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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이박쥐가 대다수의 포유류와 달리 성기 삽입 없이 짝짓기를 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포유류 중에서 성기 삽입 없이 번식을 하는 종은 현재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고 한다.

스위스 로잔대학 진화생물학자 니콜라스 파셀 교수와 연구자들은 “네덜란드 한 교회의 다락방과 우크라이나 박쥐 재활 센터에서 촬영된 문둥이박쥐 교미 영상 97건을 분석한 결과, 이 박쥐가 다른 포유류와 달리 비침투성 생식을 하는 것으로 관찰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20일(현지시각) 공개했다.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는 문둥이박쥐의 독특한 짝짓기가 처음 밝혀졌다. ⓒ우드랜드트러스트 누리집 갈무리/한겨레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는 문둥이박쥐의 독특한 짝짓기가 처음 밝혀졌다. ⓒ우드랜드트러스트 누리집 갈무리/한겨레

인간과 박쥐를 포함하는 대부분의 포유류는 난자의 수정과 임신이 모두 암컷의 몸속에서 이뤄진다. 그동안 수컷의 음경이 진화한 것은 난자 가까이 정자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는 이러한 기존 상식을 뒤엎는 사례다.

문둥이박쥐는 유럽과 아시아 전역에 서식하며 우리나라에서는 대전, 전남 순천 승주, 경남 마산, 창원, 함안, 강원 인제 등에서 관찰된 바 있으나 매우 희귀한 종으로 생태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이번 연구는 파셀 교수와 동료들이 문둥이박쥐(Eptesicus serotinus)가 다소 크고 특이한 형태를 성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시작됐다. 문둥이박쥐의 몸길이는 약 6~8㎝ 정도인데 발기한 성기의 길이가 몸통의 22%에 달하며 끝부분이 둥근 하트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런 수컷의 생식기는 암컷의 질 길이보다 7배 이상 길고 두꺼워서 도저히 삽입이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됐다.

수컷 박쥐의 생식기(A, B)와 암컷 박쥐의 생식기 현미경 사진(C). D는 암컷을 뒤에서 안고 짝짓기 행동하는 수컷 박쥐의 모습이다. ⓒ니콜라스 파셀 제공/한겨레
수컷 박쥐의 생식기(A, B)와 암컷 박쥐의 생식기 현미경 사진(C). D는 암컷을 뒤에서 안고 짝짓기 행동하는 수컷 박쥐의 모습이다. ⓒ니콜라스 파셀 제공/한겨레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박쥐 애호가 얀 주켄(Jan Jeucken)씨가 집 근처 교회 다락방에 서식하는 문둥이박쥐 개체군의 짝짓기 영상을 제공하며 미스터리가 풀리게 됐다. 연구진은 주켄씨가 제공한 영상 93건과 우크라이나 박쥐 재활센터의 짝짓기 영상 4건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수컷 박쥐는 교미 때 암컷의 등을 잡고 목덜미를 깨문 채, 발기된 성기를 암컷의 꼬리막 주위 외음부에 갖다 댄다. 일단 외음부를 찾으면 수컷은 성기의 끝부분을 단단히 붙인 채 가만히 짝짓기를 이어갔다. 박쥐들은 평균 53분간 이러한 성행위를 지속했으며, 가장 긴 짝짓기는 12.7시간 동안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짝짓기 후 암컷 배의 털이 젖어있는 것을 관찰했는데, 정액이 전달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봤다.

파셀 교수는 박쥐는 생물학적으로 여러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동물이라고 과학저널 뉴사이언티스트에 밝혔다. 그는 “박쥐는 작은 몸집에 비해 비교적 긴 수명을 갖고 있다. 일부는 40살을 넘겨 살기도 한다. 또 번식 능력도 놀라운데, 일부 암컷 박쥐는 짝짓기 후 몇달 동안 정자를 자궁에 저장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빈 대학 진화생물학자 미카엘라 파블리체프는 “포유류의 짝짓기에서 성기 삽입 없이 정자를 옮기는 종은 이전까지 발견된 바 없다. 이번 관찰은 박쥐의 독특한 생태를 전하고 있다”고 ‘네이처’에 말했다.

연구진은 문둥이박쥐가 어떻게 이런 독특한 짝짓기 방식으로 진화하게 되었는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용 논문 : Current Biology, DOI: 10.1016/j.cub.2023.0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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