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의 학교폭력을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피켓(왼), 9일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고은정 반포고 교장과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오). ⓒ 뉴스1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이 ‘학교폭력’을 저지른 뒤 강제전학 처분을 받아 간 서울 반포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어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정씨의 징계 기록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실에 대해 반포고등학교 교장은 “모른다” “공개할 수 없다” 등의 답변으로 일관해 거센 질타를 받았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및 서울대학교·민족사관고·반포고 등을 대상으로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이날 고은정 반포고 교장은 ‘당시 반포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정씨의 강제전학 처분 기록을 삭제했는지’를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씨의 대법원 판결을 알고 있었느냐”라고 묻자, 고 교장은 “모르고 있었다”고 답했다. 본인은 2019년 9월에 부임했고, 정씨는 이보다 앞선 2월에 전입해 알 수 없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고 교장은 “발령 당시 학폭으로 학교에서 보호받는 아이들이 몇 명이나 되냐”라는 질문에도 “모른다”는 답변만 내놨다.
결국 문 의원은 고 교장을 향해 “해괴망측한 답변”이라며 “학교에 부임했으면 적어도 학폭 때문에 전학 왔거나 학교에 학폭으로 인해 관리 받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확인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고 교장은 “그 학생을 집중 관리하면 낙인효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이 “(학폭에 대해선) 교장이 잘 알고 어떻게 개선을 할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하자, 고 교장은 이번에도 “잘 아는 사람은 학급 담임선생님”이라며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뉴스1
반포고 외부 위원들이 정씨의 기록 삭제를 도왔을 가능성도 언급됐다. 문 의원은 “당시 심의기구 심의위원 9명 중 변호사를 포함해 4명이 외부 인사였다”며 “온갖 법 기술을 쓴 정 변호사가 외부 위원을 통해 정씨의 기록 삭제를 도왔을 개연성에 대해서 합리적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고 교장은 “그 부분은 정말 억측”이라며 “(당시 회의록을 보면) 정씨가 반성하고 있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다. 심의기구에서 만장일치로 삭제를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회의록 제출 요구에는 “공개할 수 없다. 학생과 학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의 경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이날 정씨의 대입 과정에서 학폭 이력으로 ‘감점’ 받았는지를 묻는 무소속 민형배 의원의 질의에 “어떤 학생에 대해 감점 조치를 했는지 특정해서 말할 수 없다”며 “강제 전학 조치를 받은 학생에 대해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 감점을 했다”고 답했다.
다만 서울대 측은 구체적으로 몇 점을 깎았는지, 현재 정씨의 서울대 재학 여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천 본부장은 “(정씨가) 합격자 명단에 있는 것까지는 확인했으나 현재 학교를 다니고 있는지, 어떤 상태에 있는지는 확인해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한편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지난 2017년 강원도의 기숙형 자율형사립고에서 동급생을 상대로 한 언어폭력으로 강제 전학 조치를 받았다. 그러나 정씨 측은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 대법원까지 다툼을 이어갔으나 결국 패소했다. 이후 정씨는 2019년 2월 서울 반포고로 전학간 뒤 2020년 졸업 후 서울대 철학과에 진학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