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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은 정치적 사안이 될 수 없다
ⓒ한겨레

2011년 8월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TV 앞에서 무릎을 꿇고 무상급식 실시여부에 대한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투표결과 그는 결국 "아이들 밥상을 볼모로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려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사퇴했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정책은 2010년 지방선거, 2011년 주민투표, 2012년 대통령선거, 2014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선택으로 이미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낸 정책들이다. 그런데 최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무상급식을 중단했다.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경남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SNS 대화방에는 수많은 우려와 성토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무상급식은 헌법에 보장된 의무교육의 완성

무상급식을 중단하고 선별급식을 하겠다는 것은, 아이들이 급식을 받기 전에 부모의 소득증명서는 기본이고 실직증명서나 이혼증명서, 신용불량증명서 등을 제출해 급식비를 낼 수 없는 사정을 증명해 보여야 시혜적 차원의 무료급식을 하겠다는 것이다. 차별을 내면화하는 순간이다. 공교육의 장인 학교에서 12년간 '부잣집 아이' '가난한 집 아이'로 나뉘어 우월감과 모멸감을 느끼며 자라게 하는 것은 아이들의 공동체를 파괴하는 반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인 일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의무교육은 무상으로 한다"라고 선언한다(제31조 3항). 즉 헌법에 따르면 국가는 모든 국민이 교육받을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그에 따라 무상 의무교육을 실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무상급식은 공짜 밥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초등학교 5학년 아이는 본인이 사먹는 과자 한 봉지, 라면 한 봉지에도 세금을 내고 있다면서, 모든 아이들에게 차별 없이 교과서를 무상으로 주듯이 학교급식도 차별 없이 국가가 의무급식으로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헌법이 보장한 교육받을 권리를 초등학생도 알고 있는데 검사 출신인 홍준표 도지사는 모르는 것일까? 학교급식을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것도 그것 또한 '교육'이기 때문이다. 급식은 교육이며,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의 완성이다.

오히려 '친환경 무상급식'을 확대해야

무상급식은 또한 '친환경 무상급식'이라는 의미있는 정책의 시행을 가능케 한다. 이미 시행 중인 지역을 보면 실제로 많은 성과를 이뤄냈다. 급식을 통한 지역 선순환 경제를 부분 실현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지역별로 급식지원센터를 설치하여 생산·가공·유통·소비를 아우르는 지역순환경제와 친환경 농업 기반 확대, 일자리 창출, 지역공동체 활성화라는 다각적 의미의 성과가 있었다. 친환경 무상급식이 교육이자 복지이며 지역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친환경 무상급식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먼 나라에서 온 안전하지 않은 식재료와 국적불명의 가공식품 대신, 국내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급식에 사용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농업을 살림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유기농업을 확대함으로써 땅을 회복하고 물을 맑게 하는 생명살림, 즉 로컬푸드(Local Food)의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그뿐 아니라 직거래 계약재배를 통해서 식재료 유통 과정에서 5~6단계를 줄임으로써,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비처가 되며, 소비자인 우리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신선한 희망의 밥상, 상생의 밥상이 차려지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결과도 만들어낼 수 있다.

'직거래 친환경 무상급식 실현'이 담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는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친환경 무상급식 시행을 통해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살리고, 땅과 물을 살리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리고 친환경농업 기반을 확대해 농가소득을 올리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이렇듯 차별과 상처 없는 행복한 미래의 밥상을 우리 아이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정책과 예산을 집행하는 데 있어 0순위로 진행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인 것이다.

여야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촉구한다. 국회에 3년 동안 계류 중인 학교급식법 전면 개정안을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법안 1호로 통과시키고 국가가 무상급식 예산 50%를 부담하여 친환경 무상급식을 안정적으로 정착시켜야 한다.

* 이 글은 창비주간논평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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