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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토스테론을 도구로 삼은 차별
ⓒOmnisport
테스토스테론을 도구로 삼은 차별
ⓒhuffpost

테스토스테론은 여러 호르몬 중 하나지만, 사람들은 곧잘 ‘남성 호르몬’으로 바꾸어 부른다. 마치 신비의 묘약이라도 되는 양 테스토스테론이 많을수록 근육질의 몸이 되고, 무모하리만큼 용맹해지며, 성적 능력과 욕구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테스토스테론이 없었다면 인류의 역사도 없었다고 단언하는 학자도 있다. 실로 엄청난 대접을 받는 호르몬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남자와 여자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량에서 차이가 나는 본질적인 성차가 있으며, 남녀의 서로 다른 행동은 이것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강력한 남성성 신화를 가리켜 오스트레일리아의 심리학자 코델리아 파인은 ‘테스토스테론 렉스’라고 명명했다. 오래전에 멸종한, 상상 속의 동물이지만 거대한 몸집의 이미지로 압도하는 공룡에 빗댄 것은 참 절묘하다.

갑자기 테스토스테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당장 11월1일부터 달라지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하 연맹)은 테스토스테론 수치에 따라 여성 선수의 경기 참가 자격을 제한하기로 했다. 윤리적 차원에서 비난받는 도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타고난 수치라고 해도 평균적인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가진 여자 선수는 호르몬 억제제를 먹어서 그 수치를 낮추거나 아니면 남자 종목으로 가라고 요구한다. 그동안 여성으로 살아온 삶의 이력은 상관없다. 테스토스테론으로 ‘여자 선수’가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연맹의 서배스천 코 회장은 이런 규정이 스포츠 정신을 살리는 ‘공평한 경쟁’을 위한 것이지 차별은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렵다. 사실 연맹은 이미 2011년에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경기 출전 여부를 결정하는 규정을 만들었다가 2015년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의해 효력 정지를 당한 바 있다. 스포츠중재재판소는 인간의 성별을 인위적으로 단 두 개로만 규정할 수 없으며 타고난 신체적 특징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이 경기력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연맹은 연구용역을 맡겨 테스토스테론과 경기 능력 향상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그 결과 1.8%에서 4.5%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나왔다며 규정을 부활시킨 것이다.

연구가 정확한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지만, 이상한 점은 4.5%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나온 종목은 해머던지기였고 800m 달리기는 1.8%로 가장 낮았음에도 정작 출전 금지 규정이 적용된 종목은 800m 달리기라는 사실이다. 이 종목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와 인도의 두티 찬드와 같이 인터섹스(intersex, 간성)로 알려진 선수들이 있다. 지난 몇년간 연맹과 성별 규정을 둘러싸고 ‘자기다움’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 선수들이다. 연맹의 새 규정은 수술이나 약물 투여를 하지 않는 한 이들을 ‘여자 선수’로 활동하는 것을 막는다.

외모가 충분히 여성적이지 않다고 해서 세메냐를 두고 남자처럼 달린다고 여자라고 믿을 수 없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세메냐가 1983년에 세워진 여자 800m 세계신기록을 깰 만큼 놀랍도록 빨리 달린 것도 아니다. 테스토스테론이 저절로 근육을 키우고 심폐 기능을 좋게 하며 고된 훈련도 견디게 할 리는 없지 않은가. 호르몬 수치는 타고난 것일 뿐인데 성별과 재능까지 부정당한다. 만약 타고난 특성을 강제로 맞추는 것이 스포츠에서의 공정성이라면 키가 2m가 넘는 사람들은 농구나 배구, 수영 등의 출전을 금지하자는 주장도 인정되어야 한다. 올림픽 남자 100m 경기에서 3연패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린 우사인 볼트를 비롯해 뛰어난 단거리 선수 중에는 자메이카 출신이 많은 것에 착안해 그 이유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근육 구조를 강화하는 특별한 유전자가 그들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그렇다고 자메이카 출신은 육상경기 출전을 금지하자는 말은 나온 바 없다. 오히려 ‘유전적 재능’을 타고났다고 칭송한다. 남자들 중에 테스토스테론이 특별히 더 많다고 다른 제재를 받는 일이 있었던가.

결국 테스토스테론이 ‘누가 진짜 여자인가’를 솎아내는 잣대로 쓰이고 있다. 이런 현실은 무얼 드러내는가. 과학을 오용해서 여성을 차별하고, 성별이분법에 갇혀 인터섹스라서, 트랜스젠더니까 배제하고 차별하는 현실이 가슴 답답하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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