40대 전후의 '젊은 여성들'에 대해서는 절대적으로 그렇다. 그것은 말이 좋아 대상화이지 사실은 성적 착취라고 할 수 있다.

한국남성들과 한국여성 사이에서 존재하는 이러한 젠더 상황의 기본 성격은 유구하고 다양한 유무형의 습속과 제도를 통해 고착되고 재생산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상대적으로 높아졌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젠더 상황이 전반적으로 반성되고 변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오로지 교육과 인지의 발전과 더불어 여성들 스스로가 끝없이 이에 대해 저항하고 문제를 제기해온 결과로 보아야 한다.

한국남성 일반은 개개인의 성향이나 입장과 상관없이 구조적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착취하는 데에 동참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유형 무형의 이득을 얻고 있다, 따라서 '여성 혐오'는 '덜 떨어진' 일부 남성집단의 정서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를 지탱하는 하나의 사회적 자산이자 동력이며, 그것은 모든 남성들에게 골고루 배당된 황금주가 되어 일상적 수익으로 환원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메갈리아가 대상으로 하는 것은 일베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메갈리아는 직접적으로는 미러링을 통해 일베의 언어와 행태를 전도시키지만, 그것을 통해 전도되는 것은 일베들의 '특수한' 문화나 언행만이 아니라 한국남성의 여성에 대한 '일반적' 태도와 인식이다. 메갈리아는 한국남성들이 여성들을 차별하고 착취하기 위해 또는 그 과정에서 젠더적으로 공유해 온 언어세계를 과감하게 침범하고 그것을 탈영토화하여 백일하에 드러냄으로써 그 언어세계가, 그리고 그것의 배경에 완강하게 자리잡아온 차별과 착취의 심상과 제도, 습속 전체가 얼마나 낯설고 외설적이며 반윤리적이고 폭력적인 것인지 문득 깨닫게 해 준 것이다. 그것은 마치 겉으로는 정상적이고 미끈한 사람의 몸 안에서 낯선 괴물 덩어리를 갑자기 끄집어낸 것과도 같은 효과를 만들어 냈다. 그동안 모든 한국남성의 몸 안에는 성차별과 착취를 먹고 사는, 마치 큰빗이끼벌레와도 같은 더럽고 끈끈한 것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는 것을 메갈리아는 극적으로 보여주었을 뿐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