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프포스트코리아

  • 뉴스 & 이슈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 U.S.
  • U.K.
  • España
  • France
  • Ελλάδα (Greece)
  • Italia
  • 日本 (Japan)
  • 뉴스 & 이슈
    • 전체
    • 정치
    • 사회
    • 환경
    • 기타
  • 씨저널 & 경제
  • 글로벌
  • 라이프
  • 엔터테인먼트
  • 영상
  • 보이스


문재인 정부의 변곡점
ⓒNorsk Telegrambyra AS / Reuters
문재인 정부의 변곡점

지난주 금요일(23일) 오후 6시, 기자는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에 있었다. 광장 뒤쪽에 학생들이 줄을 서서 학생증을 보여주고 손 피켓을 받아갔다. ‘우리는 무얼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그들은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의 입학 의혹을 묻는 손 피켓을 들었다.

“개인에게 관심 없다. 진실에만 관심 있다.” 구호 하나하나 정치적 시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하는 빛이 역력했다. “우리가 오늘 왜 모였는지 계속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자유 발언) 그날 집회를 지켜본 뒤 후문으로 나오다 대자보 한 구절과 마주쳤다.

‘정보와 권력이 있는 소수의 특권층만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의혹은 해당 기회에 접근할 수 없는 우리에게 큰 좌절감을 안기고 있다.’(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

나는 청년들의 분노가 ‘가짜뉴스’나 ‘광기’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오보와 사생활 침해, 마녀사냥식 정치 공세는 분명히 존재한다.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을 샅샅이 뒤져서 이 시점에 소환해 무기로 쓰는 것도 이젠 식상한 느낌이다.

하지만 분노의 핵심에 ‘불평등한 사다리’가 있음을 부정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의 마음을 허탈하게 하는 건 눈에 보이지 않던 ‘그들만의 리그’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짐작은 했지만 확인하고 싶지 않았던 세계다. “불법은 없다”는 조 후보자 딸 문제가 정유라 부정입학보다 더 깊은 좌절감을 주는 것은 공고해 보이는 시스템이 뒤에 있기 때문이다.

그 모든 책임을 조 후보자에게 물을 순 없다.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다. 한국 사회는 내 위에 있는 사람을 혐오하면서 내 밑에 있는 사람은 차별하는 피라미드가 돼 있다. 분노의 진폭이 커져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의 대응 자세를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는 딸이 어떻게 단국대 의대 인턴십에 참여했고, 병리학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는지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지난 20일 청문회 준비단은 “일련의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및 완성과정에 후보자나 후보자의 배우자가 관여한 바는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담당 교수의 말은 달랐다. 조 후보자 자신이 공직 후보자로서 명확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 “아이 문제에는 불철저하고 안이한 아버지였다”에 그칠 일이 아니다.

더 답답한 것은 존재 이유를 알기 힘든 집권여당이다. 비판과 지적을 “정권 흔들기”로 일축하는데 급급한 민주당의 모습은 그들이 시민들과 얼마나 괴리돼 있는지 말해줄 뿐이다. 청와대도 ‘청문회를 통한 의혹 해소’ 입장만 되풀이한다. 다들 “밀리면 끝”이란 도그마에 갇힌 분위기다. 그 사이 이번 사태는 일본 아베 정부에 대한 대응을 포함해 모든 사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어쩌면 이마저도 부차적인지 모른다. 근본적인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원칙만큼은 철저히 지킬 것’이란 믿음 때문이었다. 그것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비교우위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통령 탄핵 이후의 정부인 만큼 더더욱 자신들에게 엄격할 것이란 기대였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지지율 따위의 변곡점이 아니다. 원칙의 변곡점이다. 원칙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좌절로, 냉소로, 환멸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는 야당 공세와 언론 보도 너머에 있는 시민들을 바라봐야 한다. 조 후보자 차원을 넘어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이란 가치를 붙들고,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고 개혁을 날카롭게 벼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칙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어떤 경우에도 ‘문재인의 원칙’ ‘조국의 원칙’을 놓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고, 정권 재창출을 하더라도 이번에 스스로를 지키지 못한다면 문재인 정부를 성공한 정부라고, 도저히 나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 중앙일보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연재기사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

