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거리의 쓰리기봉투들. Gavin Schaefer / Flickr
인구 1000만이 넘는 27개 메가시티들의 자원 낭비 성적표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도로로 뒤덮인 도시도 따지고 보면,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이다. 에너지를 비롯한 각종 자원을 소비하고, 쓰다 남은 것은 배출하면서 도시의 생명력을 유지한다. 2014년 현재 세계 인구의 54%가 도시에 기반을 두고 생활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좁은 지역에서 바글거리며 사는 만큼, 도시에선 에너지와 각종 물자가 대규모로 소비된다. 따라서 도시의 에너지와 자원들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가는지를 파악하는 건 세계 환경 문제를 다루는 데 아주 중요하다. 도시 중에서도 메가시티 또는 메트로폴리탄으로 불리는 인구 1000만 이상의 대도시들은 방대한 에너지와 물자를 먹어치우는 하마들이다. 현재 세계에는 27개의 메가시티(2010년 기준)들이 있다. 이 대도시들은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을까?
전 세계에서 메가시티들이 차지하는 비중. 인구 수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원을 소비한다. pnas.
캐나다 토론토대의 크리스토퍼 케네디 교수(산업생태학)가 이끄는 연구팀이 전 세계 메가시티의 에너지와 물 자원 이용 및 쓰레기 배출 정도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연구논문에 따르면, 메카시티들은 전 세계 전기 소비량의 9.3%를 소비하고, 전 세계 쓰레기의 12.6%를 배출한다. 반면 메가시티에 사는 사람은 전 세계 인구의 6.7%로 이보다 비중이 낮다. 1인당 훨씬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훨씬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계 메가시티들의 1인당 에너지 사용량. pnas.
세계 메가시티들의 1인당 물 사용량. pnas.
세계 메가시티들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 pnas.
1인당 에너지와 물 사용, 쓰레기 배출 모두 압도적 1위
그 중에서도 세계 최고의 도시를 자랑하는 뉴욕은 자원 활용면에선 세계 최악의 대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1950년대에 세계 최초의 메가시티가 된 뉴욕은 1인당 에너지와 물 사용, 쓰레기 배출에서 모두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뉴욕에서 한 해 배출하는 쓰레기는 3300만톤에 이른다. 2위인 멕시코시티가 뉴욕보다 다소 인구가 많음에도 한 해 1200만톤을 배출하는 것을 고려할 때, 엄청난 낭비벽이다.
연구진이 분석 대상으로 삼은 메가시티는 중심 대도시와 인근 생활권역을 모두 포함한, 이른바 '수도권' 개념이다. 예컨대 서울은 행정구역상의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을 모두 포함한 지역이 분석 대상이다. 도쿄 역시 도쿄도와 인근 위성도시를 포함한 도쿄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이 기준에 따른 '메가시티 톱10'은 도쿄(3400만), 서울(2420만), 멕시코시티(2340만), 델리(2320만), 뭄바이(2280만), 뉴욕(2220만), 사웅파울루(2090만), 마닐라(1960만), 상하이(1840만), 로스앤젤레스(1790만)이다. 서울 시민들은 어떨까?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서울 인구는 세계 2위이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4위, 물 사용량은 9위, 쓰레기 배출량은 11위로 집계됐다.
