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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관점에서 본 '텔레-프레즌스' |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아이패드 로봇'에 대해

1.

'아이폰 6S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아이패드 로봇'이라는 며칠 전 기사를 읽었다. 어느 여성이 신형 아이폰을 사기 위하여 본인이 직접 줄을 서는 대신에 아이패드를 장착한 로봇으로 하여금 대신 줄을 서게 했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화상 채팅이나 영상 촬영 등의 여러 기능을 통하여, 구매대기열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로봇( 혹은 그 주인)은 이를 신기하게 여긴 주변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 모양이다.

함께 줄을 섰던 사람들이나, 사람 대신 줄 선 '최초의' 로봇에 관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이나, 다들 신기하다 정도로 여기는 모양이다. 이 아이패드 로봇의 이름이나 이 로봇 주인의 이름이 '루시'(Lucy)라는 점을 발견하고, 나는 스칼렛 요한슨과 모건 프리먼, 최민식이 열연한, 뤽 베송 감독의 2014년 영화 '루시'(Lucy)를 떠올렸다. 흥미롭고 또 절묘한 이름의 일치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화상전화를 하는 것은 이미 다들 익숙하다. 나의 손에 쥔 기계의 모니터를 통해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때면 통신설비를 이용한 '교신(交信)'에 불과하지만, 손바닥 안의 사각형의 모니터가 아닌 '등신(等身)'의 비율로 눈 앞에 얼굴을 마주 하고 있을 때는 '대화(對話)'를 나눈다는 착시를 하게 된다. 텔레 프레즌스(tele-presence) 로봇의 경우에는 곁에 '존재(存在)'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즉, 텔레프레즌스 로봇에 관한 최근 기사를 읽고, 등신의 비율이 일으키는 착시를 통해, 출석이나 현장 존재 등과 관련된 일신전속적(一身專屬的) 행위의 법적 판단에 있어서 더 생각해볼 만한 점들을 떠올렸다.

법적 관점에서 본 '텔레-프레즌스' | '아이폰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아이패드 로봇'에 대해

2.

화제가 되었던 그 기사의 사실관계로 돌아가서 조금 더 생각을 꼬리물어 보자면, 재미가 들린 그 로봇의 주인이 주차하기 좋은 자리에 로봇을 세워놓고 자리잡아주며 돈을 받기 시작하거나, 점점 원격 조종에 익숙해진 그녀가 로봇으로 극장 매표 행렬에서 새치기를 시도한다면 경범죄처벌법 위반일까. 혹은 거꾸로 누군가가 그 로봇을 치워버리고 옆에 선다면, 그 사람은 그녀의 자리를 '새치기'를 한 것이서 경범죄를 저지른 것일까.

알다시피, 여러 사람이 모이거나 쓸 수 있도록 개방된 시설 또는 장소에서 좌석이나 주차할 자리를 잡아 주기로 하거나 잡아주면서, 돈을 받거나 요구하거나 돈을 받으려고 다른 사람을 귀찮게 따라다니는 사람(제35호 자릿세 징수 등)이나, 공공장소에서 승차·승선, 입장·매표 등을 위한 행렬에 끼어들거나 떠밀거나 하여 그 행렬의 질서를 어지럽힌 사람(제36호 행렬방해)은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을 위반한 것으로서,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科料)의 형으로 처벌된다.

그 로봇의 행위를 그녀의 행위로 간주하거나 의제할 수 있을까. 죄형법정주의 등으로 엄격한 요건을 요하는 형사법의 영역의 사례라서 적합하지 않게 느껴진다면, 다른 민상법의 영역으로 바꾸어서라도 다시 고민할 가치가 있다. 로봇이 회의나 대화에 참석하였다면, 이는 도청 등 통신비밀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일까. 로봇을 직장에 대신 출근시킨 경우에, 근처의 동료들의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라면 이를 직장동료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아이폰 구매대기열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동안 옆 사람의 대화를 듣게 되는 경우라면, 이를 도청이라 보기는 곤란하지 않을까.

좀 더 나아가, 로봇에게 물리력을 행사하여 로봇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경우라면, 즉 로봇을 때리면, 이는 폭행일까, 손괴일까, 경우에 따라서는 로봇 소유주에 대한 경멸 등의 의미를 담은 명예훼손이라 볼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거꾸로 로봇이 사람의 신체의 완전성을 침해하는 경우는 이른바 로봇수술(medical robot)의 경우이거나 전투로봇(war machine)의 경우가 될 것이고 그에 관한 법리들이 적용될 테다.

3.

로봇을 이용한 원격 출석, 즉 이른바 텔레프레즌스는 로보틱 프레즌스(robotic presence) 또는 코 프레즌스(co-presence) 등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앞서 언급한 여러 법률적인 쟁점을 가지고 있다. 텔레프레즌스는 '알레르기', '대인공포증', '혹한기' 등의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특정 장소에 출석하고 현존하는 것이 곤란한 경우에 유용하다. 하지만, 사람의 신체가 현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능-특히 녹음, 녹화-을 가진 로봇이 현존하는 경우라면, 법적으로 고민할 점들이 생겨나는 것이다.

스마트폰이라는 존재가 곁에 온지 채 10년이 되지 않아 세상은 눈부시게 변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사회와 문화가 미처 따라가지 못 하고 처지고 있다. 사회적 합의와 수용이 더디니 규범이나 제도는 더욱 더딜 수밖에 없다.

혹한기에 로봇이 학생 대신 학교 교실에 출석하여 선생님의 수업을 촬영하여 실시간 전송하는 경우라면, 교사나 급우들의 초상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대인공포증 때문에 꼭 듣고 싶은 유료 컨퍼런스의 명강의에 대신 로봇을 보내어 강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듣는 경우라면, 강의의 저작권이 침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회사의 이사회에 텔레프레즌스 로봇을 보내어 출석하면, 원격출석이나 전자투표가 아닌 현장출석과 현장투표라 우길 수 있을까. 로봇을 조종해 꼬박 꼬박 출석시켜 열성적으로 수강한 학생은 교실에 한 번도 들어오지 않고도 연말에 개근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일까. 민법은 제1060조 이하에서 유언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유언시에 필요한 증인에 대하여 언급하고 있는데, 로봇이 증인으로 참여한 유언은 과연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효력이 없는 유언이 되는 것일까. 도처의 영역들의 규범들이 재고의 대상으로 변하게 된다.

어디에서든 온라인에 접속하여 지식을 습득하고 교류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된 최근의 환경은 지난 수천년 인류의 역사가 쌓은 지적 사유의 한계를 단번에 넘어서게 만들었다. 이제, 나아가, 텔레프레즌스는 인류가 신체라는 이름의 한계를 초월하게 만드는 첫 단추다. 영화 속 '루시'(Lucy)의 말처럼, 이제 진정한 의미의 '유비쿼터스(Ubiquitous))' - "I AM EVERYWHERE" - 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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