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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인의 조용한 학대
ⓒandersboman via Getty Images
반려인의 조용한 학대
ⓒhuffpost

기자는 엽기적이고 괴로운 뉴스라도 보고 듣고 전해야 한다. 다이내믹 코리아에선 동물 뉴스도 역동적이다. ‘힘차고 활발하게’ 동물을 괴롭히는 일들이 이어진다. 사회부 기자 시절 “어디서 이렇게 나쁜 일들이 끊이지 않을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던 때가 있었다. 요즘은 이렇게 바뀌었다. “어디서 이렇게 끝도 없이, 동물을 괴롭히는 일들이 일어날까”라고.

<애니멀피플>은 지난 8일 ‘개 발톱 날리기’에 대해 다뤘다. 개 발톱 날리기란 반려견의 발톱을 혈관과 신경이 있는 부분까지 바짝 깎는 것이다. 쉽게 말해, 피를 볼 정도로 발톱을 짧게, 많이 자르는 것을 말한다.

발톱을 ‘날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발톱이 지나치게 길면 발톱이 굽으면서 자라고 걸을 때 발톱이 먼저 바닥을 지지하게 돼 관절을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미리 짧게 잘라 슬개골 탈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게 발톱 날리기를 지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차마 입에 담기 힘든 다른 이유도 있다. 반려견의 발톱을 짧게 자르면 걸을 때 탁탁탁 소리가 나지 않아 층간 소음을 방지한다거나 깔끔해서 보기 좋다는 따위의 얘기들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피를 보면서까지, 몸부림치는 개를 붙잡고 발톱을 날리는 이들이 있을까’ 했는데, 있었다. 반려견 커뮤니티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뒤져보면 발톱 날리기 인증샷이나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수의사들에게 자문해 보니 예상대로 발톱 날리기는 반려견에게 심리적, 신체적 충격을 주는 건 물론이고 관절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 애니멀피플은 이런 내용을 담아 ‘개 발톱 날리기가 위험한 이유’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썼다.

“미치지 않고서야…” “직접 해보고 해볼 만하면 개에게 해주시길” 등 기사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았다. 그러다 며칠 뒤 한 수의사가 기사와 관련해 반론을 보내왔다. 내용인즉 발톱이 길면 “슬개골이나 고관절에 이상이 오거나 탈구가 악화”될 수 있는데, 기사는 발톱 자르기를 너무 부정적이고 “단정적으로 표현해 편견과 공포감을 줄 수 있다”는 얘기였다. 애니멀피플이 쓴 기사엔 “발톱 끝을 짧게 자주 자르고, 산책을 많이 하면 도움이 된다”고 썼는데, 무슨 말인가 싶었다.

알 듯 모를 듯 한 의문은 그 수의사가 함께 보내온 사진들을 보고서야 풀렸다. 사진 속 개들의 발톱은 길게 휘어진 모습이 마치 인조손톱을 붙인 것 같았다. 휘어진 발톱이 살을 파고 들어가거나 발가락 관절염, 다리 골절을 일으킨 사진도 있었다. 그런 개들을 당장 치료해야 하는 수의사 입장에선 “자주, 짧게 잘라주면 발톱이 길어지지 않는다”고 한 기사의 마무리가 현실을 모르는 소리로 들렸을 것이다. 방치당해 심각한 상황에 이른 개들을 그는 수없이 봐왔을 테니까.

반려인이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사진 속 상황에까지 이르게 됐을지 상상해봤다. 발톱을 깎아주기는커녕 산책조차 같이 하지 않았겠지. 그 개들이 발가락만, 다리 관절만 아팠을까. 멀쩡한 발톱 혈관을 잘린 개들 못지않게 신체적, 심리적으로 아팠을 것이다.

수의사의 사진 덕분(?)에 다시금 깨닫게 된 건 학대와 방치는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다. 피 나도록 발톱을 자르는 학대와, 방치로 인한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발톱 자르기는 다른 행위겠으나, 반려견 입장에서 고통스럽긴 마찬가지다. 그 고통의 원인 제공자는 학대한 반려인이고, 방치한 반려인이다. 때리고 버리는 것만 학대는 아니다. 방치는 조용한 학대라고 한다.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내용이 아니다. 생명의 신비는 충분한 보살핌이 있어야 가능하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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