인기기사

  • 1 트로트 왕자 정동원, 해병대 입대하더니…“이찬혁인 줄 알았네” 말 안 하면 못 알아볼 180도 달라진 근황 포착
  • 2 “지난달 방송에서 봤는데…” 제대로 ‘아사리판’ 난 조인성 인스타그램 근황 :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싶다
  • 3 조용히 남양주에 잠적한 서인영이 사업가 남편과 이혼할 때 들고나왔다는 이것 : 이목구비 자동 확장되는 솔직함이다
  • 4 스트레이 키즈 필릭스가 ♡ 붙이며 인스타에 ‘단독’ 공개한 이재용 직찍 : 어떤 인연인가 했더니… 이건 예상 밖이다
  • 5 '음료 3잔 횡령' 청주 빽다방 점주, 비난 여론 퍼지자 고개 숙이며 고소 취하 : 그러나 경찰 수사는 계속된다
  • 6 민주당 전재수 부산시장 출마로 '무주공산' 부산 북구갑, '조국 vs 한동훈 빅매치설'에 '하정우 출마설'까지
  • 7 설레는 봄의 정점 벚꽃의 엔딩이 빠르게 다가온다 : 벚꽃 축제 어디로 가볼까
  • 8 국힘 서울 지지율 13%에 뿔난 배현진의 장동혁 사퇴 공개 요구, “애당심과 결단 기대한다”
  • 9 "미국의 이란 공습은 전쟁범죄 가능성", 미국 국제법 전문가 173명이 공개 서한 보냈다
  • 10 "홍명보 나가" 김영광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새 사람 추천했다 : 수원 삼성 팬들 불쾌감을 드러냈다

허프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허프 사람&말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메타 CEO 저커버그 'AI 안경 대중화' 승부수 : '녹화기능' 프라이버시 문제는 과제로

누군가 당신을 찍고 있다

최신기사

  • '12조 원' 삼성그룹 총수 일가 이달 중 상속세 완납한다 : 이재용 회장은 2조9천억 원
    뉴스&이슈 '12조 원' 삼성그룹 총수 일가 이달 중 상속세 완납한다 : 이재용 회장은 2조9천억 원

    삼성의 새로운 출발

  •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뉴스&이슈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데미안 허스트' 아시아 최초 개인전 : 반대 성명 "죽음으로 상업적 성공"

    '동물의 죽음'을 전시하다

  •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글로벌 아버지 트럼프가 전쟁 일으키고, 두 아들이 투자한 드론 업체는 무기 팔러 다닌다

    그 아버지에 그 아들.

  •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이슈 '탄핵 1주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부활절 맞아 옥중 메시지를 보냈다

    "구원의 소망을 품고..."

  •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글로벌 "지옥이 펼쳐질 것" 트럼프 또 '최후통첩' : 이란은 되받아쳤다 "미국에 지옥 문 열릴 것"

    답답해서, 불안해서, 심심해서?

  •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뉴스&이슈 국힘 컷오프에서 기사회생한 김영환이 ‘윤어게인’ 윤갑근과 맞대결 벌인다 : 충북지사 대진표에 관심

    3부리그? 4부리그?

  •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씨저널&경제 [허프 트렌드] 샤넬·불가리·까르띠에 한국만 또 가격 인상 : 중동 전쟁 장기화로 수입 원가 늘었다지만 글로벌 흐름은 딴판

    우리가 호구냐

  •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글로벌 트럼프는 오래전부터 입버릇처럼 "2주"를 외쳤다 : 집권 1기부터 등장한 '마법의 단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라이프 꽃 피는 봄, 불청객 미세먼지가 함께 찾아온다 : 미세먼지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들

    자칫 피해 키울 수 있다

  •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보이스 [허프 생각] 휴머노이드 로봇이 불러올 노동 시장 변화 먼 미래 일 아니다, '로봇세' 도입 논의 미뤄선 안 돼

    인간이 만든 기계가 창출한 부, '인간의 가치'에 재투자해야

  • 신문사 소개
  • 윤리강령
  • 기사심의규정
  • 오시는 길
  • 인재채용
  • 광고상품문의
  • 기사제보
  • 청소년 보호정책
  • RSS
  • 인터넷신문윤리위원회
    한국인터넷신문협회
  • 서울특별시 성동구 성수일로 39-34 서울숲더스페이스 12층 1204호

  • 대표전화 : 02-6959-9810

  • 메일 : huffkorea@gmail.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상유
  • 법인명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주식회사
  • 제호 : 허프포스트코리아
  • 등록번호 : 서울 아 03003
  • 등록일 : 2014-02-10
  • Copyright © 2025 허프포스트코리아. All rights reserved.
  • 발행·편집인 : 강석운
  • 편집국장 : 이지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