세계 최대 메가시티 도쿄 야경. Wikimedia(Naillord)
인도 콜카타와 비교하면 에너지는 24배, 쓰레기는 15배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각 도시의 크기와 지형, 그리고 경제력에 따라 자원 소비의 순위가 달라졌다고 밝혔다. 예컨대 뉴욕이나 모스크바처럼 추운 지역의 도시들은 난방을 위해 열 에너지를 더 많이 사용한다. 또 부유한 사람들이 많은 도시가 1인당 자원 소비와 쓰레기 배출량이 더 많은 경향을 보였다. 전형적인 뉴요커는 인도 콜카타(옛 캘커타)의 시민보다 24배나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15배나 더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연구진은 특히 뉴욕과 도쿄를 비교해 보면, 지속가능한 도시정책과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는 뉴욕에 비해 인구가 훨씬 많으면서도 1인당 에너지 사용량 2위, 물 사용량 5위, 쓰레기 배출량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에너지를 덜 쓰는 친환경적 도시 디자인과 광범위한 대중교통 시스템 등의 덕분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도쿄가 노후관 교체를 통해 수도관의 누수율을 3%로 크게 줄인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수도관 누수율이 50%를 넘는 브라질의 사웅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와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더구나 브라질의 이 두 도시는 물 자원이 부족한 지역임에도 수돗물의 절반 정도가 중간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케네디 교수는 "뉴욕은 도쿄보다 인구가 1200만명이 더 적다. 그러나 에너지는 더 많이 사용한다. 1.5일마다 초대형 유조선 1척 분량에 해당하는 기름을 더 쓰는 것과 같다. 이번 연구를 통해 실상을 확인하고는 믿기지가 않았다."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국가간 에너지 사용량 비교는 종종 있었지만, 대도시간의 비교는 그동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번 연구의 의의를 강조했다. 대도시간의 비교를 통해 자원 문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서 향후 지속가능한 도시 정책 입안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몇가지 성공적인 정책도 소개했다. 우선, 모스크바는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지역난방 시스템을 구축했다. 열병합 발전을 통해 1200만이 사는 가구와 빌딩에 난방과 전기를 동시에 공급함으로써 에너지 이용 효율을 크게 높였다. 서울에 대해서는 생활하수 처리 시스템을 개발해 수세식 화장실 등에 다시 이용함으로써, 물자원의 이용 효율을 높였다고 소개했다. 런던은 전기요금을 올리고 쓰레기 배출에 세금을 부과함으로써, 전 세계 메가시티 중 유일하게 1인당 전기사용량을 줄여가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영국은 매립세(landfill tax)라는 규제를 통해, 쓰레기의 매립 비율을 2001년 80%에서 2010년 49%로 뚝 떨어뜨렸다.
세계 메가시티는 2020년에는 37개에 이를 전망이다. https://www.enel.com/en-GB/doc/enel_foundation/library/papers/ef_wp_2.2014_en_web.pdf
세계의 도시화는 지금도 진행중이다. 2050년이면 전 세계 인구 5명 중 3명은 도시에 거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1970년대엔 불과 8개였던 메가시티는 2020년에는 37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케네디 교수는 "최근 들어 메가시티들이 총체적인 자원 사용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라며 장기적인 도시 인프라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도시들이 맞닥뜨린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스마트 시티' 기술들은 사업가들에겐 또 하나의 기회이다. 시장조사전문업체인 내비건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각 대도시들이 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청정도시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함에 따라 스마트 시티 기술은 2014년 88억달러에서 2023년 275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또 다른 연구기관 '노스이스트 그룹'(Northeast Group) 연구에 따르면 2025년까지 세계의 도시들은 에너지 효율이 높은 LED 조명에 640억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 쓰레기를 파는 미국판 '봉이 김선달'
뉴욕 쓰레기 세트를 들고 있는 저스틴 기그낵. http://nycgarbage.com/
뉴욕은 역시 놀라운 도시다. 쓰레기 범벅 뉴욕 길거리에서 나오는 갖가지 쓰레기 중 쓸 만한 것을 골라 파는 사람도 있으니 말이다. 주인공은 저스틴 기그낵(Justin Gignac)이라는 이름의 이색 미술가다. 그는 2001년부터 뉴욕 쓰레기 판매에 나서, 지금까지 30개국에 1400개의 뉴욕 쓰레기 세트를 판매했다고 한다. 공식 웹사이트(http://nycgarbage.com/)에 따르면, 그가 뉴욕 쓰레기를 판매하게 된 것은 동료들과 패키지 디자인에 대한 생각이 달랐던 것이 발단이 됐다. 동료들의 생각이 잘못됐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패키지 디자인을 적용할 제품을 찾다가 뉴욕 쓰레기에 눈이 꽂혔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거리에 나가 버려진 것들 중에서 쓸 만하거나, 기념이 될 만한 것들을 골라 상품으로 만들고 있다. 뉴욕 길거리 쓰레기 외에도 공화당 전당대회장, 월드 시리즈가 열린 뉴욕 양키스 야구장, 타임스 스퀘어 신년행사장 등 각종 행사에서 수집한 기념 쓰레기도 한정판으로 판매하고 있다. 오리지날 뉴욕 쓰레기 패키지는 50달러. 한정판의 경우는 100달러를 넘기도 한다. 세계 최고의 도시라는 뉴욕의 명성에 기댄 상술로 보이는데, 10여년 이상을 이어가고 있다니 이런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곽노필의 미래창을 방문하시면 더 많은 미래정보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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