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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풍력발전, 생태와 이익의 시너지

독일 풍력발전 회사 오스터호프 방문기

지난 9월 11~19일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주제로 독일 탐방을 다녀왔다. 독일은 2022년까지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태양광, 태양열,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및 관련 산업 발전에 힘쓰고 있다. 특히 유기농업과 풍력발전을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농업과 에너지를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 있어 찾아갔다.

글 이선미(살림이야기 편집부) \ 사진 임성욱(한살림경남생협)

유기농장에 풍력발전기 건설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주에 있는 풍력발전 회사 오스터호프(Osterhof). 한적한 농촌의 농장 사이에 있는 작은 사무실에서 사장 제스 제슨 씨를 만났다. 오스터호프는 지역 농민들이 함께 만든 유한책임회사로, 농민들이 회사 실무도 함께한다. 제슨 씨 역시 농부이기도 하다.

제슨 씨는 "거대한 풍력발전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넓은 공간이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농장이 풍력발전을 하는 데 이점이 있다"면서 전문적으로 운영하려면 회사를 만드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한다. 3MW 풍력발전기 한 대당 가격이 400~500만 유로(50~63억 원) 정도 되기 때문에 초기 자본이 제법 드는 것도 회사가 필요한 이유다.

독일 에너지법에 따라 오스터호프는 20년 융자를 약속받았는데 전문적인 회사를 만들어야 융자를 받기도 쉽다. 오스터호프는 자기자본 20%(100만 유로로 약 12억 5천만 원), 은행융자 80%로 시작했고 현재 지역 주민 600명 중 400명가량이 지분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소주주는 2천500유로(314만 원)부터 시작하며, 지분을 보유한 모두에게 회사 운영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시민 발전은 회사 인근 12~15km에서 한다. 보통은 농부 3~5명이 회사에 먼저 가능 여부를 물어 온다. 그러면 설명회를 갖고 사업을 진행하게 되는데, 각자 갖고 있는 지분만큼 투표권이 있다. 외부 자본보다 지역 주민 참여가 우선이다.

현재 오스터호프에서 운영하는 풍력발전기는 28대, 토지 임대계약서는 110건이다. 농장에 발전기를 건설하려면 발전기가 건설되는 땅만 빌리는 게 아니고 발전기 영향권에 속하는 인근 300~500m와 송전선이 지나는 땅 역시 임대해야 한다. 그리고 발전기와 직접적으로 닿아 있지 않은 이웃한 땅 주인에게도 동의를 받고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송전선은 대부분 지중화되어 있다. "바람이 강해서 해풍이 불 때 전력 손실이 많기 때문"이란다.

농사짓기 나쁜 땅, 전체 소득 절반을 풍력발전에서 얻어

오스터호프에서 유기농업 부문을 담당하는 다그 프레리히스 씨는 이곳에서 귀리, 밀, 완두콩 등이 생산된다고 한다. 49%는 유기농 축산농가 사료용으로 내고, 나머지는 유기농 매장에 낸다. 이곳 농지는 60%가 진흙으로 되어 있어 농사짓기 매우 좋지 않다. 흙이 마르면 돌처럼 딱딱해지고 물을 먹으면 팽창하기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불어 땅이 마를 때 재빨리 일해야 한다"는 게 프레리히스 씨의 말. 이러한 악조건 때문에 제한된 기간에만 경작이 가능해 겨울농장은 9월 말 심으면 다음해 8월에 거두고, 여름농장은 4월에 심어 5개월가량 기른다. 프레리히스 씨는 "기후변화로 농사 시기가 당겨졌다"는 말도 덧붙였다.

농부들이 회사 일을 함께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고, 경작하기 어려운 땅을 어떻게든 일굴 수 있는 데에는 농기계의 공이 크다. 이곳은 주로 기계로 농사짓는 데, 트랙터에 오차가 2cm인 GPS를 설치하여 지난해 트랙터가 다닌 경로 그대로 돌아다니면서 일하게끔 한다. 그러나 농기계를 다루는 솜씨가 없으면 잠깐 실수해도 6m만큼의 곡식이 사라진다고 하니 숙련된 기술이 필수다.

