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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후, 집으로 가다가 울음이 터졌다

20대 중반의 이야기이다.

그 날 처음으로 내가 참 외롭구나, 내 주변에 진짜 사람이 없다는 것을 느꼈던 날이 있다.

토요일 오후, 속상한 일이 있어서 친한 친구에게 만나자고 연락했고 약속 시간이 다 되어 약속 장소로 나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해서 기다리는데 친구가 일이 늦게 끝날 것 같다고 볼 수 없겠다는 연락을 해왔다. 결국 약속이 취소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울음이 터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핸드폰을 들어 '누구한테 연락을 해서 만날까', '이렇게 지친 마음을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는 연락처를 보고 있는데, 아무에게도 연락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봤기 때문이다.

나는 그전까지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다녔고 약속도 많았다. 내가 외롭다는 것을 느낀 적도 별로 없었고 친구가 없다는 것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런데 정말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갑자기 연락해서 나오라고 요구할 만큼 친밀하고 편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상적인 관계들뿐이었던 것이었다. 사실 그 당시에는 진실된 관계가 뭔지도 몰랐었다.

토요일 오후, 집으로 가다가 울음이 터졌다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낄 즈음, 평소 알고 지내는 선생님이 '만남과 소통'이라는 집단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집단상담에 대한 소개글을 읽는데 내가 꼭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과 소통 집단상담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소개글 부분 중에 '관계가 어려운 사람'이라는 항목이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집단에 참여를 했다. 그런데 집단의 규칙 중 하나가 상대방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을 솔직하게 반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솔직성? 그게 뭐야? 처음에는 잘 몰랐었다.

내가 다른 집단원과 갈등 상황에 있었을 때,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내 마음에 대해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족들에게는 짜증이든 뭐든 다 내 성질대로 부려댔지만,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꽤나 불편하고 부대끼는 일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죽을 맛이었고, 내가 왜 이런 상황에 놓여야 하고, 그런 말들을 왜 해야 하는지, 납득되지도 않고 따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우물쭈물하고 있는 상황에서 집단 상담의 리더가 내게 한마디를 했다.

그렇게 까지 해서 사랑받고 싶어요?

나는 상대에게 불편한 감정이 있어도 에둘러 좋게 표현하였고 나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에게도 헤어질 땐 기분 좋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등 내 감정 상태와는 별개로,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어서 사회적 가면을 써왔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일주일이 참 힘들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오기가 생겼다. 그렇게 비참한 일, 내가 비굴하게 느껴졌던 일을 두 번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은 나에게 기분 나쁜 표현을 직접적으로 하는데, 갈등이 두렵고 미움받는 게 두려운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실실 웃고 있었고 그 모습이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미친 듯이 쪽팔렸다.

이후에 참 열심히, 진심으로 집단에 참여하고 부정적인 피드백을 들어도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넘어가려고 하지 않고 나도 불편한 감정이 느껴지면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이후에는 오히려 집단원들이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내게 느껴지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솔직하게 얘기해주는데 그 솔직성이 오히려 더 편안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새로운 경험도 해봤다.

솔직하게 표현하기 시작하면서 점차적으로 사회적 가면을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전에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잘 웃거나 남의 시선이나 생각들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이제는 내 감정에 더 충실하고 나와 상대에게 균형 있게 관심을 보이며 솔직한 사람이 되었다(그러하려고 현재도 매 순간 노력 중이다).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일부러 좋게 보이려고 했었던 때보다 더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고, 주변에 진실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생겼으며, 외롭지 않게 되었다.

물론,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 이 글은 필자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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