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것 같아요"라는 말은 합리적인 논쟁을 막는다(NYT기고)

2016-05-02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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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까다롭다"고 말한 노스캐롤라이나대 조교수 몰리 워던은 일요일인 1일자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현상을 지적하면서 "`…것 같아요'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문명화된 갈등"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한 사회의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물리적 폭력에 의존하지 않고 서로 주장을 펼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가장 위대한 면이라는 것이다.

워던 교수에 따르면, "…것 같아요"는 다양성과 양극화가 동시에 급진행되는 현대 사회에서 다른 사람들과 충돌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그 입맛에 맞는 말을 하려는 일종의 '겸양'의 표현이지만, 결과적으론 합리적 주장과 반박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고대 유교와 그리스 스토아학파 뿐 아니라 현대 신경과학의 연구결과도 이성적 추론과 결정에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것 같아요"라는 어법을 문제 삼는 것은 감정의 표현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고의 게으름의 징표"라는 데 있다고 워던 교수는 설명했다.

오늘날과 같은 상대주의 시대에도 "증거와 개인만 아는 내적 감정 사이의 구분은 존재"하고, 다양한 관점이 있다고 해서 각 개인이 기반을 두는 명확한 사실(facts)이 없다는 뜻은 아닌데 "…것 같아요"라는 어법은 이 모든 것을 뭉개버리고 만다.

그는 '동물농장' 작가 조지 오웰의 말을 인용, "사고가 언어를 타락시킬 수 있듯이 언어 역시 사고를 타락시킬 수 있다"며 거듭 생각을 명료하게 표현하는 언어 사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실행가(doer)인 것 같아서 지지한다"거나 "나는 버니 샌더스가 너무 이상주의적인 것 같다"고 말하지 않고 "나는 도널드 트럼프가 실행가이어서 지지한다"거나 "버니 샌더스는 너무 이상주의적이다"고 말해야 이성에 기반한 주장과 반박이 가능하다는 게 워던 교수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