이곳에서 기른 유기농 콩 1t의 가격은 905유로(113만 7천 원)로, 일반 콩에 비해 2~3배 비싸다. 하지만 생산량이 적기 때문에 넉넉한 소득을 얻기는 어렵다고 한다. 독일은 농업보조금 제도가 비교적 잘되어 있다고 하지만 농사만으로 살기 어려운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그래서 오스터호프의 농가들은 전체 소득의 절반을 풍력발전에서 얻고 있다. 풍력발전이 없었다면 농촌을 떠나는 농가가 많았을 것이다. 풍력발전 부문을 담당하는 빌헬름 멜프센 씨는 300년 이상 대를 이어 농사지어 왔는데, 4년이 걸리는 전기 마이스터 자격을 따 11년째 일하고 있다. 농부가 반드시 풍력발전 실무까지 할 필요는 없다. 실제로 "지역 주민 중 한 사람은 8년 전 자기 땅을 독일 전자전기회사인 지멘스에 팔아 풍력발전에 이용되도록 하고 있다"는 게 멜프센 씨의 말이다. 하지만 농부로서 자기 농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관장하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곳에 건설된 3.6MW 발전기의 날개 길이는 90m나 된다. 바람세기에 따라 날개의 각도와 방향이 자동으로 바뀌어 바람이 너무 세면 날개에 부딪히지 않고 그냥 지나가게 할 수도 있다. 1분당 모터는 1천 번 정도, 날개는 여덟 번 돌아간다. 풍력발전기로 생산한 전기는 2만 V로 변환되어 나간다. 전기를 50Hz로 일정하게 만드는 장치도 있다. "독일의 법적 기준이 굉장히 엄격하기 때문에 전력을 고르게 해서 송전선으로 보내야 한다."

홍미로운 점은 오스터호프에서는 지금보다 전력을 두 배 더 생산할 수 있지만 송전선이 부족하여 절반만 생산하는데, 이렇게 생산하지 않은 전력에 대해서도 정부로부터 비용을 받는다는 사실이다. 멜프센 씨에 따르면 "송전선이 없는 건 정부에서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정부의 책임과 민간의 책임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그에 대한 손실을 보전받는 모습이 무척 신기했다.

갈등을 조정하는 주민 참여 회사, 이익을 보장하는 정부 정책

어쩌면 당연하게도 지역 주민 누구나 풍력발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기가 집과 너무 가깝게 있을 경우 소음을 느낄 수 있고 그로 인해 집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필요한 허가는 모두 받았지만 주민 반발로 인해 결국 발전기를 건설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슨 씨는 "주민 참여, 즉 '수용성'이 중요하고 회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 또한 갈등 조정"이라고 말한다. 사업 전 주민 대상 설문조사를 하고, 설득기간을 4~5년 정도 잡아 차근차근 준비한다. 무엇보다도 너무 급하게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다. 모든 결정과 갈등 조정에는 기본적으로 시간이 걸리지 않는가.

유기농업을 하며 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사람들이라니. 환경과 생명이라는 가치를 지키려는 숭고한 목적에서 시작한 건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제슨 씨는 "탈핵이나 이산화탄소 절감을 위해 풍력발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생태(ecology)보다 경제성(economy)에 관심이 더 많다"고 답했다. 즉, 유기농장에 풍력발전을 하는 게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적극 참여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조금 실망했다. '역시 돈이 최고란 거구나, 독일이라고 해서 뭐 대단히 훌륭한 건 아니구나' 싶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일을 하면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 마음과 사회를 바꾸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치를 내세우며 일부 사람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게 아니라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터호프에서 나오며 우린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생각에 갑갑하기도 했지만, 더 나은 미래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마음 한쪽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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