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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현장] 생존자 증언으로 본 ‘선감학원 악몽’

섬에 갇힌 10대들 중 누군가는 살아남아 초로의 60대가 되었고, 누군가는 죽어 묘비도 없이 누워 있다.

추석을 앞둔 9월20일 경기 안산시 선감도 경기창작센터(옛 선감학원 터) 앞 야산을 찾은 60대 노인들이 작은 무덤을 덮은 잡풀들을 손으로 뜯어냈다. 나무를 베어낸 자리에 봉곳하게 솟은 무덤이 어림잡아 50기가 넘고 잡목 사이로도 작은 무덤들이 눈에 띈다. 올해로 3년째, 류규석 ‘선감학원 원생 출신 생존자회’(생존자회) 회장 등 인천에 거주하는 선감학원 생존자들이 막걸리를 놓고 제를 지냈다.

40년간 선감도에서 벌어진 비극

경기도 고위 공무원 시찰단이 선감학원을 방문한 모습으로 시기는 1960년대로 추정된다. 선감학원에 수용중이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머리를 빡빡 깎은 채 교복을 입고 도열해 이들을 맞고 있다.

“우리가 이 무덤에 묻혀 있다 생각하면 끔찍해.” “돌봐주는 사람도 없지. 이름도 모르고 가족도 몰라. 이렇게 (어린것들을) 보내기엔 너무 억울해.” “집에서는 (애들이) 나가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고….” 깊은 한숨 속에 한탄들이 쏟아졌다.

선감학원은 경기도가 1946년 2월1일 선감도에 세워 운영하던 부랑아 보호시설이었다. 1942년 일제가 ‘조선소년령’을 발표하고 선감도에 지었던 선감학원을 일제의 패망과 함께 넘겨받았다. 일제는 부랑아 교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대동아전쟁의 전사로 일사순국할 인적 자원을 늘리려는 것”이었다. 전국에서 붙잡힌 수백명의 어린이들이 중노동과 인권유린을 피해 섬을 탈출하다 죽는 등 ‘선감도의 비극’이 벌어졌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가 끝났지만 이 비극이 그 정도는 덜했어도 1982년 경기도가 선감학원을 완전 폐쇄할 때까지 이어졌다.

10살 안팎의 나이에 이곳에 끌려왔다 선감학원이 폐쇄된 뒤 이곳을 떠났던 김충근(67)씨는 섬을 탈출하려다 죽은 아이들을 직접 이곳에 묻기도 했다고 한다.

40년간 선감도에서 벌어진 비극

“내가 묻은 아이만 15명이야. 모두가 15살 안팎의 애들이었어. 도망가다 갯벌에 빠져 죽은 어린애들 4명은 너무 썩어서 이곳으로 데려오지 못하고 멍석에 둘둘 말아 그냥 갯벌 근처에 파묻었어.”

섬으로 끌려온 이들의 사연도 각양각색이다. 13살 때 서울 남대문에서 경찰에 붙잡혔던 정병훈(59)씨는 “‘아버지를 기다린다’고 설명해도 경찰이 ‘뭐 훔치러 왔냐’며 막무가내였다. 시립아동보호소를 거쳐 섬으로 왔다”고 했다. 김충근씨는 하인천에서 고향인 옹진군으로 가는 배편을 기다리던 중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경찰에 붙들려 섬으로 왔다.

류 회장은 “원생들이 적게는 100여명에서 많게는 200여명이 있었는데 3분의 2가 연고자가 있었다. 그런데도 전국체전 등이 열릴 때 경찰은 거리 정화를 한다며 거리의 아이들을 붙잡아 보냈다. 할당 목적으로 건수를 올리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경기도는 1954년 선감도에 주둔하던 미군의 지원을 받아 건물을 신축하고 학교와 직업보도시설도 만들었지만, 원생들의 생활은 열악했다. 억압적 규율과 굶주림, 폭력과 강제노역은 이들의 일상이었다. 운 좋은 일부 아이들은 학교도 갔지만 대부분은 염전과 농지를 개간하고, 소를 키우고 사역에 동원됐다. 매질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의 탈출이 이어졌다.

40년간 선감도에서 벌어진 비극

지난달 초 선감학원 생존자회 회원들이 경기도 안산시 선감도 경기창작센터(옛 선감학원 터) 맞은편 야산에 묻힌 선감학원생들의 무덤을 찾아 벌초를 하고 있다.

정병훈씨는 “한방에 20여명이 잤는데 옷을 벗겨서 재웠어. 도망갈까봐. 밤에 오줌을 누러 갔다 오면 자리를 빼앗겨. 그러니 오줌 참고 자다 오줌이라도 싸면 전체가 얻어맞는 거야”라고 회고했다. 선감학원 쪽은 원생 중에서 힘센 원생을 골라 ‘사장’과 ‘방장’으로 내세워 원생들을 관리하게 하면서 이들의 구타를 묵인하곤 했다고도 한다.

12살 때 인천 창영동에서 잡혀온 배명기(67)씨는 14살 때 섬에서 탈출을 시도했다 붙잡혔다. “정말 겁나게 패. 군대에서 패는 것은 패는 것도 아니야. 왜 때리냐고? 이유가 어디 있어. 말 안 듣는다고 때리고, 누구 하나 잘못하면 또 때리고….”

그는 1960년대 선감도 문제를 다룬 신문 기사에도 연고자가 있는 어린이로 소개됐다. 한 신문의 1964년 10월26일치 ‘자유에의 탈출’이란 기사는 당시 참상을 이렇게 전했다. “공명에 놀아난 단속의 결과 (배명기씨처럼) 고향인 경북 봉화에 연고자가 있는데도 잡혀서 (섬으로) 보내졌고, 자유 없는 생활에서 벗어나려는 탈출 기도가 이어졌다.”

선감도 선착장에서 칼국수집을 운영하는 배아무개(55)씨는 “가끔 60대 전후 노인들이 와서는 방 잡아놓고 바다와 선착장, 경기창작센터를 하염없이 보다가, 울다가 가곤 한다. ‘어렸을 때 잡혀와 고생 많이 했다. 많이 맞고 죽어나간 사람들도 많았다’며 혼자 이야기를 하더라”고 전했다.

배고픔과 구타를 피해 가족과 자유를 찾아서 섬을 탈출하려다 주검이 된 아이들은 가마니에 둘둘 말린 채 야산에 암매장됐다. 하지만 누가 죽었는지, 얼마나 죽었는지 모른다.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살아남아 섬을 빠져나간 이들은 사회 밑바닥을 전전하다 60대 안팎이 됐지만, 헤어진 가족을 끝내 찾지 못한 채 또는 생계의 힘겨움으로 고단한 날들을 이어간다.

정진각(63) 안산지역사연구소 소장은 “해방 이후 경기도가 선감학원 관리 주체였다. 실제로 일부 불량기가 있는 청소년들도 있다고 해도 객관적으로는 대부분이 부모 등 연고자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잡아 수용한 것은 인권유린 정도가 아니라 강제 납치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늦었지만 경기도의 책임있는 조사와 함께 죽거나 또는 살아남은 피해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합당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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